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달거리, 그 아름다운 발걸음 따라

@조덕진 입력 2018.08.28. 00:00

 달거리. 참 익숙한 듯도 낯선 듯도 하다.

 중장년층은 너무 오랜 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젊은 세대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어서 일 것이다.

 시대가 변하며 단어가 지닌 문화적 메시지도 뉘앙스도 달라지면서 익숙한 듯 낯설어진 이 말은 사실 놀랍도록 풍요롭다.

 문학, 음악, 의학 전반에 두루 쓰였다. 한 해 열두 달 순서에 따라 노래한 시가 형식(문학), 정월에서 십이월까지 매월 절기에 맞춰 소망하는 내용을 노래하는 단가·12잡가 중 한 곡으로 ‘월령가(月令歌)’라고도 하며사랑이나 자연풍광 등을 노래(음악), 한 달에 한 번씩 앓는 전염성 열병·성숙한 여성이 한 달에 한번 씩 갖게되는 생리현상(의학) 등이다. 그러고 보면 풍요는 커녕 자신의 의미마저 잃어버린지 오래로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잊혀진, 전설이 되다시피한 이 말을 가수 김원중이 살려내고 있다.

 ‘김원중의 달거리 공연’이 장장 11년의 시간을 달려 이달로 100회를 맞았다.

 한 작품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훌쩍 뛰어넘어 2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서울도 아닌 광주에서.

 ‘달거리’는 지난 2003년 북한 어린이 빵 공장 지원을 위해 위문·기금마련 공연으로 출발했다. 지난 2000년 고 김대중 대통령과 고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조성된(잠깐의 꿈같은 시간이었지만) 남북평화무드에 대한 지역사회의 화답이었다. 다양한 민간교류 중 문화예술분야의 발걸음이다. 2004년 중단됐다 2010년 체제를 정비 지금껏 멈춤 없이 달리고 있다.

 아무리 의미가 좋고 뜻이 훌륭하다 한들, 대중적 인기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닌 작품이 11년을 내달리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연예술이 의미나 메시지만으로 롱런하기란 쉽지않다. 취지가 아무리 훌륭해도 작품성이나 대중성이 떨어지면 대중은 야멸차게 외면한다. 어찌보면 선언문 같기도, 통일이라는 한반도의 꿈에 대한 제례 의식 같기도 한 김원중의 달거리가는 형식적 내용적 완성도를 구축해가며 대중의 시선을 붙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사실 공연예술 작품이 100회를 내달리는 일은 한국 공연예술사에서도 그리 많지 않다. (사)서울튜티앙상블 ‘휴(休) 콘서트’를 비롯해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투란도트, 빌리엘리어트, 타이타닉 등이다. 대중가요로는 가수 김장훈 등이 있다. 면면만 봐도 서울을 무대로 한, 인기가 검증된 수입작품 등이다. 자본·대중적 인기라는 담보도 없이 꿈을 좇아가는 여정이 얼마나 힘들고 더뎠겠는가. 그 영광에 어린 고난과 열정에 박수를 더한다.

 그 꿈의 길을 김원중이라는 뮤지션을 중심으로 광주, 그곳 사람들이 만들어 온 것이다.

 그리운 임을 100일 동안 기다리던 백일홍은 소식을 잘 못 알아듣고 그만 쓰러졌지만 김원중의 달거리는 사랑과 희망의 흰 꽃을 피워 올릴 듯하다. 하늘의 뜻인지 남북 정상이 화해와 평화의 서사시를 다시 쓰고, 시끌벅적하지만 트럼프와 김정은이 종전선언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이들은 100회를 기점으로 향후 철책선 건너 평양을 지나, 시베리아와 베를린을 잇는 ‘유라시아 로드런’ 공연을 전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김원중이라는 한 뮤지션의 열정과, 뜻을 같이한 지역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단체, 무엇보다 그의 공연을 지지하고 응원해준 시민들의 마음이 함께했다.

 김원중이라는 한 뮤지션을 길러낸, 그 뮤지션이 자신의 열정과 꿈을 펼칠 수 있는 땅. 그 땅의 바람과 하늘과 땅의 내음, 그곳 사람들이 너무 소중하고 그리워진다. ‘너를 보고 있어도 네가 그립다’라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문화체육부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