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솜방망이 처벌로 형평성 시비 부른 시험지 유출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08.22. 00:00

지난 6월 광주 D 고교 시험지유출 파문이 채가시기도 전에 서울 S여고 쌍둥이 자매의 전교 1위 성적이 전국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서울 S여고 사건은 현직 교무부장의 쌍둥이 두 딸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나란히 문·이과 1등을 차지 하면서 불거졌다.

전국적으로 일선 고등학교에서 공·사립을 가리지 않고 시험지 유출사건이 잇달으고 있는 가운데 학교별로 재시험 실시여부와 관련자 징계 수준이 달라 통일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고교시험지 유출 등 시험부정 관련 현황(2014~2018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험지 유출사고는 총 1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4년 1건, 2015년 2건, 2016년 3건, 2017년 4건, 2018년 1학기에만 3건 등 해를 거듭할 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재시험 실시여부'와 '관련자 징계수준'이 학교마다 모두 제각각이어서 형평성 시비에 휩싸이고 있다는 점이다. 총 13건의 시험지 유출사건 중 2건은 재시험을 치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시험을 치르지 않은 채 유출로 문제가 된 성적을 그대로 인정한 꼴이다. 관련자 징계수준도 학교마다 제각각이었다. 고교 시험지 유출 관련자가 학생인 총 5건의 사례중 4건은 퇴학조치가 됐지만 1건은 출석정지 및 특별교육에 그쳤다. 교사가 연루된 징계처리도 마찬가지다. 전체 6건 중 중징계인 해임은 2건에 불과하고 경고 2건, 감봉 1건, 형사고발(중징계 요구 예정) 1건 등 비교적 경징계였다.

이처럼 시험지 유출에 의한 처벌이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보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광주와 서울 지역 시험지 유출관 관련해 항간에서는 "걸린 학생만 재수가 없었을 뿐이다"는 냉소적 반응이 주류다.

시험지 유출 자체가 문제지만 이로 인한 피해 학생이 다수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시험지 유출은 우리의 교육시스템 등 학교 교육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범죄에 다름없다. 따라서 시험지 유출같은 부정을 저지른 학생, 교사, 학부모는 반사회적 범죄 차원에서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이를 눈감거나 어벌쩡 넘어간다면 유사한 사건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지금 우리 교육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다. 동일한 출발선에서 정당하게 경쟁해야할 공교육의 현장에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사전에 빼낼 수 있는 학교 시험지를 이용한 시험이라면 이는 악을 대물림 하는 범죄적 시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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