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시각- #미투와 무고 사이

@선정태 입력 2018.03.16. 00:00

선정태 정치부 차장

"선동은 한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때에는 사람들은 이미 선동돼있다."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으로 교묘한 선동정치의 1인자로 꼽히는 요제프 괴벨스의 어록이다.

'#MeToo' 운동이 변질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투'를 통해 긴 시간 성폭행 등 피해를 당했으면서도 차별적인 권력구조와 조직문화 속에서 분명히 본인에게 돌아올 불이익 때문에 밝히지 못한 피해자들이 서로 동참함으로써 용기를 얻고, 사회적 관심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불이익 가능성을 줄였다. 또 잘못된 문화와 관행을 바꿀 수 있는 계기도 됐다.

미투운동은 다른 이들의 폭로에 용기를 받아 자신도 함께 입을 다물고 있던 과거의 불의를 고발한다는 의미이지, 불이익을 막기 위해 익명성이 보장되는 고발이 아니었다.

원래 의미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분명 다른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 문제 중 하나가 무고다.

지난달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투운동 이전부터 '성범죄자'로 누명 씌우는 무고는 있어 왔다. 무고로 인해 가해자로 낙인 찍힌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있다.

서울 한 대학 교수가 제자를 성희롱했다고 여학생회에 제보했다. 이후 여학생회는 대자보와 집회를 열어 그 교수는 파면당했다. 그런데, 피해 학생은 진술을 조작했던 것으로 밝혀졌고 그 교수는 무고로 밝혀졌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북의 한 중학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한 중학교의 교사가 여학생 7명을 성희롱했다는 혐의로 교육청과 경찰청에 신고당했다. 조사결과 경찰은 해당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지만, 교육청은 대기발령을 내리는 등 '성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 교사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명 연예인의 성폭력 가해가 거짓으로 밝혀진 사례들도 있다. 사실이 아니라도 한번 성폭행범으로 낙인찍히면 벗어날 수 없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고발 한번이면 사실이 되고, 고발당한 사람은 가해자가 되버린다. 반박은 '2차 피해'라는 논리로 무시 당한다.

본래 미투운동의 핵심은 익명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공감과 용기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익명성이 주어지면 본래 취지는 줄어들면서 신용도 떨어지게 된다. 파급력도 약해지게 될 것이다.

사실여부도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누군가를 몰아넣을 수 있는 악용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그래서 미투운동의 본질이 변질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짓 제보가, 가짜 미투가 늘어나면 결국 아직도 미투에 참여하지 못하고 마음 졸이고 있는 피해자들만 더 힘들게 할 뿐이다.

무고 사례가 하나씩 늘어날수록 제대로 숨 쉬지 못하고 있던 피해자들을 더 숨막히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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