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사과의 룰(rule)

@윤승한 입력 2018.08.14. 00:00

사과에도 룰이 있다. 무작정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사과는 쉽게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행위다. 상대의 반응이 중요한 이유다. 상대가 바로 피해자이기에 그렇다. 용서를 구하는 건 가해 당사자지만 용서를 하고 말고는 상대인 피해자의 절대 의지다.

사과는 진정성이 전제돼야 한다. 솔직해야 한단 얘기다. 그 출발점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정이다. 더불어 필요한 게 재발방지와 피해보상에 대한 약속이다. 입으로 잘못했다고 하면서 정작 피해에 대해 나몰라라 한다면 그 사과는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너무 늦어서도 안된다. 골이 깊어지면 용서받기 쉽지 않다.

잇따른 차량 화재사고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BMW코리아측의 사과는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BMW 차량 화재사고에 대해 사과했다. 올들어 32건의 차량이 불에 탄 뒤였다. 피해자들의 아우성에도 사과 한마디 없던 BMW코리아측의 입장이 급선회한 것이다. 그만큼 다급했다는 반증이다. 김 사장은 이날 "화재사고를 겪은 사고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또 "BMW그룹은 한국 고객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사전 안전진단과 자발적 리콜이 원활하고 빠르게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깊숙히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날 BMW코리아측 사과문 어디에서도 자사 품질 불량에 대한 시인이나 인정, 재발방지나 피해보상에 대한 약속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자리는 '사전 안전진단'과 '리콜'이란 말로 채워졌다.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반성없이 일단 사과부터 하고 보자는 꼴이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날 사과에 이어 터져나온 BMW 독일 본사의 화재사고 위험경고 묵살 정황 보도는 소비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무려 2년여 동안 한국 소비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BMW측의 이익 추구 행위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의 사과가 성난 소비자들의 민심을 달래기 보단 오히려 공분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사과 발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경찰은 BMW측의 차량 결함 은폐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국토부는 '수상한 설계 변경'에 대해 집중 조사키로 했다. '강제 안전진단'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진정성 없는 사과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왕 할 사과라면 제대로 해야 한다. 그래야 사과가 독이 아닌 약이 될 수 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사과 속에 정확히 담아야 한다. 그것이 사과의 진정성이다. 입으로만 하는 사과로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윤승한 지역사회부장 ysh68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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