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MICE 이야기

김기태의 MICE이야기 제3장 회의의 또 다른 이름'컨벤션'<29> '우리 것'으로 만든 MICE

입력 2018.03.01. 00:00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MICE 발전'우리의 것이 답'
후미진 돌담장, 곰삭은 김치에'한옥에서 하룻밤'이 주는 매력
'한국적인 것'으로 외국인 불러 MICE 이름으로 빠져들게 해야
우리가 낮게 평가했던 많은 것들, MICE의 탄탄한 소재로 활용
'청사초롱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각종 회의 또는 전시회, 박람회를 전후로 MICE 참가자들을 위해 한국적인 볼거리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담양군 대나무 공원인 '죽녹원'을 즐기는 관광객들. 담양군 제공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우리가 만든 물건이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들을 보면 확실히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손톱깎이, 오토바이 헬멧, 밥솥 하나로 세계를 제패한 작은 기업들이 있다. 고추장을 듬뿍 넣은 비빔밥으로 중국인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인도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솜씨와 기술, 우리가 늘 먹고 사는 '우리의 것'이나 '우리다움'이 세계인들에게 먹혀들고 있는 것.

MICE 업계에서도 '우리의 것'이나 '우리다움'은 통할까? 회의나 전시회 참가자들이 한국을 찾을 때 우리는 무엇으로 어떻게 그들을 녹일 수 있는지를 찾아보자.

전시회나 회의 참가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사전 관광(Pre-Tour)이나 사후 관광(Post-Tour)을 제공한다.

이 때 우리가 그들을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잠을 재우고, 한글을 익힌 뒤 한식을 맛보게 하고, 한국음악을 들려주면 어떨까? 우리의 후미진 뒷골목을 보여주고, 곰삭은 김치에 시큼한 막걸리를 권하고, 헐렁한 한복을 입혀 돌담길을 걷게 하면 좋아하지 않을까?

정작 우리들은 하찮게 여기는 '한옥에서의 하룻밤'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옥체험 또는 고택체험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인들을 묵게 하면 도시의 유명 호텔과 맞먹는 숙박비를 받아도 기꺼이 좋아한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좋아하는 한국음식을 물었더니 김치, 막걸리, 불고기, 비빔밥, 잡채, 김밥, 파전, 삼계탕을 주로 좋아한다고 한다. 가장 한국적인 음식들이 아니던가?

우리가 입고 먹고 자고 즐기는 것들은 이미 벽안의 서양인들도 좋아하는 것들이 돼 버렸다. #그림1중앙#

가장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 찬 '한스타일박람회'라는 전시회가 열려 한글을 통한 캘리그래피, 한글패션, 한글팬시를 비롯 전통한복, 한복 악세사리까지 등장한다. 발효음식, 떡, 장류, 음료, 전통술 등의 한식과 한옥 조경, 한옥인테리어, 전통한지, 기계한지, 한지공예 등도 선보인다.

한스타일박람회에는 국악기, 공연기획, 음반, 도서, 한국음악교육 등 한국음악과 노래, 드라마, 영화, 게임,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한류(韓流)'가 전시의 소재로 등장한다. 세계는 MICE에 빠져 있다.

그리고 MICE는 '한국적인 것'에 빠져 있다. 그리고 세상은 MICE를 향해 있다. 우리 주변 많은 나라들이 MICE로 미래의 부(富)를 창출하려 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길은 역시 '우리의 것이 답'이라는 결론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유산, 우리가 먹고 자고 입고 즐기는 것으로 승부하면 된다. 만약, 우리가 홍콩에 간다면 홍콩다운 것을 맛보고 싶어 하고 지극히 홍콩다운 것을 즐기려 하는 것과 똑같다.

우리도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이들을 불러들여 MICE라는 이름으로 이곳, 한국에 미치게 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스스로 저평가했던 우리가 갖고 있는 많은 것들이 오히려 MICE의 탄탄한 소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박한 한국 서정을 간직한 담양 소쇄원이라는 한국식 정원을 보여주고, 강진에서 고려청자를 빚어보게 하며, 순천만 갈대숲을 걷게 한다면, MICE 참가자들의 혼을 빼놓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서울 G20정상회의는 MICE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교과서적인 행사라 할 수 있다. 지구상 최고의 사람들이 모이는 이 메머드 MICE 행사는 '청사초롱'을 심벌로 채택했다.

'청사초롱'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손님맞이 이미지. 청사초롱은 어둠을 밝히고 바른 길을 안내함과 동시에 손님을 따뜻이 환영하는 배려의 마음을 담고 있다.

우리는 이제 MICE가 화석연료 고갈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녹색의 미래 대안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것도 우리들이 갖고 있는 '가장 우리다운 것들'로 외국 손님들을 정성껏 맞이하면 된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하도록 하자. 김기태 김대중컨벤션센터 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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