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시각- 명절 앞두고 물가 걱정 안해봤으면

@김현주 입력 2018.09.14. 00:00

김현주 정치부 차장

최근 냉장고를 청소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냉장고 곁을 떠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문이 생겼다.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인지, 아니면 문제가 생긴 것인지 궁금해져 이유를 물었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어머니는 한창 인기를 끌었던 TV 프로그램에서 나온 '냉장고 파먹기'를 시도 중이었다. 추석은 다가오는데 물가는 오르기만 해 장보기가 겁난 어머니가 택한 자구책인 것이다.

냉장고 파먹기는 생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냉장고에 있는 음식 재료를 다 먹을 때까지 장을 보지 않거나 장보기를 최소화하는 것을 말하는 신조어다.

한마디로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냉장고 속에 보관된 남은 음식이나 식재료들로 요리를 해 먹는 것을 말한다.

추석상에 올릴 제례음식 전부를 구입하려니 가계에 부담이 된다고 느낀 어머니가 냉장고에 보관된 재료 가운데 대체할 만한 것이 있는 지를 고민하느라 냉장고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명절 물가 상승이지만 당최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재래시장이며 대형마트, 식재료 마켓 등 비교적 저렴하다는 곳을 아무리 돌아봐도 선뜻 손을 뻗을 만한 물품이 없다.

신혼인 여자후배도 최근 저녁 찬거리를 사러 재래시장을 찾았다가 애호박 1개에 2천원이라는 가격표를 보고 한참을 고민했다는 우스갯말을 했지만 결코 웃을 수 만은 없는 이야기였다.

지난 여름 폭염에 폭우까지 겹악재로 식재료 값이 폭등하면서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는데 마냥 기쁠 수가 없게 됐다.

광주지역 재래시장의 이번주 농산물 평균 가격을 보면 적상추(100g)는 2천500원으로 2주 전인 1천400원 보다 무려 1천100원(79%)올랐다.

애호박도 2주 전에 1천500원이었던게 지금은 2천원을 줘야 겨우 한개를 구입할 수 있다.

오이 역시 2주 전보다 2천원이 오른 1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풋고추, 대파 등 대부분의 채소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같은 가격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질 듯 하다.

더욱이 봄철 이상저온과 여름철 폭염 등으로 사과와 배 등은 최상급 상품 비중이 줄어든 데다 추석 대목을 맞아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가격 인상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차례상 구입비용은 전통시장이 23만2천원, 대형 유통업체는 32만9천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비슷한 기간 각각 21만7천417원과 31만3천825원에 비해 1만5~6천원 오른 가격이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성수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 상승세는 본격화될 것이다. 정부가 추석 물가를 잡겠다며 대책마련과 함께 물가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안심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물가 상승세는 매년 반복되지만 당국이 내놓는 대책이 번번히 '땜질'에 그치고 있어서다.

내년 설에는, 또 추석에는 서민들이 시름하지 않아도 되는 명절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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