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광주비엔날레라는 세계 정상급 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는 도시다. 전업작가를 비롯한 미술인 인구비가 상대적으로 높을 뿐 아니라 작가들의 세계 무대 진출이 늘어나면서 미술도시로서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에 그에 걸맞는 미술비평은 전무하다시피하다. 본보는 조선대 장민한 교수와 함께 지역 중견미술인들에 대한 본격적인 비평을 통해 미술비평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자한다.
편집자 주
오늘날에 회화 작업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AI 로봇이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외부 세계를 그릴 수 있고,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마음에 드는 장면을 찍고 입맛에 맞게 보정이 가능한 시대에 이미지를 그린다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나? 알다시피 서구에서 카메라가 발명되기 전에는 외부 대상을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릴 수 있다는 것이 미술가의 최고 덕목이었다. 실제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제작한다는 것이 그 자체로 아무나 성취하기 어려운 기술이기도 하고, 정확하고 이상적으로 모방하는 것이 과학 못지않은 가치 있는 일로 서구에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카메라로 세상을 찍어 낼 수 있고, AI 기계가 인간보다 더 정확히 세상을 그려낼 수 있는 우리 시대에 회화 이미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년 이상을 구름, 하늘, 공기를 그려온 강운 작가의 예술 세계에서 그 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주체와 세계의 관계에 대한 끝없는 탐색
강운 작가는 20여년 동안 '순수형태', '공기와 꿈', '물 위에 긋다' 시리즈에서 줄곧 하늘, 구름, 공기, 물 등의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언뜻 보면 모두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 같지만 초기 작품인 '순수형태'시리즈는 유화 작품이고 '공기와 꿈'시리즈는 한지 종이 콜라주 작품이다. 단순히 구름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모사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양자 모두 다른 것을 말하고 있다. 세 시리즈 모두 주체와 세계의 관계를 보여주려는 시도이다. '순수형태'시리즈가 자연 속에서 작가 자신을 투영하려는 작업이었다고 한다면 '공기와 꿈'시리즈는 자연 스스로를 드러내기 위해 무념무상의 경지에서 자연을 보여주는 작업을 했다. '물 위에 긋다'시리즈에서는 작가 자신도 자연의 일부로서 당당히 주장하면서 자신의 행위 흔적을 통해 자신과 자연이 하나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세 시리즈 모두 외부 대상이 단순한 모사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주체와 세계의 관계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세심하게 매체와 양식이 선택된 것이다.
1990년대 후반의 작업은 사실적으로 그린 하늘 그림이 대부분이다. 강운 작가는 붓으로 정교하게 여러 형태의 구름이 햇빛 사이에서 꿈틀대는 하늘을 그렸다. 그의 작업은 인상적인 하늘의 한 순간을 잡아낸 사진처럼 보인다. 이 점이 작가의 큰 장점이지만 그것보다 그 이미지를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천천히 살펴보면 강렬하고 웅장하게 그려진 하늘과 구름의 이미지에서 거칠은 붓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구름과 하늘 이미지의 왜곡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고 있다. 작가 자신 이제까지 중요하다고 믿고 있는 가치와 삶 건너편인 자연 속에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었다는 것은 하늘, 구름, 빛의 황홀함과 웅장함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극사실적으로 하늘과 구름을 묘사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강조와 생략, 왜곡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자연에 투사하려고 한다. 우리가 하늘을 본다는 것은 나는 누구이고, 나를 둘러싼 세계는 무엇인가를 묻는 행위이라고 할 수 있다. 강운의 하늘은 어떤 때에는 무심한 하늘로, 어떤 때에는 한 줄기 햇살이 내리 쬐는 하늘로, 혹은 강렬한 구름이 용솟음치는 하늘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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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 미약한 존재로서의 고백과 겸손
2000년대로 넘어 오면서 강운의 하늘은 자신의 감정이 투사된 하늘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 자체를 보여주려고 시도한다. 그는 "자연의 바람, 구름, 땅과 나무 등으로부터 들리는 소리"를 순간순간 그 형태를 변화시키는 구름과 햇빛의 모습으로 들려주려고 한다. 그 이전의 그림과 달리 비구상적 요소가 하늘 이미지 속에 자주 도입됨으로써 구름과 하늘 이미지가 특정 구름과 하늘의 재현이 아니라 이미지 자체로 보여지기 시작한다. 지시하는 대상이 있는 구름과 하늘이 아니라 그 이미지 자체가 주는 바를 경험하도록 시도한다. 작가는 이것을 '사유로 이끌 수 있는 공간'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름과 하늘 이미지는 특정 구름과 하늘이 아니라 그 자체를 지시하게 되고, 그 자체로 완결된 미적인 구성의 세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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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이후에는 강운의 매체와 표현 방식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는다. 2005년 일본 모리미술관 전시를 기점으로 유화작업을 잠정적으로 그만둔다. 이것이 '공기와 꿈'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에 와서는 푸른색과 혹은 흰색으로 염색한 얇은 한지를 작게 일정한 크리로 오려서 중첩하여 붙임으로써 캔버스 안에 구름과 대기의 입자를 만든다. 이제 이미지는 색칠한 그림이 아니라 한지 콜라주가 된다. 작가는 "이 작업은 오랜 시간의 겹을 쌓아가는 '수행'과 '기도'의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얇은 종이를 한겹 한겹 붙이며 구축하는 힘든 과정 을 통해 일상의 고뇌를 잊고 이미지 구축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한지 조각을 일일이 캔버스에 붙이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물아일체의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는 "청년기에 마주한 구름이 마음에 품은 꿈과 방랑이었다면, 장년기의 구름은 인간이라는 미약한 존재로서의 고백과 겸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 이미지는 주체가 경험한 구름과 하늘이 아니라 주체에 의해 무의식으로 구성된 구름과 하늘이 된다. 작가가 표현한 이미지가 아니라 작가를 통해 스며져나온 자연 이미지, 즉 작가를 통해 자연은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구름과 하늘은 마치 모니터 픽셀로 구성된 무한한 공간으로 나타난다. 한지 구름은 시각적 강렬함보다 제작 과정이 중요하고, 이것이 중첩되면서 3차원의 공간 그 자체를 나타낸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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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을 통한 자연과의 합일 시도
'물 위를 긋다'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일획'으로 무한을 표현함으로써 자연과 합일하려고 시도한다. 아크릴판에 한지를 놓고 분무기로 물을 뿌린 뒤 선을 긋는다. 그러면 물감이 한지에 스며들면서 퍼져나간다. 습도나 온도에 영향을 받아 종이의 기포 상태는 작가의 의지와 무관하게 항상 다른 상태로 나타난다. '공기와 꿈'이 인내와 고통 속에 나를 잊는 과정이고, 이를 통해 자신 속에서 자연을 발견하려는 작업이었다면 '물 위를 긋다'는 우연적인 한 순간의 움직임을 통해 자연 속에 자신을 발견하려는 작업이다. 둘 다 자연화 일체화하려는 작업이다. '물 위를 긋다'시리즈는 그의 손끝에서 색이 번져가고, 공기가 그 안에서 반응하는 이 작업은 회화적 호흡으로 물아일체가 되는 순간을 작가가 스스로 제시하고 있다.
강운의 작업은 그 방식은 다르지만 구름과 하늘, 공기를 통해 자연을 드러내는 과정, 더 정확하게는 자연과 나의 관계를 묻는 과정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세상이 변화면서, 나이가 들면서 우리 인간이 변화하듯이, 세계의 투영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도 변해야한다. 그러나 이것은 쉽지 않다. 잘 나가는 작가일수록 더 힘들다. 잃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신곡 없이 예전에 인기 있는 노래만 부르는 가수처럼, 아니면 젊었을 때 연구한 것을 평생 우려서 먹는 학자처럼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강운 작가는 잃을 것이 많은 작가이다. 그래도 강운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것이 그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에는 세계와 주체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 갈지 자못 기대가 된다. 조선대 교수
사진=오세옥기자 dk53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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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한은
서울대 미학과 출신으로 아서단토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미술관전시과장, 서울국제아트비에날레사무국장 등을 역임하고 '아시아현대미술 프로젝트'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총괄했다. '미술관 관리 운영서식 매뉴얼'(공저) '미학으로 읽는 미술'(공저) 등의 저서와 '미술의 종말 이후의 미술관 역할과 정책' '미술비평에서 예술계의 역할'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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