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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 2018광주비엔날레 북한미술전 기획 문범강 美 조지타운대 교수
"북한미술은 ‘북한’ 아닌 ‘한반도’ 유산"
입력시간 : 2018. 08.06. 00:00


2018광주비엔날레에 북한 미술작품들이 대거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문화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베이징 만수대창작사 작품을 비롯한 북한 집체창작품 22점이 선보인다. 분단 이후 최초의 대규모 북한 작품 전시로 민간 차원의 대형 문화교류라는 점에서 향후 민간 문화교류의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초청한 김성민 부사장(조선미술가 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과 최창호 만수대 창작사 조선화창작단 실장, 김인석 공훈예술가(조선화창작단 조선화가) 등 3명이 광주비엔날레를 방문할 경우 민간 사상 최초의 남북교류라는 문화사적 정치사적 의미도 크다.

북한미술, 조선화 연구에 매달리며 이번 비엔날레에서 '북한미술-사회주의 사실주의의 패러독스(North Korean Art-Paradoxical Realism)'를 주제로 북한 미술을 선보일 문범강 조지타운대 교수(64)를 만나 기획배경과 조선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금지된 보물을 본 두려움이라고 할까요."

문범강 조지타운대 교수가 처음 북한 미술작품을 접했던 느낌이다. 문 교수가 처음 본 것은 2010년 워싱턴 예도재단에서였다,

김일성 전 주석의 빨치산 활동을 형상화한 작품이었다. 북의 선전화가 주는 무의식적 두려움에 멈칫했다. 화가이자 대학 미술교수인 문범강은 이내 빨려들 듯 그림 속으로 다가갔다. 작품 속 인물인 김일성 전 주석이 주는 막연한 금기의 두려움도 그를 어쩌지 못했다. 이내 '공장에서 찍어내듯 할 것 같은 집체창작품에 어떤 예술성이 깃들어 있을까'라는 불신과 편견이 산산이 깨지는 두려움에 다시 떨었다.

지금껏 어떤 서양화나 동양회화에서 접해보지 못한 독창적 동양화, 조선화가 그곳에 있었다. 먹으로 이런 표현을 해내다니... 사실적이고 살아있는 생생한 인물묘사하며 과감한 붓터치 등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힘과 내적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그는 북한미술, 조선화에 빠져들었다.

지금껏 만나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였다. 작품활동을 제쳐두고 조선화 연구에 뛰어들었다. 분단으로 절름발이가 된 미술이 그를 통해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나서는 길이었다.



◆조선화, 너는 누구냐

'예술의 정수가 다 들어가 힘과 디테일이 있다'

문 교수의 조선화 평이다. 문 교수는 조선화 최고의 미학을 '서슴없고 과감한 붓터치'로 꼽는다. 과감하면서도 절제된 디테일, 함축적이면서도 파격적 기운이 있고 형상이 날카롭고 정확하다.

'척박한 환경에서 인생이, 작품이 나오는 것 아닌가 싶다’

'체제선전, 집단 창작에서 어떻게 그런 독창성이 나올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문 교수의 분석이다.

이어 "다름을 찾아보는게 지성아니겠느냐"며 "우리가 몰랐던 북한 미술, 분단으로 인한 편견과 두려움 거부감 등등을 걷어내고 조선화라는 작품 자체, 다양한 장르, 표현 기법, 미학적 성취도 등을 만나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북한 미술은 북한이 아닌 한반도 유산'인 만큼 '흑과 백, 적대감 같은 편견을 내려놓고 열린사회로 나가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를위해 사실주의 미술의 한계로 지적받는 우상화, 체제선전, 인민과 노동자의 삶의 미화 등을 담은 작품들을 대거 선정해 북의 현실과 예술세계를 함께 만나도록 했다.

문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만의 힘차고 뭉클한, 시적인 산수화를 비롯해 문인화도 계승하고 있었다"며 "문인화는 봉건제도의 산물이기 때문에 배척됐을 법도 한데 활발하게 이어지는 것에 놀랐다"고 덧붙인다.

문 교수에 따르면 북한의 미술, 조성화 장르는 크게 4가지다. 주체와, 산수화, 동물화, 선비화다. 북은 동물화 그중에서도 호랑이를 많이 그린다. 김일성 전 주석을 비롯한 김일성 일가를 그리는 작품은 '영상작품'이라 별도로 호칭한단다.
최근 문교수가 펴낸 최초의 본격적인 북한미술연구서. 곧 영문판도 발간할 예정이다.




◆조선화 연구하는 서양화가 교수

집체화에서 받은 두려움과 놀라움의 충격은 그를 북한미술로 이끌었다.

문 교수는 이후 북한 미술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미국적이지만 레드콤플렉스는 그를 두려움에 떨게했다. 허나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망은 두려움도 어쩌지 못했다. 북한 만수대 창작사를 비롯해 북한의 미술관과 공훈미술가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관련 자료를 모으며 북한 미술의 정체성을 찾아나섰다. 아홉 차례 북한 취재에 나섰다. 북한의 미술교육, 창제작 시스템, 예술가에 대한 인터뷰 등을 통해 그는 이 미지의 세계가 길러낸 놀라운 예술세계의 진짜 얼굴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는 이같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얼마전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라는 300페이지 분량의 연구서를 발간했다. 그는 "짧은 시간이지만 북한이라는 현장, 그곳의 작품 제작과정과 화가들을 직접 만나보는 현장중심의 연구를 통해 그동안 한국미술에서 잃어버린 반쪽을 메우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교류가 확대되면 보다 더 많은 전문가들이 후속연구를 더하고 미국이나 유럽 대형 미술관에 조선화를 포함한 대형 전시회를 통해 제대로된 평가를 받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엘리트 대접받는 화가들

가장 궁금한 것은 '그림을 사고파는 시장도 없는 사회에서 작가들은 어떻게 살아갈까'였다.

문 교수는 "북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거나 미술에 소질 있는 사람은 사회에서 먹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 있고 국가나 사회가 예술인들을 '창작가'라며 엘리트 대우를 해준다"고 설명한다.

문 교수가 전한 북의 화가 지원 시스템은 독특하다. 평양에만 만수대 창작사를 비롯해 10개의 창작사가 있고 각 지역마다, 일하는 공장마다에 창작사와 소규모 작업실이 있어 화가들이 먹고살 수 있다고 한다.'창작사'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인데 국가가 모든 것을 지원하고 작가들은 국가나 사회가 필요한 작품을 만들면 된다. 유소년 시절부터 소질분야를 교육하고 최고수준의 학생들이 평양미술대학에 들어간다. 그 중에서도 우수 학생들이 만수대 창작사에 스카우트 되는 방식이다.

국가나 사회가 요구하는 작품외에 작가들은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가한다고 한다. 인민화가들과 공훈 화가들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이들이 많고 이들은 제자들에게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요구한다고 한다.

문 교수는 "북한의 체계적인 미술지원 시스템, 예술인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대우, 이에따른 예술인들의 자긍심이 북한 예술을 단순한 체제선전의 도구를 뛰어넘게 만드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북한 작가의 광주방문 가능성

문 교수는 이번 비엔날레에 북한 작가들을 초청했다.

김성민 만수대창작사 부사장(조선미술가 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과 최창호 만수대 창작사 조선화창작단 실장, 김인석 공훈예술가(조선화창작단 조선화가) 등 3명의 광주 초청은 문 교수의 그간 연구 성과의 한 산물이다.'관계'와 '신뢰'를 중시하는 북한문화를 읽어낸 덕분이다.

그들이 광주를 방문할 경우 분단 이후 민간 차원 최초의 북 예술가의 남한 방문이라는 점에서 전면적인 민간교류의 물꼬가 될 전망이다.

문 교수는 "이들은 북한미술의 모든 활동과 창작과정을 총괄하는 최고 리더와 최고 실력자들이라는 점에서 향후 남북 미술교류에 큰 물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광주비엔날레는 구겐하임미술관을 비롯한 세계현대미술의 최고 권위자들이 참석하는 국제행사로 이번 북한 미술계 관계자들의 참여는 단순한 작가참여 의미를 넘어 민간차원의 예술교류가 분단의 장벽을 녹여내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장모 천경자, '예술의 일체 화신'

'시대에 만나기 어려운 예술 그 자체를 지닌 예술인, 예술이 일체화된 화신'

고 천경자 화백에 대한 후배 화가이자 연구가이자 사위인 문 교수의 마음이다.

문 교수는 "야만의 시대에 어머니로, 노모를 모시는 딸로, 가족을 부양하는 한 여성으로 진하게 사셨고 예술가로서의 열정도 드믄 예인"이라고 회고한다. '미인도' 위작에 대해서는 "제 자신이 작가로서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몰라본다는 한국화단과 법의 판단에 황당함을 금치 못하겠다"며 "외국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부인 김정희 몽고메리대 교수는 고 천화백의 둘째 딸로 천 화백 위작문제에 대한 법적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글=조덕진기자 moleung@gmail.com

사진=김냇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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