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와 함께하는 말랑말랑과학

GIST와 함께하는 말랑말랑과학- 과학기술과 안보

입력 2018.03.02. 00:00 이윤주 기자
안보 개념 변화가 새 과학기술을 요구하고 과학기술 발전이 안보 개념 재정립을 요구

다양한 분야 세계적 수준 과학기술 역량을

국방과 국민안전 영역에 활용하고

영역 간 시너지 극대화 위해 다양한 노력

안전은 온 국민이 함께 참여해 만들어가는

의식과 문화가 제공하는 정직한 결실

최근 제천과 밀양의 화재사고, 포항과 경주의 지진발생 등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실제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보다 더 직접적 불안 요소들이 생활주변에 늘 존재하고 있다. 1993년 서해페리호 침몰(292명 사망),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192명 사망), 2014년 세월호 침몰(295명 사망)과 같은 감당하기 어려운 국민적 아픔들을 반복하지 않도록 과학기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인간은 본능적으로 항상 안전을 추구하는 존재이므로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이는 없겠으나,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같은 후발 산업국가의 경우 개인도 국가도 경제적 안정을 가장 먼저 추구하고 그 후에 멋과 디자인 예술을 찾고 맨 마지막에 안전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안전은 보이지 않는 가치이므로 사고발생으로 안전의 부재상태를 경험하기 전까지는 그 가치를 인식하기 어렵다는 특징 때문일까.

2015년부터 지자체의 안전수준을 교통사고, 화재, 범죄, 자연재해,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 7개 분야별로 계량화하여 지자체별로 1에서 5까지 등급을 부여하는 지역'안전'지수를 행정안전부가 매년 12월 발표하고 있다.

'안전(Safety)'은 통상적으로 재난안전의 줄임말로 사용되며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이 편안하고 온전한 상태를 말한다.

'재난'은 자연현상의 변화 또는 인위적 사고로 인한 인명이나 재산의 피해를 말하며, 태풍·홍수·호우·강풍·풍랑·해일·조수·대설·가뭄·지진해일·황사 등의 자연재난(재해)와 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환경오염사고 등의 사회재난 두 가지로 구분된다.

안보(Security)는 안전 보장의 줄임말로서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는 군사적 안보와 비군사적 안보로 구성되어 '국가이익을 위협으로부터 각종 수단을 통하여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특별히, '비군사적 안보'는 재난 대응 및 감소, 그리고 치안 분야로 구성되는 공공 또는 국민 안전의 영역으로서 탈냉전 이후 기후변화, 원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환경, 사이버, 메르스 발병과 확산의 보건 문제 등 비군사적이고 초국가적이며 글로벌한 영역의 위협요소들이 점차 증가하면서 안보의 개념은 군사적 안보 중심성과 국가 중심성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과학기술'은 과학과 기술이라는 단어의 결합으로서, 과학(Science)은 알지 못하는 것을 발견해 내는 행위로, 공학은 과학을 바탕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창조하는 행위로, 기술(Technology)은 존재하는 것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기술은 수단으로서 필요한 현장에서 활용되어 목적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때 비로소 기술로서 존재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더 고도화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시 과학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또한 필요하다.

안보 개념의 변화가 새로운 과학기술을 요구하는 한편, 과학기술의 발전이 안보 개념의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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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현대의 위협은 인간에 의해서만 아니라 과학기술 그 자체에 의해서 생성되는 성격이 강하다. 기후변화, 사이버 등 신흥 위협 이슈들은 그 위협의 기원이 과학기술에 있어서 위협의 과학기술적 특성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군사적 안보를 위해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1970년 개소하여 2017년말 현재 연구개발 인력 3천여명 규모로 세계 9위의 국방과학기술력을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해왔다.

또한 군사 정책 연구는 1987년에 설립된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약 500여명이 전담하고 있다.

비군사적 안보에서는 어떠한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1997년 국립방재연구소로 개소한 이래 현재 총 200여명이, 치안 부분에서는 치안정책연구소가 1980년에 정책 연구를 위한 치안연구소로 개소한 이래 2015년 치안과학기술의 기획, 관리, 연구를 전담하는 조직을 연구소 내에 신설하여 현재 총 40여명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군사적 그리고 비군사적 안보를 과학기술로 뒷받침하는 연구기관 간 연구인력과 예산의 불균형도 그렇다지만 그보다 군사적 비군사적 안보 과학기술 간 시너지와 공동활용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안보 차원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기획관리와 통제 시스템의 혁신적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9·11 테러 이후 미국 과학한림원장, 공학한림원장 등이 직접 나서서 국가안보 과학기술정책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면서 연구개발 프로그램과 연구전략 보고서(국가 안보를 위한 21세기 과학기술혁신 전략)를 작성,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9·11 테러 이후 신설된 국토안보부의 연구개발본부장에게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토 및 국가 안보위원회'의 공동의장 임무를 부여했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국민안전과 국방을 하나의 과학기술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하고 국방과학연구소장과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이 공동으로 의장을 맡도록 혁신적 변화를 결정한 것이다.

영국의 경우 56명이 사망하고 700여명이 부상을 당한 2005년 지하철폭발 테러 이후,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에 해당하는, 영국 DSTL(국방과학기술연구소)의 임무에 국토안보(Homeland Security), 재난 대응 및 복구(Resilience), 대테러 네트워크 및 무기, 사이버, 기타 부처 지원 등 비군사적 안보 영역을 포함하였고 총리실 산하 국가비상사무국(CCS)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그 사례로서, 2011년 DSTL이 예산을 지원하고 CCS가 후원하는 "재난 대응 및 복구를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Community Resilience Research)이라는 제목의 연구를 들 수 있다.

2018년부터 시작하는 '제3차 재난 및 안전관리 기술개발 종합계획'에 따르면 5년간 17개 부처가 투자할 범정부 예산은 4조 5천억원 규모다.

2002년 영국 정부 신뢰에 큰 타격을 주었던 광우병과 구제역 사태를 처리하는 데 약 100억 파운드(약 15조원)의 비용이 필요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각 부처에 일임해야 할 재난안전 기술개발 영역과 예산, 범부처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을 구분하여 제한된 예산의 투자효율성을 극대화 하도록 '선택과 집중' 전략 추진을 위한 객관적 기준 그리고 강력한 통제시스템을 함께 마련할 과제를 안고 있다.

GIST는 2016년 민군겸용기술 '레이저 기반의 무선 전력전송기술개발사업(5년·75억원)'의 주관 연구기관에 선정되어 드론이 이착륙 없이 계속 떠있을 수 있도록 레이저로 드론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이다. 국방과 치안, 재난안전 현장에 어떤 용도에도 활용이 가능한 기술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 냉각장치에 전원공급이 중단되면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사고도 무선으로 전력공급이 가능한 시스템이었다면 예방이 가능했던 사고다.

같은 해 GIST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화학사고 대응 환경기술개발사업(6년·135억원)'의 주관 연구기관에 선정되어 화학사고 후 대기나 하천, 토양으로 확산된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진단하고 피해 상황과 규모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연구 개발(R&D)을 수행 중이다.

2017년에는 해양수산부의 '어구 자동식별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사업(6년, 175억원)'의 주관 연구기관에 선정되어 IoT 융합기술을 해양 안전과 산업 발전에 활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위의 국가안보를 위한 연구사업 사례에서 보듯이, 국방과학기술을 위한 방위사업청의 전문연구기관으로서 군 통신 및 네트워크, 고기능성레이저 등의 분야에 2016년 위촉된 GIST는 다양한 분야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 역량을 국방과 국민안전 영역에 활용하고 영역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GIST는 국가안보를 위한 첨단과학기술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안보를 과학기술이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안보과학기술' 개념의 국내 정착 및 확산을 주도하고 '안보과학기술' 분야 한국 대표연구기관으로서 세계적 연구기관들과 협력하기 위해서 GIST-안보과학기술센터(Center for Security Science & Technology)를 2016년 말 설립했다.

안전은 온 국민이 함께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의식과 문화가 제공하는 정직한 결실이다.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과학기술계가 더 능동적으로 역할을 하고 더 크게 기여하도록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자.

이기훈 GIST 안보과학기술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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