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민중이 '개돼지'라는 소리를 다시 못하게 하려면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08.22. 00:00

김종귀 변호사(법률 사무소 송훈)

교육부 고위직 공무원이 개돼지 발언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교육부 간부가 그 발언으로 공무원신분을 잃을 뻔 했다가 법정다툼을 벌여 한 단계 낮은 직급으로 복귀했다. 왕조시대도 아니고 내손으로 대통령 국회의의원도 뽑는 민주화된 사회에서 도발적인 언사가 아닐 수 없었다. 거기에다 교육을 담당하는 고위직 공무원이기에 더더욱 언행에 유의했어야 했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선민 의식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곳곳에 존재 한다. 남을 업신 여기고 자신을 선민시 하는 부류다. 그런 사람들에게 다수 민중은 개돼지로 비칠지 모른다. 개돼지발언은 애초 영화의 한 대사가 진원지였다. 자신의 주인이 통제하는 대로 따라하고, 통제 당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던져 주는 밥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 먹는 개돼지에 빗대어 평범한 우리 이웃사람의 일상을 냉소적으로 담았다. 개돼지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당당하게 사람대접 받으며 생활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모으게 하는 데는 성공한 영화 였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보듯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신분 차별적 발언을 종식 시킬 방법은 없는가. 개인의 책임인지 아니면 국가나 사회가 공동 책임져야 할 점은 없는지 부터 차분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가깝게는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 구하기 어려워 열악한 근무조건을 '열정 페이'로 살아 가는 청년들이 자신들 잘못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 때문인지 밝히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애써 번 돈을 임대료 올려 주는 데 태반을 써야 하는 자영업자들도 자기들 처지가 개돼지 취급받을 이유가 무엇인지 한번쯤 살필 일이다.

1960년대에 시작된 경제개발로 한국은 압축성장의 모범국이 되었다. 압축 성장을 하는 동안 다수가 수혜를 입었지만 거기에서 소외된 사람 또한 많다. 개돼지 발언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아마도 소외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부터라도 차별적 소외에서 벗어날 방법 중 쉬운 것부터 고민해 보자.

우선은 내 처지를 잘 이해하고 내 입장을 대변해 주는 정치세력이 누구인지부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오늘날은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나서서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주권자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세력을 선택하면 그들이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선거때면 늘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네'하면 아무도 내 처지를 대변해 주지 않는다.

우선 사람 대접 받으려면 진정 내 이익을 지켜줄 정치세력을 판별해 힘을 보태 주어야 한다. 경제발전의 수혜를 입어 왔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 줄 정치세력을 장시간 키워 온 반면 다수 민중들은 그러지 못했다. 경제발전의 열매에서 소외된 사람은 늘 그 자리이고 이들의 어려운 입장을 두둔하고 보듬어 줄 정치세력 또한 제대로 성장시키지 못하였다. 그 결과 이번 개돼지 파동같은 소리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 시대 착오적 발언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려면 민중이 스스로 깨어나 주체적으로 결단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사람 보는 안목을 키워 나를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개돼지 파동은 재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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