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BMW와 징벌적 손해배상

@박석호 입력 2018.08.15. 00:00

'도둑이 소나 양, 당나귀, 돼지, 염소 중 하나라도 훔쳤다면 그 값의 열 배로 보상해 주어야 한다. 도둑이 보상해 줄 돈이 없다면 사형을 당할 것이다.'

기원전 1천750년께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구절이다. 기원전 1천400년께 히타이트법전, 모세율법의 헤브라이법전 등 고대법에서도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입은 손해액의 몇 배를 배상하게 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삼국시대 이전인 부여 법률에는 '물건을 훔친 자는 12배로 배상하고, 배상하지 못할 경우 노비로 한다'는 구절이 그것이다. 오늘날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이다.

최근 'BMW사태'로 우리나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입은 손해 만큼을 배상하는 전보적 손해배상(보상적 손해배상)이 원칙이다. 예컨대, 피해자가 100만원 만큼의 피해를 입었다면, 가해자는 100만원만 배상하면 된다. 문제는 가해자의 행위가 반 사회적이고 악의적일 경우이다. 이를 막기 위해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배상액을 징벌로서 부과하는 제도가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지난 1763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이뤄졌다.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당한 출판업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법원이 판결에서 '징벌적 배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1992년 49센트짜리 맥도날드 커피를 쏟아 허벅지에 화상을 입은 할머니가 맥도날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미국 재판부는 "회사가 사고를 예측할 수 있었는데 주의를 주지 않고 커피를 판 것은 잘못"이라면서 맥도널드는 할머니에게 총 64만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는 '말름' 서랍장에 깔려 숨진 미국 어린이 3명의 유족에게 5천만달러(600억원)를 나눠 지급했다. 이케아가 유족당 200억원이라는 막대한 손해배상을 한 것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일부 도입된 경우가 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법률', '제조물 책임법'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이 너무 까다롭고 손해배상액도 최대 3배에 불과한 데다 특정 분야에만 한정돼 있다. 아무리 잘못해도 손해 만큼만 갚아주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누군가는 모방범죄를 할 수 있고 '안 걸리면 그만이고 재수 없이 걸려도 원주인에게 돌려주면 끝'이라는 나쁜 마음을 품을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에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제대도 안 되면 폭스바겐, BMW, 가습기 살균제 사태 처럼 잘못을 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사태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박석호 경제부장 haitai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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