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 무능과 오만에서 비롯된 시험지 유출 파동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07.20. 00:00

광주 D고의 3학년 시험문제 유출 파장이 일파 만파로 번진 가운데 이번 사건은 광주시교육청의 뒷북 행정과 오만한 사학이 부른 참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번 유출 파문은 잇단 광주 사학비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최근 들어 S여고 성적 조작, D여고 채용비리, S고 진학 부장 특정학생 성적 관리, J고 교장 성추행 구속 등 유독 사학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경찰 조사를 좀 더 지켜보아야 겠지만 이번 시험지 유출 사건 만 해도 특정 사립학교의 개인 일탈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시험지를 유출하는 과정에서 학교운영위원장이라는 학부모 위치를 활용해 학교측과 짜고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험지 유출건이 이 학교 뿐인가 하는 의구심과 학생 피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대책도 보이지 않는 암담한 현실이다.

더욱 큰 문제는 광주 교육의 총체적 불신이다. 광주는 고등학교만 놓고 보면 전체 고교 67곳중 42곳 63%가 사학일 정도로 비중이 압도적이다. 비대해진 사학의 비리는 끊이질 않고 있다. 그때마다 광주시내 사립학교들은 자정노력을 강조해왔고 시교육청은 사학비리 척결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불과 2년전 채용비리 때도 시교육청은 사학비리와의 전면전을 선포해 강력한 지도 감독과 법집행을 다짐했었다.

하지만 매번 구두선에 그치고 말았으니 이번 시험지 유출로 시교육청은 사학과의 전쟁에서 백전 백패했다는 것을 유감 스럽지만 인정해야 한다. 시교육청은 비리가 불거진 사학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비리 사슬만 키워 놓은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일이다. 적어도 광주 사학에는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시험지 유출 사건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건이 잠잠해지면 시 교육청은 또다시 대책을 내 놓을 것이다. 그러면 사학은 기다렸다는 듯이 판에 박힌 자율성 운운하는 자정 노력을 들고 나올 게 뻔하다. 그럴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애먼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입는다.

우선 당장은 D고 3학년 학생들의 피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중간고사 때부터 시험지 유출이 있었다니 학생들은 집단 멘붕 상태다. 학생들 처지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학교 문을 닫아야할 지경이다.

이번 시험지 유출 파문은 우리 사학의 민낯을 과감 없이 드러낸 사건이다. 꼬리 무는 사학 비리를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지 학부모와 학생들이 묻고 있다. 행정 무능과 사학의 오만이 판치는 비리로 이미 광주 교육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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