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의 창- 누구에게 베팅할 것인가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08.07. 00:00

박길수 홈컨 부동산 리서치 대표

이번 휴가를 계기로 향후 부동산시장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서 몇 권의 책을 읽었다. 지금 상황과 유사하게 집갑 폭등 후 각종 규제책이 쏟아지던 2005년부터 2008년경에 발행된 것들이다.

부동산지침서 중 하나인 '부동산大해부'(중앙일보조인스랜드, 2005.1월판)를 보면, '정부는 서민의 주거안정 및 부동산투기수요 억제 등을 위하여 종합부동산세 강화, 2주택자양도세 중과, 개발부담금 및 기반시설부담금 도입, 주택공영개발 확대 등을 제시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2단계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재경부는 주택투기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을 1인당 1건에서 1세대당 1건으로 제한하고, 재개발등 입주권을 주택으로 간주해서 양도세 중과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근래 쏟아졌던 정책이 마치 그때 정책을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느낌이다. 저자(연구원)는 '2006년부터는 가격하락폭이 커지면서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이름으로 발행된 '부동산 大폭락시대가 온다'(2008.10월판)에서는 더 강력하다. '길게 잡아도 2년(2010년)안에 집값이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 '인구 구조상 베이비붐세대는 퇴직 후 돈이 모자라 노령 소비재원마련을 위해서 부동산을 대량 매각하여 2010년 버블붕괴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반면 '부동산투자는 과학이다'(2006.4월판)에서는 '강남, 앞으로 10년은 더 간다','판교의 투자가치는 무한대다','1기신도시는 상승하는 롤러코스터다' 등 정반대의 의견이었다.

당시의 주요 언론이나 연구소, 해당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폭락이 훨씬 우세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수도권은 강력한 억제정책 시행 후 2년까지도 연간 25%까지 치솟았다가 그 이후 완만하게 떨어진 후 다시 제자리로 올 때까지 10년(2017년)이 걸렸다. 그런데 지방은 지속적으로 오름세였다. 특히 광주는 그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올랐다(약60% 상승). 폭락 예측은 모두 틀렸음을 의미한다. 믿었던 사람들과 믿지 않았던 사람들간 격차는 더 커졌다. 그런데 과거 데이터를 보면 정책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만은 확실했다.

그런데 우리가 앞을 보기 위해서 그 당시와 다른 점도 살펴보자.

그때는 IMF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방위적으로 건설, 금융, 신사업(인터넷 기반 사업 등) 등의 촉진 정책을 대대적으로 시행했던 끝자락이었다. 그리고 억제 정책 시행과 동시에 2기신도시, 각 지방의 혁신도시, 세종시 등 개발계획도 동시에 발표되었다. 다만 그 때는 30년이상된 노후 아파트가 지금과 비교했을 때 크게 적었다. 소액임대소득 과세, 특사경 제도 도입 등 억제정책의 강도는 지금이 그 때보다 약간 더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규모 국가적 개발계획도 없다.

부동산 시장은 많은 변수가 얽혀있고, 각각의 정책이 심각한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다. 특정지역의 가격상승을 막기 위해서 LTV, DTI를 크게 제한했을 때, 수요가 줄어들어서 가격이 안정되는 목적은 달성될 수 있지만 그 부작용으로 좋은 직장과 종자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그 곳에서 내집 마련은 포기해야 한다. 1가구1주택 2년보유시 양도세 면제 제도 취지에 공감한다. 그 부작용으로 본인은 전세로 살면서 2년마다 한번씩 유망한 지역의 집을 사고 팔아서 부를 축적해가는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된다. 더구나 가격상승장에서 중도금 대출 면제까지 더해질 경우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십수년동안 필자는 각 부동산정책(예컨대 대출이자율 변화 등)이 그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그 부작용이 얼마나 되는지 등과 관련된 수치 검증자료를 본적이 없다. 발표되는 정책도 목적과 시장 현황이 있고 곧바로 대책이 뒤따른다. 현황에 대한 원인 자료도 없고 각 대책(과거에 시행했던 대책들이므로)에 따른 과거 분석자료나 부작용에 대한 언급도 없다. 대책과 정책목적 간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것이 맞을지 모르니 패키지로 쏟아 붓는다. 부동산경기를 죽이면 집값이 안정되기에 시장을 죽이는 방법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아니다. 시장이 죽었을 때 피해를 보는 사람들 중 1순위는 사회적 약자이고 더불어 광범위하게 부작용이 나타난다.

바둑 대국을 하고 있다고 치자. 훈수를 두는 사람이 아마추어 50명, 스폰서 1명, 프로기사 1명이 있을 때 대국 승리를 위해서 누구의 훈수를 듣는 것이 합리적일까. 혹시 질 것을 가정하여 대중으로부터 비난받거나 또는 스폰 자리가 없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베팅하지 않겠다. 필자는 (지더라도) 오로지 유능한 프로기사 의견만을 듣는 사람에게 베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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