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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5월 단체 손배소 '현명한 해법' 기대한다
입력시간 : 2018. 09.13. 00:00


류성훈 사회부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문화전당)이 5·18 유족회 등 55개 단체를 상대로 11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구상권 행사)을 검토, 지역사회에 또다른 분열과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우회적인 해결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5월 단체의 옛 전남도청 별관 존치 농성 과정에서 발생한 국고 손실의 책임을 따지는 문제로, 또다른 갈등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문재인 정부에서 5·18과 지역사회를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다는 회의론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지역사회 갈등 치유와 통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우회적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사회가 환영하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관계자 말을 종합해보면 내년 1월까지 소송을 결정 짓기 전에 문체부가 다양한 방법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최근 법률 자문도 실시했다.

문체부는 청구권 행사 소멸시효인 내년 1월6일 안에 '소송 제기와 동시에 우회적 해결 방안'과 '옛 전남도청 복원 결정에 따른 손해배상 미제기' 등 두세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담당 공무원이 형법상 직무유기 책임을 져야하며, 불법행위에 대한 면죄부 논란 및 보수단체·보수야당 등 제3자의 역소송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역사회 갈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가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5월 광주 정신'을 강조하고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약속한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 5·18 시민군의 항쟁 유적지인 옛 전남도청 별관 보존을 요구했던 5월 단체에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는 자체가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문화전당 측이 구상권 행사 검토라는, 지역 정서를 완전히 뒤엎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게 된데에는 야당 국회의원의 '추궁'도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과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이 '문화전당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머뭇거리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훈현 의원실에서는 문화전당 관계자를 불러 5월 단체에 액션을 취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섭 의원실은 문화전당 측에 관련 자료를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문화전당 측 입장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5·18단체의 불법행위에 대한 면죄부'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언의 압박'으로 받아들여져 위축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필이면 두 의원 모두 지역 출신이다.

추정해 보건대, 2016년 1월 공사를 맡은 대림산업 등 4개 업체에게 '공기지연 간접비 청구소송'에서 패소, 110억원을 물어준 문화전당 측은 그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중 야당 의원들의 '압박'과 채권소멸 시효가 임박해오자 무언가 결론을 내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찌보면 2년이 넘도록 참고 견뎌준 문화전당 측이 용할 정도다.

그러던 중 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문화전당 옛 전남도청 복원 현장을 찾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 5월 단체는 물론 지역사회가 위로를 받는 계기가 됐다. 정부가 지역사회의 핫이슈인 구상권 행사와 관련 공식입장을 밝힌 것은 이 총리가 처음이어서 더욱 더 관심을 끌었다.

이 총리는 오월어머니들과 만나 문화전당이 5·18유족회 등 관련 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 "검토할 사항이 있으므로 이 자리에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보다는 여러가지 고려해서 현명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옛 전남도청 복원 문제 해결에 큰 방향을 잡았으니, 이제부터 속도를 내 내실을 채우고 실천하는 단계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구구절절 정부의 입장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명하지 않았다. 민감한 사안인데도 당사자들을 피하지 않고 직접 만나는 정공법을 택했다. 대신 깔끔하고 핵심을 파고든 메시지를 내놨다. 평소 군더더기 없고 간단 명료한 말과 글로 유명한 이 총리의 스타일로 봤을 때 정부의 방침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혀진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12일 성명을 내고 "문화전당이 구상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어 심히 걱정스럽다"며 "문제의 발단이 된 농성은 역사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고, 오직 진실을 바로 세우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하면서 정부의 대승적인 결단을 요청했다.

중요한 것은 현 정부가 5월 단체의 요구 사항인 별관 존치는 물론 옛 전남도청의 원형 복원까지 약속하는 등 유적지 건물의 역사성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합의된 상태에서 전당 공사를 지연시킨 책임을 물을 명분이 크게 약화됐다는 사실이다.

제주 강정마을 선례도 있는 만큼 정부는 지역사회 갈등 치유와 국민 통합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합리적인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부의 '현명한 결정'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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