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시각- 적재적소(適材適所)

@김대우 입력 2018.07.13. 00:00

김대우 정치부 차장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어떤 일에 재능을 가진 자에게 적합한 지위나 임무를 맡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민선7기 출범 이후 각 단체장들이 선거 때 도운 사람들에 대한 '논공행상(論功行賞)'을 시작하고 인적쇄신을 위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갖가지 뒷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지금, 가장 빈번하게 회자되는 말이다.

민선7기 첫 문화경제부시장 인선과 오는 24일 4급 이상 간부급 인사를 앞두고 있는 광주시의 처지와 꼭 맞아 떨어진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취임하자마자 적재적소 인사원칙을 밝혔다.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인사의 원칙은 첫 번째가 능력이다. 능력에 따른 적재적소의 인사를 하겠다"며 "다만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철학과 가치관이 다르면 함께 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측근이라도, 선거 때 도운 사람이라도, 능력이 되고 방향성이 같다면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재적소가 있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특히 산하기관장 거취와 관련해서는 "임기가 있다는 것은 특별한 일 없으면 보장하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철학과 가치가 전혀 다르면 시민의 선택을 받은 시장이 그 정도는 바꿀 수 있다는 재량도 포함돼 있다"면서 물갈이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능력이 되고 철학과 방향성이 같으면 측근이든, 자기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쓰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지금까지 국회의원과 장관을 거치며 큰 문제없이 올 수 있었던 것은 인사가 만사라는 심정으로 공정하게 해왔기 때문이다", "리더는 적시에 외롭고 고독한 결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 시장의 발언들에서도 확신이 들면 '좌고우면' 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엿볼 수 있다.

이 시장이 앞으로 단체장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얼마나 합리적이고 공정한 원칙으로 적재적소에 인물을 기용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확고한 인사원칙을 가지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일단 출발은 합격점을 줄 수 있을 듯 하다.

산하기관장 물갈이를 위해 민선7기 출범과 동시에 일괄사표를 받은 부산시 사례나 첫 인사를 단행한 광주·전남 지자체 곳곳에서 뒷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이 시장의 언급대로 인사는 만사다. 사람을 잘 다루고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능력도 리더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다.

사람을 잘못 써 국정이 파탄 나고 대통령까지 파면당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이미 우리 국민들과 광주시민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

적재적소를 흉내 낸 어설픈 인사로는 시민들의 지지나 동의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이 시장 본인도 잘 알 것이라 믿는다. 명심해야 할 일이다.

조만간 임명될 문화경제부시장이 그 첫 시험대다. 그 어느 때보다 권한이 막강해질 초대 문화경제부시장 자리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 이 시장이 가장 듣고 싶어한다는 '우리 시장'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아니면 '정실인사', '측근인사', '인사 난맥상'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돌담도 다 자기 역할이 있다. 말썽이 나는 것은 자기 역할이 아닌 자리에 가 있기 때문이다. 인사 하나만 잘해도 조직이 잘 굴러갈 수 있다"는 이 시장의 말처럼 민선7기 광주시가 적재적소 인사로 제대로 된 항해를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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