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의 창

무등일보·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원 공동기획 아시아문화의 창 <1>사람과 개: 야생에서 반려로

입력 2018.02.12. 00:00
1만4천년 전부터 함께 해 온 인간과의 좋은 인연
암각화부터 근·현대작품까지 등장 ‘충·보은’의 대명사
'친근한 모습''기피 대상' 등 긍정과 부정 양면적 의미
아시아문화전당 설 맞이 ‘무술년 테마전:아시아의 개’
꿩 깃털을 물고 있는 강아지(犬圖). 조선 초기 왕손 출신이자 영모화(翎毛畵)로 이름을 떨친 이암(李巖, 1499~1566)의 작품이다. 강아지를 밝고 따뜻한 분위기로 표현해 한국적인 정취가 풍기는 독자적인 화풍을 보여주고 있다.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

무등일보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연구소(소장 조현종)와 공동으로 연중기획시리즈를 선보인다.

아시아문화연구소는 문화전당의 콘텐츠 창·제작과 전시·공연·교육 등에 필요한 아시아 문화자원을 연구하고 수집, 보존하는 기관이다. 이 곳 연구진들이 아시아문화예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함게 펼쳐나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애완동물 하면 개를 떠올리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애견카페도 볼 수 있으며, ‘개밥 주는 남자’,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등 전문 방송 프로그램도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과연 ‘개’는 얼마나 오래전부터 사람과 함께 했을까? 1914년 독일 본 오베르카셀(Bonn-Oberkassel)지역의 한 채석장에서 작업 인부에 의해 남녀가 묻혀있는 1만4천년 전 무덤이 발견되었다. 무덤에서는 인골(人骨)과 함께 가장 오래된 견골(犬骨)이 발견되었다. 적어도 이즈음부터 사람의 인식 한 켠에 개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최근 미토콘트리아 DNA 분석을 통해 개의 기원이 3만년 전까지 올라가고 있으나 어디서 발생해서 어떻게 퍼져나갔는지 아직도 논의가 분분하다.

#그림1중앙#

사람과 함께 묻힐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 생활과 밀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칼박타쉬, 차간살라 등 알타이산맥에 있는 유적에는 개의 모습이 새겨진 암각화가 많이 보인다.

암각화는 주로 사람이 개와 함께 사냥하는 모습을 새겼다. 이러한 암각화는 세계 여러 곳곳에서 나타나는데, 사우디아리비아 슈와이미스 암각화에서는 활을 든 사냥꾼과 함께 목줄이 묶여 있는 개가 새겨져 있고, 아시리아 암각화에서는 사자가 탈출하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 병사와 개가 함께 서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렇듯 처음에는 사냥견의 역할을 하다 차츰 늑대나 곰과 같은 위협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지키게 된다.

근거리에서 사람과 같이 생활하게 되면서부터 개는 속담, 설화, 회화나 조각품 등에 빈번히 등장하게 되었다.

조선 말기 회화에서는 ‘오동나무 아래 달을 보고 짖는 개’의 모습을 그린 그림(梧桐吠月圖)이 유행하였는데, 오동나무와 귀신을 쫓는 영험을 지닌 개를 함께 그림으로써 나쁜 기운을 내?고 평안을 기원하고자 한 것이다. 무덤의 벽화에 개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무덤을 지키는 진묘수(鎭墓獸)의 역할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개는 부정적 함의 또한 갖고 있으며 이런 양가적 의미는 아시아 전역에서 나타난다. ‘개를 따라가면 측간으로 간다.’라는 말이 있다. 좋지 않은 사람과 사귀면 결국 좋지 못한 데로 가게 된다는 우리 속담이다.

이슬람교에서는 ‘하디스’(Hadith)에 등장하는 ‘광견병에 걸린 불결한 동물’로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슬람 미술에서는 인간과 친근한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아시아 곳곳에서 나오는 설화 속에는 오히려 충(忠)과 의(義)의 대명사로 등장하기도 한다. 몽골 설화에 따르면 개가 충직하여 사람의 재산을 잘 돌보고 양과 가축을 잘 지켰기 때문에 좋은 별명을 얻어 황금색 글자가 박힌 증명서까지 상으로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림2중앙#

일본 도쿄 시부야에는 개의 동상이 하나 세워져 있는데, 시부야의 상징으로 주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계속 주인을 기다렸다는 ‘하치’라는 충견을 기리는 동상이다. 이 이야기는 훗날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지금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개의 특별한 감각 능력이 활용되면서 그 역할이 이전보다 다양해지고 중요해졌다. 이처럼 ‘개’는 이제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라이브러리파크에서는 설을 맞이하여 ‘ACC 무술년 테마전: 아시아의 개’(2월13일~3월25일)를 선보인다.

개는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 중 하나로 1만4천년 전부터 함께 생활했던 것으로 보인다. 8천년 전 암각화에서부터 근·현대 미술작품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문화예술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개는 주인과 가축, 그리고 집을 지켜주는 수호의 능력이 강조되면서 안전과 풍요를 상징하게 되었고, 아시아의 여러 이야기에 충(忠)과 보은(報恩)의 대명사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오늘날에는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거나, 각종 범인 검거 및 인명 구조에 투입되는 등 그 역할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 #그림4오른쪽#

이번 테마전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몽골, 인도 등 아시아의 ‘개’의 모습을 각종 문화 예술품과 이야기를 통해 살펴보았다. 아울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수집한 개와 관련한 자원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이번 테마전을 통해 무술년 새해 우리에게 친근한‘개 ’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설 연휴 기간 동안에는 라이브러리파크 블랙박스에서 개를 소재로 한 영화 ‘벨빌의 세 쌍둥이’, ‘초원의 왕 도제’, ‘동굴에서 나온 누렁개’, ‘올드독’ 등도 상영되니, 가족과 함께 우리 생활 속 개의 의미를 되돌아볼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임동중 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원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