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시각- '미투(#MeToo)' 그리고 '펜스 룰(PenceRule)'

@김대우 입력 2018.03.09. 00:00

김대우 정치부 차장

서지현 검사의 폭로는 용감했다. 파장은 컸다. 20년에 한번 꼴로 발생해 수천km 지역을 완전히 파괴할 정도라는 지진 강도 9보다 더 셌다. 남북 정상회담 소식마저 삼켜버릴 정도로 강력했고 2018년 봄,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시인 고은, 연출가 이윤택, 배우 조민기, 배우 조재현, 영화감독 김기덕…,그리고 정치인 안희정이 그 정점을 찍었다. 더 강력한 누군가가 또 나올지 모르겠다. 현재 진행형이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Too)' 운동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에 대해 경각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불필요한 회식자리가 줄고 여성을 대하는 행동거지, 말 한마디도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연이은 '미투' 폭로에 불미스런 일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과도한 경계를 뜻하는 '펜스 룰(PenceRule)이 그것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002년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아내 이외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됐다. 구설에 오를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아내 이외 다른 여성들과 개인적인 교류나 접촉을 일체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펜스 룰'이 최근 연일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오르고 내리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이를 지지하는 남성들의 댓글이 넘쳐난다. 오해를 받기 싫은 남성들의 행동규칙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여성이 무섭다', '잘못 걸리면 인생 망친다', '무슨일을 당할지 모르니 회식은 남자들만 하자'는 등의 공감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고등학생 딸이 아빠는 당당해? 라고 물어와 당혹스러웠고 한편으로는 가족인 아빠까지 잠재적 성범죄자로 보는 것 같아 허탈감마저 들었다", "회식자리에서 같이한 여성동료에게 자리가 끝날 때까지 아무일 없었다는 각서까지 받자는 얘기도 나왔다"는 지인들의 경험담은 현재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미투 충격파'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이 참에 '미투 운동'을 계기로 우리사회에서 우월적 지위 등을 이용해 자행되는 권력형 성폭력이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뿌리를 뽑아야 한다. 정부도 관련범죄 법정형을 최대 10년까지 상향하고,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고 하니 적극지지하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한 켠으로는 우려감이 든다. 유명인들이 잇따라 '미투' 당사자로 거론되면서 모든 남성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바라보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특히 최근 직장에서, 사회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펜스 룰'과 맞물려 자칫 남녀간 성대결로 변질돼서는 더 더욱 안 될 일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권도 걱정이 한가득이다. '미투'가 상대후보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하나 둘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의 '미투' 운동이 왜곡되고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느 유명인이, 어느 정치인이 성폭력 사건에 휘말렸느냐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단 '미투'가 우리사회를 혁신하는 진정한 사회운동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냉철한 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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