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재의 세계문화기행

민경재의 세계문화기행-인도와의 첫 만남, 콜카타(Kolkata)

입력 2018.03.23. 00:00
칼리 사원에서 힌두교를 경험하다
처음 간 곳은 제물을 잡는 곳으로서 방금 전에도 염소를 잡아 피가 흥건한 곳이다
평소에는 20마리 정도 잡는다는데 방문한 날은 토요일이어서 아마 50마리 정도 잡을 거라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데 또 한 마리 흑염소가 잡혀 들어온다
한 사람은 칼을 들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은 그곳을 둘러싸고 기원을 드리고 있다
수많은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 풍경.

나이 마흔이 넘어 시도한 배낭여행지로 선택한 인도, 그리고 히말라야가 있는 네팔은 내게는 많은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여정의 시작지는 콜카타.

콜카타는 캘커타(Calcutta)라는 명칭으로 더 유명한데, 영국이 인도를 지배한 후부터 1912년 뉴델리 건설 때까지 인도의 수도였다.

지금은 서벵골주의 주도인 곳으로, 우리나라에는 테레사 수녀가 봉사활동을 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가까이 북쪽으로 홍차 산지로 유명한 다즐링과 세계 3위봉인 칸첸중가가 있으며 무엇보다 육로로 네팔에 들어가기가 쉬운 곳이다.

#그림1중앙#

중국 쿤밍을 경유한 비행기가 콜카타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시경, 공항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타려니 그동안 여행을 제법 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다. 일단 마음을 다잡고 노란 클래식 모델의 '프리페이드(이용료를 미리 지불하고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 택시'를 이용하여 예약해둔 호텔로 출발한다.

마음속의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애써 낯설은 이방인이 아닌척 기사와 사진도 찍고 열심히 이야기도 나누는데, 앗!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인도 영화 '세 얼간이'와 국민 배우 '아미르 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외국인과 대화를 함에는 문화가 큰 소재다.

한참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숙소 앞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조명은 모두 꺼져 있고 셔터마져 내려져 있다. 무슨 낭패란 말인가! 당황은 순간, 기사가 호텔 앞으로 가더니 벨을 누른다.

온 계단을 울리는 진동! 그렇다! 이곳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계단만 있는 저렴한 숙소였다. 누군가가 짜증스런 얼굴로 나오면서 예약했느냐고 묻는다. 자신있게 대답한다.

"Of Course"

#그림2중앙#

호텔에 도착하여 잠에 들때까지만 해도, 아침 일찍 빅토리아 메모리얼 홀을 가서 인도의 멋진 일출 풍경을 담으려고 했다. 그런데 새벽에 도착한 탓에 아침에 호텔에서 여러 가지 서류들을 작성하다보니 시간이 늦어져서 일출은 포기! 다른 일정을 고민하던 찰나 인도 가이드북에서 소개한 칼리 사원 이야기가 생각난다. 오전 10시부터 11시 사이 제물로 바쳐질 염소를 잡는 행사를 한다고 한다.

어렸을 때 동화로 보던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인도 여행 중 다시 읽었는데, 내용이 훨씬 잘 읽혀졌다. 이 책의 주요 배경은 인도인데, 칼리교가 19세기 전까지 얼마나 악명을 끼쳤는지가 잘 묘사되어 있다. 사람들을 목 졸라 죽여서 신전에 바치는 것이 다반사였으며, 남편이 죽으면 그 아내를 산채로 같이 불에 태워 죽였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 칼리 사원 근처에는 해골이 엄청났다고 하는데, 소설 속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가 구출한 '아우다 부인'의 이야기가 여기에서 나온다.

콜카타의 상징 중 하나인 악명 높은 칼리 사원을 가기 위하여 지하철 출구에서 막 나오니,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칼리 사원의 신도라는 청년이 다가와 신분증을 보여주며 나를 안내하겠다고 한다.

사원에 도착하자 안내를 한 젊은 친구는 나를 또 다른 사제에게 안내한다. 그 사제는 사원에서는 신발을 벗어야 하며 칼리신(칼리신은 3대 힌두신인 시바의 아내로 죽음과 사랑의 신이다) 및 시바신을 위한 몇 가지 제물들을 준비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직감적으로 이런 것들에는 필시 대가를 치러야 함을 느낀다.

첫 발을 떼기 전에 가톨릭에서 성수를 뿌리듯 사제는 나의 이마에 물을 툭툭 뿌린다. 힌두교에 있어서 물은 신성하다.

#그림3중앙#

사원 안에 들어서니 VIP들은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VIP란 바로 나 같은 현실감각이 없어 돈을 많이 낼 수 있는 외국인을 말한다는 것을 주변의 외국인들을 보며 알게 되었다.

처음 간 곳은 제물을 잡는 곳으로서 방금 전에도 염소를 잡아 피가 흥건한 곳이다. 평소에는 20마리 정도 잡는다는데, 방문한 날은 토요일이어서 아마 50마리 정도 잡을 거라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데 또 한 마리 흑염소가 잡혀 들어온다. 한 사람은 칼을 들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은 그곳을 둘러싸고 기원을 드리고 있다.

그곳에서 나도 그가 준 꽃을 이마에 대고 내 이름을 한 번씩 소리 내어 부르며 향이 타오르는 곳으로 던진 후 나와 가족의 행복을 기원한다.

잠시 후 그를 뒤따라 밖으로 나오니, 이미 죽은 흑염소의 살을 발라내는 곳으로 간다. 이곳에서 발라진 살들은 요리되어, 오늘 기도를 온 사람들에게 주어진다고 한다. 어디든 음복례(飮福禮)의 관습은 있나보다. 계속 그를 따라 사원을 둘러보는데 힌두 3신이라는 비슈누와 브라마, 그리고 시바를 상징하는 성물들과 상징화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 와중에 나도 이마에 제3의 눈을 찍었다.

처음에는 재로 찍고 그 다음에 한참을 가서 붉은 색으로 찍었는데, '티카' 또는 '틸라카'라고 하는 것이다. 뭔가 힌두교인 비슷한 인증을 받은 느낌이랄까. 처음은 항상 새롭고 의미가 부여된다.

사원을 돌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우리식으로 하면 소위 치성을 드리는 곳, 바로 신목(神木)이 있는 곳이다. 공항의 환전율이 좋지 않다고 하여 환전한 인도돈도 별로 없기도 했거니와 이런 곳에서 무슨 돈을 낼까 싶어 나름 크게 쓴다고 100루피를 꺼냈다. 그런데 그건 아니라며 고개를 젓는다. 앞에 놓여 있는 2천루피를 들어 보여준다. 이 정도는 내야 된단다.

행복에 대한 기원이 돈으로 어떻게 환가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루터도 종교개혁을 부르짖었던 것 아닌가! 대학 다닐 때 우연히 누군가를 따라 치성을 드린 적이 있는데,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기 위해 성의를 보이라고 할 때 그것이 가장 어려웠다.

이곳에서도 유사한 상황이다. 어쨌든 인도돈 루피는 가진 게 없고 달러 밖에 없다고 하니, 그럼 50달러를 내란다. 약간의 실랑이를 하다, 그래! 우리 가족의 행복과 평안을 비는데, 마음 기쁘게 쓰자! 그리고선 50달러를 주었다.

마음 편히 줬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인도를 여행하면서 그 돈이 제법 큰 액수인 것을 알게 되니 억울한 마음이 드니, 깨달음을 얻기엔 아직 멀었나 보다.

큰돈을 내서인지 나를 이끌던 그의 발걸음이 가볍다. 그곳에서 나와 사원 주변을 다시 돈다. 사원 옆에 네모난 조그만 인공 호수가 있는데,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몸을 씻고 있다. 수많은 힌두교인들에게 물이라는 것은 생명의 근원인 것이며 죄를 씻을 수 있는 것이다.

바라나시의 그 더럽다는 갠지스강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목욕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밖으로 나올 때 쯤, 가이드를 해준 그에게 답례를 줄려고 10루피를 꺼냈는데 손사래를 치면서 아직 아니란다. 나중에 주라고 한다. 아! 또 뭐가 남았구나라는 생각이 버뜩 든다. 그가 빨간색 염료와 몇 가지를 챙겨주면서 집에 가져가서도 바르고 집에 두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10달러를 달라고 한다. 집안의 행복과 안녕을 빌어주는데 돈 만원이 아까우랴. 우리 가족이 행복하면 되는 일이지. 칼리 사원에서 나와 하루 내내 이마에 붉은 제3의 눈을 찍고 콜카타를 거닐었다. 그러다 밤중에 드디어 인도인이 내게 인도말로 길을 물어보았다. 순간 기뻐해야 되는지 슬퍼해야 되는지. 기술문화법연구소 소장

#그림4왼쪽#

민경재는

지적재산권법을 전공한 법학박사로 전남대에서 저작권법 및 산업재산권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여행과 예술, 아름다움과 자유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전세계를 여행하는 노마드적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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