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단체 불법구금 피해자 구하고 사법개혁 앞장
5월정신 계승과 촛불혁명 한국민들에게 많이 배워
2018년 광주인권상 수상자인 스리랑카 난다나 마나퉁가(57·Nandana Manatunga) 신부는 16일 "5·18 항쟁은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표본"이라고 강조했다.
사법 개혁 운동과 인권 보호 활동을 펼쳐온 마나퉁가 신부는 이날 광주 서구 5·18 기념재단 영상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시민들이 5·18 때 보여준 민주화에 대한 갈망은 다른 나라에 영감을 줬고, 그 가치 또한 확실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마나퉁가 신부는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 스리랑카 행정부 중심의 독재 치하에서 피해를 입은 자국민을 도왔다.
스리랑카 행정부는 '내전과 타밀족의 무장 투쟁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살인·고문·납치·임의체포 등 국가 폭력을 자행했다.
타밀 밀집 지역인 스리랑카 북쪽뿐 아니라 남쪽 싱할리 지역의 반 정부 단체들에게도 불법 행위가 이뤄졌다.
마나퉁가 신부는 캔디인권사무소를 통해 7~8년 간 불법 구금된 피해자들을 구하고, 사법부 개혁 운동을 확산시켰다.
그의 투쟁으로 경찰 고문과 전쟁 등에 반대하는 스리랑카 내 사회·종교·교육단체가 인권 네트워크를 구성하기도 했다. 정치범 석방과 전쟁 피해자에 대한 법률 지원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마나퉁가 신부는 "정치·사회적 민주화를 이뤄가는 과정에 투쟁해온 소중한 역사를 계승하려는 광주시민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5·18 정신을 계승하는 일뿐 아니라 지난해 촛불 집회로 대통령을 끌어내린 한국인에게 많은 것들을 배운다"고 말했다.
이어 "스리랑카에서는 3차례의 큰 투쟁이 있었지만, 자국민이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있다.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가치를 항상 이어가며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5·18 확장을 위한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도 강조했다.
그는 "각국 외교계에 광주항쟁을 널리 알리는 소통이 필요하다"며 "기념재단이 아시아 인권 운동가를 한 자리에 모아 민주주의 탄압 사례 등을 공유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처럼, 다양한 교육과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인권상 시상식은 오는 18일 오후 5·18 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다. 심사위원회는 "그의 투쟁과 의로움은 스리랑카 인권 지평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도철원기자 repo333@naver.com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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