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이 시큰하고, 콧물이 주르륵 흐른다. 코맹맹이 소리도 난다. 추위가 온 거다. '시큰하다'는 추위를 느낄 때 쓰지만 깊은 고마움(슬픔)이 찾아올 때도 쓴다. 콧물이 '쭈르륵' 흐르기도 한다. '쭈르륵'은 '주르륵'보다 센 말이다. 이때 '주루룩'이라 쓰면 틀리다.
'-르륵'은 주로 '까르륵' 웃거나 울 때, 배가 '꼬르륵'할 때 쓰고, 담벼락이 '와르륵' 무너질 때 쓴다. '-루룩'은 갈매기가 '끼루룩'할 때, 라면국물을 '후루룩' 마실 때 쓴다. 추위는 코에게 가장 먼저 닿고, 코는 앞장서 추위에 맞선다. 아무튼 추위가 삶을 맹맹하게 만들었다.
모처럼 겨울다운 눈도 왔다. 소복하게 쌓인 하얀 눈은 마음을 가지런하게 만든다. 눈 속에 파묻힌 지금(현재)과 앞날을 떠올려 새로운 다짐을 하게도 한다. 강아지와 아이들은 마당과 들에서 뛰놀며 제 노릇을 하고, 어른들은 안전을 챙기며 제 몫을 한다.
'노릇'은 맡은 바 일이고, '몫'은 마땅히 해야 할 구실이다. 요즘은 낯선 일들이 많아지고, 불쑥한 일들이 터지니 사람들은 법을 만들어 누구는 무슨 노릇을 하고, 누구는 어떤 몫을 하도록 규정짓기도 한다. 법으로 규정짓지는 못하지만 겨울'답게' 눈과 추위가 오듯 사람'답게' 할 일과 지켜야 할 일 따로 있다.
'~답게' 일을 하고, '~다운' 일을 한다는 건 아름답다. 추위에 떠는 사람을 보면 걱정에 그치지 않고 돌보는 일,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사람다운 일이다. 이웃에게 무슨 어려움이 있는지, 함께 행복할 방법은 무엇인지 살피고 찾는 일 또한 사람들의 '노릇'이고 '몫'이다.
어렵고 힘든 일 생길 때 팔 걷어붙여 서로 돕는 일은 사람다운 원칙이고 상식이다. 사람의 마음에는 '착함'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착함'의 다른 말은 바름이고, 선(善)이고, 정의(正義)다. 착함과 바름, 마음에서 우러나는 일이고, 선과 정의, 마땅히 해야 할 평범한 일이다.
아무리 평범한 마음을 간직한 사람이더라도 <잇속>이 끼어들면 악한 마음으로 방향을 틀어버린다. 무엇이 세상을 밝게 하는지 알면서도 잇속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는 일을 미룬다.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세상이 오는지 알면서도 잇속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할 일마저 남에게 떠넘긴다.
잇속은 제 몫의 노릇(역할)을 안 하게 만들면서 평범함 속에 숨어있다. 그래서 잇속은 무서운 평범이고, 평범을 잃은 잇속은 악(惡)이다. 사람들은 악이 되지 않으려고 배운다. 많이 배운 사람은 '사회지도층'이나 '오피니언 리더'가 되니까 그 누구보다도 착함과 바름과 선과 정의를 평범하게 간직해야 한다.
제천 화재 참사, 검사 성추행 사건, 법관 블랙리스트 파문,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참가를 비롯한 사회 논쟁거리(이슈)마다 나오는 사회지도층들의 책임 없는 '아무 말 대잔치'에 언론들은 휘둘려서 시민들을 터무니없는 길로 이끈다. 그래도 깨어있는 시민들은 터무니를 찾는다.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착함도 내던지고 바름도 팽개치는 정치인들의 엉뚱한 말잔치를 언론들은 검증하지 않아서 시민들은 속는다. 그래도 눈 밝은 시민들은 평범함 속에 감춰진 악을 한 눈에 알아챈다.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에게 우리 삶은 오래도록 끌려 다녔고, 사회지도층이라는 이름 앞에 억눌려 지냈다. 평범하던 사회지도층이 '잇속'이라는 무기를 등에 지는 순간 우리 사회가 시궁창이 되어버린 역사를 여러 차례 겪었다.
못된 짓이 넘쳐날 때 배운 사람들은 '복마전(伏魔殿)'이란 말을 쓴다. 마귀가 숨어있는 커다란 집, 나쁜 일이나 꿍꿍이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악의 근원지를 일컫는다. 꿍꿍이는 비밀리에 약삭빠른 속임수를 꺼내들기도 하고, 누군가를 꾀어 죽이려는 일도 서슴없이 한다. 나쁜 목적을 이루려는 흉악한 짓들! 사회지도층이 꼭 복마전이라는 말은 아니다.
사회지도층은 언뜻 평범함으로 다가온다. 그 평범함이 잇속과 만나면 악으로 바뀌지만 평범한 얼굴을 한 채 시민들을 속이며 악한 짓을 한다. 올바르지 못하면서 지도자 흉내를 내고, 엉터리 아무 말 대잔치를 지식인 냥 늘어놓으면서 마땅하지 않은 일을 당연하듯 강요한다.
사회지도층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아무 말 대잔치'로 사회는 뒷걸음질 치고, 뒷걸음질 친 사회를 고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시민의 행복에 써야 할 돈이 아무 말 대잔치의 뒤치다꺼리에 쓰이고, 시민들의 행복은 멀어진다.#그림1왼쪽#
아무 말 대잔치 속에서도 우리가 깨어있어야 하고, 엉뚱한 말잔치 사이에서도 우리가 감춰진 악을 찾아야 하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우리 또한 평범함 속에서 감춰진 악의 발톱을 더 약한 자들에게 드러내고 있는지 살피고 고칠 일이다. 그러고 있는 경우 많으니까.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콘텐츠산업진흥본부장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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