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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한의 미술산책- 소외된 민중의 눈으로 희망을 찾아 그린다

입력 2018.05.28. 00:00

한희원 작가의 작품은 어느 누구의 작품보다도 일반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 이유는 그가 그린 풍경화나 정물화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작품에서 작가의 따듯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인기가 있다고 해서 모두 훌륭한 작품은 아니다. 그의 작품을 가치 있게 만드는 점은 무엇일까? 미술비평론에서는 훌륭한 작품의 기준에 대해 두 방향에서 이야기되어 왔다. 한 방향은 작품이 즉각적으로 미적 만족으로 주는지가 훌륭한 작품의 기준이라고 주장되어 왔고, 다른 한 방향은 한 작품의 가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 담론이 있는지가 평가 기준이라고 주장되어 왔다. 모더니즘 시대에는 미적인 구성을 통한 즉각적인 쾌가 작품 가치의 기준이었으나, 오늘날 미술에서는 이미지 복사와 편집이 자유로워지면서 미적 쾌는 부수적인 가치가 되었다. 그 대신에 그 이미지가 우리 삶에서 어떤 유익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가치 평가의 근거로 작동하게 되었다. 예컨대 오늘날에는 아름다운 풍경은 사진과 컴퓨터 보정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이제 그 풍경이 우리에게 어떤 특별한 의미를 주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작가는 어떤 매체 실험을 했는지가 그 작품의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한희원은 그의 첫 번째 민중화라고 할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1978)을 시작으로 해서 최근 작품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삶의 고통과 위안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우리의 세상이 고통과 절망을 줄 때가 많지만 여전히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미적인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인물과 풍경을 그린 것이 아니라 힘든 세상이지만 우리를 따뜻하게 반겨주는 자연과 도시 풍경이 있다는 점을 다양한 소재와 표현 방식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80년대는 민중을 소재로 이것을 보여주고 있고, 90년대 이후에는 주로 자연과 도시 풍경, 정물로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의 일반적인 특징을 언급하자면, 소외된 민중의 눈으로 세상의 희망을 찾아내어서 그것을 그려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서가 그의 작품의 인물, 풍경, 정물 속에 투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림1중앙#

한희원은 80년대에는 소외된 채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민중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그는 민중의 삶을 교화시키고 변혁시키는 수단으로 민중미술을 그린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억눌리고 소외된 민중들의 고달픈 삶 자체를 따듯한 시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각박한 세상에서 소외된 채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민중의 마음을 보듬고 싶다"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변혁의 주체로서의 민중을 그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위로의 대상으로서 민중을 그리려고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소외된 인물에 집중한다. 그들의 삶의 애환을 표정과 배경의 분위기를 통해서 드러내고 있다.

90년대 한희원의 관심은 인물에서 풍경으로 옮겨온다. 초기 풍경 작업들은 80년대 인물화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80년대 인물화에서는 민중들의 군상에다 작가의 감정을 투사했다면, 90년대 풍경화에서는 자연과 도시의 다양한 풍경 속에 자신의 감정을 투사한다. 이 시기의 대표작인 '여수로 가는 막차.(1993)에서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제시하려고 하고 있다. 작품에서 보이는 크고 노란 별들에 대해서 "삶의 고통과 두려움 속에 그것을 지켜보는 큰 눈망울처럼 보인다" 는 곽재구 시인의 말처럼 어두운 산과 계곡,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노란색 별들을 통해 소외된 삶 속에도 희망이 있다는 작가의 감정을 투사하고 있다. 그는 어두운 색과 밝은 색의 대비, 거친 붓질과 세밀한 붓질의 병치를 통해 암울한 현실을 따듯한 시선으로 보게끔 유도하고 있다. 자연 풍경을 미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남도의 서양화 전통을 따르고 있으나 한희원의 작업은 오지호, 임직순 등 인상주의 양식의 풍경화와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인상주의 양식의 풍경화가 강렬한 색채 구사와 원색의 대비를 이용해서 삶의 환희를 자연의 아름다움에 투사하여 자연을 관조하게 유도했다면, 한희원은 삶의 각박함과 어려움이 투사된 자연을 보여주면서도 그 자연 속에서 몇몇 은유적 장치를 통해 삶의 위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자가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삶의 환희를 관조하게 만든다면, 후자는 어두운 자연과 밝은 은유적 요소의 대비가 갑갑하고 힘든 삶 속에서 위안을 제공한다. #그림2중앙#

2000년대 들어오면서 한희원의 풍경은 전지적 작가 시점의 풍경이 아니라 자연 속에 들어가 직접 체험하는 풍경으로 바뀐다. '바람따라 길을 걷다.(2002), '섬진강변.(2005년) 등의 풍경은 마치 관람 주체가 그 풍경 속에 들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들고 있다. 한 작가는 이러한 변화가 90년대말 섬진강 종주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비바람이 치는 풍경을 스냅 사진기로 잡아낸 것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뿌연 화면으로 보여주고 있다. 윤곽선이 없어지고 한 방향으로 붓질의 흔적을 남겨 둠으로써 관객은 풍경을 멀리서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풍경 속에 들어가서 그 대상을 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제 풍경은 한 시점의 한 장면이 된다. 관객은 그 생생한 풍경에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자연을 보게 되고, 그 자연과 동일시하게 된다. 이제는 은유적인 장치에서 위안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 자연 자체에서 위안을 얻게 된다.

2010년대 이후에는 자연과 도시풍경들이 이전 작품보다 붓질의 흔적이 더 두텁게 나타나게 된다. 이때 강렬한 붓질의 흔적은 세월의 흔적이 된다. '흰 벽이 있는 정미소'(2012), '퇴락한 도시의 일기'(2013)은 아주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지닌 건물의 초상화가 된다. 작가는 쇠락한 정미소 등의 건물을 빠른 붓놀림으로 두텁게 그려내면서, 초상화처럼 그 대상에 대해 숙고하도록 화면을 구성한다. 작가는 그 붓질을 세월의 흔적으로서 보여주면서 동시에 거칠고 두터운 붓질을 통해 그 대상에 대한 그리움과 소중함의 감정을 투사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대 미술은 작가의 명확한 주제 의식과 그에 적합한 매체 실험을 요구하고 있다. 한희원의 작품은 단순히 미적인 효과가 목표가 아니라, 주제의 효과적인 소통을 위한 매체의 실험을 하고 있다. 그는 자연과 도시 풍경을 통해서 이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면서 그것을 위로를 주려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매체와 양식 실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는 동시대 미술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 작가는 예컨대 스산하고 종잡을 수 없는 풍경, 혹은 두터운 마티에르의 초상화 같은 풍경으로 우리 시대의 아픔을 풀어내고 위로해주었다면, 앞으로 한 작가의 목표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시대가 변한 지금 그는 어떤 아픔을 말하고, 그것을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 한희원 작업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조선대 교수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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