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나라는 형체이고 역사는 정신이다 -해외 항일유적지 연수답사기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08.14. 00:00

정화희 빛고을고등학교 수석교사

제73돌 광복절(光復節)이다. 정부 기관에서는 기념식을 준비하고 언론기관들은 기념 방송 및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분위기를 띄울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이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아픈 역사를 잊지 않으며 조국을 위하여 타지에서 목숨 바친 이름 없는 청년들을 가슴에 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교사들은 그러한 의미를 기억하도록 안내하고 돕는 일일 터. 최근 우리는 이념에 치우진 국정화 교과서 논란을 겪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청소년들이 앞장서서 마을에, 학교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며 민족의 아픔에 대한 공감과 치유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니 오히려 어른들이 민망하다.

지난 한 주 교육청 공모 해외 항일 유적지 답사 연수를 다녀왔다. 오늘 현대사의 성취가 조상들의 피와 땀을 통해 이루어진 것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유적지는 그 분들이 외로웠던 만큼이나 도심에서 동떨어진 곳들에 있었다. 그래서 힘들기도 했지만 어떤 연수보다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답사 내내 뜨거웠던 대지(垈地)는 우리 선배님들의 뜨거운 애국심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6일 간의 항일 유적 답사를 마치고 머릿속에 박제된 역사를 가슴으로 끌어내리게 되었다. 故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는 머리에서 가슴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렇게 안다는 것과 실천한다는 것은 멀리 있었다. 그리고 조국 독립을 위하여 헌신하신 애국지사들과의 만남은 역사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답사(踏査)의 힘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그 여정 중에서도 특히 가슴에 남는 만남을 소개한다. 러시아 우수리스크이다. 최재형 -'러시아 추위보다 나라를 잃은 나의 심장이 더 차갑다'는 선생의 말씀은 그가 얼마나 조국을 사랑하고 항일의지가 강렬했는지 느껴진다. 연해주 최고의 갑부가 되어 이국땅에서 편히 살아도 될 욕망을 멀리하고 총살형으로 삶을 마무리하면서도 그가 품고자했던 조국은 무엇일까?

그리고 안중근 단지동맹비(斷指同盟碑). 조국독립을 다짐하며 동지들과 손가락을 자르며 울분을 토했을 그 분들의 정신이 쩌렁쩌렁 울린다. 한국 침략의 원흉을 향한 그의 총부리는 우리 민족 모두의 외침이고 저항이리라. 죽음 앞에서도 외쳤다는 말씀이 우리들 가슴을 때린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하게 해 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소망하였던 용정이다. 명동학교를 졸업한 많은 분들이 독립운동과 민족교육 사업에 매진한다. 이는 모두 교육의 힘이다. 그렇다면 이 연수를 통하여 우리들 가슴 속에 불타는 이 의식들을 제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우리 교사들의 몫이리라. 윤동주의 생가 툇마루는 고독하고 쓸쓸하다. 여기에서 생각하는 동주 정신은 무엇인가? 치열한 대결의식이 아니면서도 우리들 가슴에 불을 지피는 힘은. 그리고 윤동주 묘로 이동하여 헌화와 제를 올리고 그 분을 만나본다. '우리에게 들려주실 말씀은 무엇입니까?' 말씀하신다. '부끄럽지 않은 조국을 만들어 달라'고! '식민지 치하의 부끄러움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그 외에도 이국 땅에서 조국의 하늘을 향하여 눈물 흘렸을 이들, 와신상담(臥薪嘗膽) 자신을 헌신하며 독립을 외친 이들의 외침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들 가슴에 이번 답사는 한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로서 많은 깨달음을 가진 경험이었다. 제자들과 함께 담금질하고 역사의식을 내면화하여 선배들이 겪었을 불안과 공포의 밤이 우리 후손들에게는 성찰과 안식의 밤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울러 이러한 답사의 힘을 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이 경험하기를 바란다. 지자체 및 교육청, 여러 공공기관에서 이론으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광주 정신을, 남도 문화를, 통일 조국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답사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바로 그것이 생생한 산교육이고 살아있는 교육은 우리들 가슴을 뛰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라는 형체이고 역사는 정신이다'는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역사는 현대인에게 거울이 되고 끊임없이 나아갈 길을 알려준다. 오늘 우리는 다짐한다. 한민족의 기상 그대로 언젠가는 통일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학생들이 묻는다. '통일 꼭 해야돼요?' 여기에 대하여 당당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끊임없는 인문학적 성찰로 당위성을 설파(說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치열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냥 한 민족이라는 대답으로 설명은 안 될 터이니 말이다. 다시 한 번 함께 다녀오신 분들과 나누었던 약속을 마음 속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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