무등칼럼- 아파트로 돈 버는 시대 끝내자

@박석호 입력 2018.09.20. 00:00

박석호 경제부장

지난 2001년 광주 서구 금호동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했다. 임대 보증금이 5천만원인 국민임대아파트(32평형)였다. 그로부터 몇 년후 이 임대아파트를 분양 받아 처음으로 내 집을 장만했다. 그리고 2015년 큰 맘 먹고 고심 끝에 수천만원의 은행 대출을 받아 인근의 35평 아파트로 이사를 갔고 현재 이 곳에서 살고 있다. 3년이 지난 이 아파트 시세는 2천만원 정도 상승했다. 필자의 집 이야기다.

최근 광주 남구 봉선동과 광산구 수완지구 등 일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파트 가격 폭등 현상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불과 1년만에 수억원이 오른 것이 말이 되냐'고 비난하면서도 '주변에서 권유할 때 저질렀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한다. 솔찍히 부럽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도전해 볼까 하는 고민도 한다. 서울 사람들이 강남을 로망하듯이 여건(?)만 되면 봉선동으로 가고 싶다. 우리의 '두 얼굴'이다.

과거에 고향 집하면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정서를 나누고 사랑을 확인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거주 보다는 소유, 특히 재산 증식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아파트 수익률은 주식과 정기예금 등 보다 훨씬 높다. 그 결과 아파트공화국이 된지 오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광주지역 10 가구 중 6가구 이상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광주 아파트 거주 비율은 64.4%로 세종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을 정도다. 최근 만난 부동산 개발회사 대표는 광주 시민의 아파트 열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광주에서 아파트 청약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우리는'아파트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집단 체면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좀 더 넓고 편한 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값이 많이 오를 집을 찾아 다닌다.

서울 등 일부 지역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파트 광풍이 광주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몇 천만원 올라도 이슈가 됐는데, 지금은 몇개월 만에 '억' 소리가 나야 화제가 된다. 봉선동에서는 14억원에서 15억원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점입가경이다. 얼마나 부동산 광풍이 심한지 일부 주인들은 "더 비싸게 팔련다"며 위약금 1억원을 내고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가격 상승 여파가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집과 건물은 이동이 불가능한 고정자산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과 주거 등 입지가 양호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간 가격 격차는 심하다. 일부 지역이 다른 곳에 비해 우수한 환경과 조건을 갖고 있다고 해서 아파트 가격이 두 세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자유시장 경제체제 하에서 매도자와 매수자가 어떤 물건에 대한 가격에 합의를 이뤄 매매를 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반박할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호가 담합과 허위 매물, 기획부동산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리는 투기세력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파트 가격 폭등은 서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과 사회적 위화감을 높인다. 또 불로소득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근로의욕을 저하시킨다. 한달에 100만원씩 9년 동안 은행에 꼬박꼬박 넣어야 1억원을 모을 수 있다. 그런데 아파트로 몇개월 만에 1억원을 벌 수 있다면 누가 일을 하겠는가? 평범한 사람들까지 이 대열에 기웃거리게 만든다. 특히 부풀려진 가격으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허공 속에 사라진다. 결국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양극화와 불평등은 고착화되고 사회는 더욱 불안해 진다.

정부와 지자체가 뒤늦게나마 아파트 광풍을 잡기 위해 다양한 부동산 규제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마음가짐이다. 아파트에 대한 인식을 '소유'에서 '거주'로 바꿔야 한다. 재산 가치 이전에 '주거'라는 집 본래의 기능을 존중해야 한다. 부동산 버블은 꺼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와 환경과 생활방식이 비슷한 이웃나라 일본이 좋은 본보기다. 이번에는 반드시 투기 수요을 막고 아파트로 돈을 버는 시대에 종지부를 찍자. 다만, 이 과정에서 투기 수요는 잡되 실수요자에게는 피해가 없는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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