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의市井漫談(시·정·만·담)- 충언(忠言)과 간언(奸言)의 차이

@김영태 입력 2018.04.19. 00:00

중국의 역대 왕조 가운데 성세(盛勢)를 구가했던 왕조가 당(唐)나라다. 성당(盛唐)의 핵심 군주는 태종(이세민, 598~649)이다. 이른바 '정관의 치(貞觀之治)'는 태종 때의 연호(정관·627~649)를 딴 치세기(治世期)를 말한다.

형제를 죽이는 참극('현무문의 변', 626년 7월 2일)을 바탕으로 어좌(御座)에 올랐지만 태종의 정치력은 중국 역사에서 '드물게 뛰어난 군주'로 평가받는다. '한(漢) 고조 유방(劉邦)의 호탕함과 용인술, 위(魏) 무제 조조(曹操)의 지모와 용병술을 갖췄다'고 할 정도였다. 한창 나이(29세)에 황제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부당하게 권력을 행사하거나 사치하지 않고, 스스로 근검절약하며 나라와 백성을 위해 애써 황족과 대신들이 이를 본받게 했다.

돌고 도는 역사가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런 그에게도 3개의 거울이 있었다. 우선 '손거울'로 자신의 옷매무새 등 몸가짐을 바르게 하려고 했다. 그리고 '역사를 거울'로 삼아 세상사 흥(興)하고 망(亡)함의 이치를 잊지 않았으며, '사람을 거울'로 해 득실을 밝히려 애썼다. 그 '사람 거울' 가운데 한명이었던 명재상 위징(魏徵)이 죽자 그는 "내가 평생에 모범으로 삼아왔던 거울 가운데 하나를 잃어버렸다 "며 비통함을 감추지 않았다.

위징은 원래 태종이 그 손으로 죽인 형 이건성(황태자)의 사람이었다. 현무문의 변을 거친 뒤 그를 받아들여 세상을 다스리는데 함께 했다. 여러 현신(賢臣·현명하고 어진 신하) 가운데 위징은 살아 생전 태종에게 신랄하고 통렬한 충언(忠言)과 직언(直言)을 마다 하지 않았다.

당 태종 이세민의 빛나는 치세는 타고난 절세의 기량, 집권 과정에서 흘린 형제의 피에 대한 참회의 기억, 2대만에 멸망하고 만 직전 왕조인 수(隨)나라 등이 반면교사였다. 그에 더해 위징과 같은 여러 현신들의 충언, 직언이 뒷받침되어 가능했다는 게 역사가들의 일관된 평가다.

뛰어난 군주, 현신들로 성세를 구가한 나라와 달리 아둔한 군주, 요사한 간신(奸臣)들이 설쳐 나라를 요절낸 역사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게 중국의 진(秦)왕조다. 그 애비 시황(始皇)이 세운 공전절후의 업적(역사상 최초의 중국 대륙 통일)이 무색하게 못된 자식 호해(胡亥·2세 황제)는 단명(15년)에 그친 왕조를 가장 비참한 상태로 끝장내고 말았다. 호해의 무능, 아둔, 혼암은 희대의 간신 조고(趙高)의 간언(奸言), 요언(妖言)과 쌍벽을 이루며 망국에 이르게 한 절대 요인이었다.

우리의 예는 없을까. 조선 왕조의 여러 임금들 가운데 선조(宣祖·1552~1608)가 떠 오르곤 한다. 왕조 말의 고종과 함께 무능한 군주의 표상으로 회자된다. 서자(庶子)로, 방계출신으로 대통을 이었다는 선조의 자기 결함적 열패감에도 당대에는 조선 성리학의 사표(師表)라 할 퇴계 이황(李滉)과 율곡 이이(李珥), 조광조의 제자 백인걸, 서애 유성룡, 충무공 이순신, 권율, 신립 등 현신, 용장(勇將)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국토가 유린당하고 백성들로 하여금 극심한 참화를 겪게한 7년간의 임진왜란에 대한 징후를 알아보지 못했다. 전란 중 유성룡 등과의 갈등, 충무공에 대한 의심암귀, 전란 뒤 난국 수습에 보인 무능 등은 대부분 충언과 요언(妖言)을 구분할 능력이 없었던데서 비롯된다.

조직과 나라의 성쇠(盛衰)를 좌우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일제 강점기 해외 독립운동에 의심의 눈길을 받는 그는 입지강화와 권력 유지를 위해 친일매판자본의 부활을 부추기거나 용인해주고 좌우 이념대립 및 갈등의 씨앗을 뿌렸다는 데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 남하를 두려워 해 한강철교를 부수고 서울 시민들을 버려둔채 대전 등으로 피난 아닌 피난(?)을 갔던 일은 400여년전 임진왜란 때 선조의 몽진(蒙塵·피난·?)과 유사하다. 마침내 학생, 교수에 이어 국민 대부분이 봉기해 불을 붙인 4·19 혁명으로 몰락한 그의 마지막은 이기붕 등 측근들로 인해 더욱 재촉당했다.

구속기소된 이명박, 1심 선고 이전에 이미 영어의 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 두 전직과 그 주변에서 불법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유지에 협력·조력·부역한 이들의 경우 새삼 무슨 말이 필요할까. 옛 시절의 암군, 혼군과 그를 둘러싼 난신(亂臣·나라를 어지럽힌 간신, 요망한 신하 등)들의 데쟈뷰(deja vu)인 것을.

그러고 보면 역사는 돌고 도는 거울이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대의에 충실하며, 자신의 열락보다 백성들의 살림살이에 관심을 기울였던 군주, 이에 버금하는 현신(賢臣)과 충신(忠臣)들의 충언, 직언이 거침없었던 나라는 번성하기 마련이었다. 반면 삿된 권력욕에 사로잡힌 폭군(暴君), 암군(暗君), 혼군(昏君)이 간신이나 역신(逆臣)들의 간언, 요언에 놀아났던 나라는 오욕(汚辱), 치욕(恥辱)의 기록을 남길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들 자신들이 누구보다 먼저 몰락의 한 가운데로 빠져들었다. 고금을 관통하는 반면교사(反面敎師)다.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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