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국가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08.03. 00:00
서해현 서광요양병원장

개인의 도덕과 국가의 도덕은 일치하지 않는다. 제주도 예멘 사람들의 난민신청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개인의 윤리 도덕 종교적 관점으로는 인도주의적으로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 선택이다. 그러나 사회 국가적 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난민신청자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없다. 개인의 도덕과 국가민족과 같은 사회적 집단의 정의를 구분하여 판단해야 한다.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면, 왼쪽 뺨마저 대주라. 네 속옷을 가지려는 사람에게는, 겉옷까지도 내주어라. 너더러 억지로 오 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 리를 같이 가 주어라. 예수그리스도의 말씀이다.

기독교윤리는 네게 달라는 사람에게는 주고,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라고 가르친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갖춘다면 사회는 보다 더 정의로울 것이다. 반대로 도덕성이 파괴된 개인으로 사회가 구성된다면 사회는 분명히 정의로움과 거리가 멀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도덕적 가치와 사회의 정의가 일치할 수 있을까?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개인으로 구성된 조직, 사회, 국가가 과연 항상 정의롭고 자비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소설가 정유정이 소설 '종의 기원'에서 말한다. 악은 우리 유전자에 내재된 어두운 본성이다. 인간은 생존하도록 태어났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 진화하는 과정에서 선과 악이 공진화했으며 살인은 경쟁자를 제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 방법이었다. 이 무자비한 적응구조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우리 조상이라고. 살인이 생존을 위한 조건이었다고. 살인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논어 옹야편을 보면 인(仁)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미루어서 남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仁)자는 사람이 두 명 있는 형상, 두 사람 사이 관계, 정의로운 관계를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남에게 해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말이다.

도덕성은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요소이다. 개인의 윤리 도덕적 삶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 정의롭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리고 타인과 더불어 같이 살 수 있을 만큼 이타심을 배울 수 있다.

인간이 이기심을 억제하고 이타심을 발휘하는 현상은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것 같지만 이타성은 인류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진화심리학'에서 이타성을 설명하면서 ▲내가 이타심을 발휘하면 상대방 역시 나에게 이타심을 제공하기 때문에 서로 이익이 된다는 상호이타성 ▲이타적 행동으로 제삼자에게 좋은 평판을 얻으면, 어려움에 처할 때 도움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간접적 호혜성 ▲귀한 선물을 주거나 값비싼 식사를 제공하는 행동은 자신이 좋은 동맹후보라는 유력한 신호이다는 값비싼 신호, 세 가지 이론을 제시한다.

상호간 이타적 행위는 정의로운 관계를 만든다. 때로는 강제력을 동원하여 고양시킬 수도 있다. 대부분의 개인은 자신의 이해 뿐 아니라 타인의 이해관계도 고려하고, 때로는 행동할 때 타인의 이익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도덕적이다. 그러나 사회나 집단 국가가 도덕적이기는 훨씬 어렵다.

나치독일의 국민 개개인은 윤리적이고 도덕적이었으나 나치정권은 도덕적이지 않았다. 개인은 지도자의 말에 순종하는 선한 사람들이었지만 국가는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정의롭지 못했다. 선한 의도가 항상 선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1932년 신학자이자 국제정치사상가로 20세기 미국 최고의 지성인으로 추앙되는 라인홀트 니버가 저술했다. 그는 세계대공황이 절정에 달하던 당시 국제사회 질서를 보며 개인이 도덕적일지라도 그 사회는 비도덕적이다는 사실을 밝혔다. 인간은 윤리와 도덕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회 집단 국가는 윤리와 정의로 운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말라고 한다. 개인적 양심으로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이들은 국가의 권력의지를 좌절시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수가 많아지면,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분쟁의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다.

다시 난민 문제로 돌아와서, 우리는 선한 의지로 개인의 도덕적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선한 사마리아인같이 낯선 이방인들의 상처를 싸매고 잠자리와 식사를 대접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와 개인의 도덕과 정의에 대한 접근이 생태적으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국가 정책은 30년 50년 100년 뒤 대한민국이 어떤 세상이 되기를 원하는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에 바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방인에 대한 배타성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새로운 이주민들이 대한민국에 합류할 때 용광로에 녹 듯 대한민국 문화에 동화될지, 아니면 모자이크와 같이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며 대한민국의 일원이 될지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밀한 계획과 장기적 전략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