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문화경제부시장시대' 문화정책 기대크다

@조덕진 입력 2018.06.28. 00:00
조덕진 문화체육부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광주가 문화도시인가요?"

문화 토론회에서 한 청년 기획자가 던진 화두다.

질문을 바꿔본다. 광주는 창조적 예술인들이 살만한가(살고 싶어하는가), 도시를 담아낸 빼어난 예술작품(공연예술이든 전시예술이든)을 품고 있는가.

후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전자에 대해서는 '아니다'가 지배적이다.

'문화수도'를 천명한, 예술도시 광주의 얼굴이다.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할까. 공공의 적, 경제인가. 예술을 후원하고 소비할만한 기업도 계층도 없어서인가. 무시할 수는 없다. 예술 도시 파리가 뉴욕에 자리를 내 준 데는 월스트리트의 머니 파워가 작용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미술이 현대미술 중심으로 부상한 것도 급성장한 중국경제가 뒷 배경이다. 머니파워 없는 예술도시, 문화도시는 불가능한가.

시민들이 문화적으로 살고, 예술인들이 살고 싶은, 대외 경쟁력을 지닌 예술작품이나 문화공간이 풍성한 도시. 이 풍경들은 메비우스의 띠처럼 상호연결 돼 있다. 머니파워라는 금수저에 일직선으로만 연결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매력적인 도시, 기업도 찾아 

거꾸로 문화예술이 경제를 견인하는, '다른 길'을 걷는 도시들이 있다.

한때 일본 최대의 항구도시이자 공업도시로 명성을 날리다 쇠락한 요코하마. 인근 도쿄와 고속철도로 연결돼있어 만년 위성도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던 도시. 그런데 2010년대 요코하마는 매력적인 도시, 창의도시로 불리며 애플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이 본사를 도쿄에서 요코하마로 옮기는 등 기업의 이동이 이어졌다. 매력적인 도시 공간이 회사 이미지를 높이고 창의적 인력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요코하마는 도시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없던 70년대부터 도시를 통합적으로 디자인해왔다. 2004년부터는 크리에이티브 시티(창의도시) 사업을 전개하며 예술인과 건축가들이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이들의 활동이 빛을 발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시민들의 자부심 역시 대단하다.

미국 중부 텍사스 주도 오스틴의 사례도 눈여겨 볼만하다. 내놓을 만한 기업하나 없던 오스틴은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라는 음악축제로 살아난 경우다. 여기에는 예술을 산업과 연계시킨 오스틴의 전략이 숨어있다. 오스틴은 SXSW를 단순한 음악축제가 아닌 음악+게임+영화를 연계한 융복합 '산업'으로 운영한다. 2015년 오스틴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사업에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지정됐다. "음악·게임·영화 등은 하나의 생태계로 봐야합니다. 이 모든 분야를 통합할 수 있는 분야가 미디어아트입니다" 이 도시가 음악이 아닌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에 가입한 배경이다.

음악산업이 성장하고 다양한 지원정책으로 예술인들이 몰려들고, 주립대 등 대학졸업자들이 도시에 머무르면서 다국적 기업의 관심을 끈다. 21세기 최고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이 도시에 캠퍼스를 설립하는 등 굴지의 IT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도시 예술인과 대학이 길러낸 인재 활용이 주요인이라고 한다.

광주만의 문화생태계로 얼굴 찾아야

민선 7기 이용섭호가 '문화경제 부시장'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동안의 전시성 정책에서 벗어나 광주만의, 21세기형, '문화를 통한 경제활성화'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줄지 관심과 기대가 크다. 최근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광주만의 독특함과 유일함을 발굴해 광주는 물론 세계인이 즐겨찾는 문화예술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이용섭 당선인의 의지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협력이 등한시됐던 문화전당에 대한 각별한 관심, 사회혁신형 일자리 등도 눈여겨 볼만하다. 다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데 전당에 대한 역할강화, 이 '다정'이 국제기관의 동네화라는 '병'이 되지는 않을까하는 기우가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화경제부시장'이라는 새로운 체제는 과거 성과주의나 전시성에 매몰되지않고 10년, 50년을 내다보는 묵직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으로 기대한다. 광주만의 문화생태계 조성으로 광주의 진짜 얼굴을 가꿔가면 좋겠다. 예술가가 살고 싶은 도시라면 누구라도 살고 싶을 것이다. 꿈같은 도시, 우리도 이제 꿈꿀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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