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시각- 괜찮아, 더 잘될거야

@주현정 입력 2017.11.17. 00:00
주현정 지역사회부 차장대우

'사상 첫', '초유 사태', '유례없는'. 신문 지면을 비롯해 뉴스를 온통 뒤덮고 있는 단어다. 포항 지진 여파로 수험생들의 안전성, 형평성을 담보할 수 없어 긴급 결정된 2018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의 일주일 연기 소식 때문이다.

지난 15일 오후 8시 20분께 전격 결정된 김상곤 교육부장관의 긴급발표 후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멘탈붕괴, '멘붕'에 빠졌다. "예비소집 앞두고 그간 공부했던 책 다버렸는데 망했다", "수능 연기 뉴스 접하자 마자 그대로 책상에서 일어나 침대에 누워버렸다", "우리집 고3 아이가 울고불고 난리다"는 등의 허탈한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당혹스러움도 잠시 이내 평정심을 찾는 모양새다. 더욱이 '안전'때문에 내려진 결정 아닌가. 수험생은 물론 전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 일대 사건이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결정이기에 수긍하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주일의 시간을 벌었다. 다시 파이팅", "안전이 최우선이다. 잘한 결정", "새로 주어진 마무리 시간 알차게 보내자" 등 수험생들은 이미 현실을 받아들이고 재정비 체제로 접어들었다. 맞다. 앞으로 6일의 시간을 벌었다. 당혹스러운 심정은 추스리고 재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적어도 17일까지는 순연되는 대입전형 일정을 확인하면서 휴식을 취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하루이틀이 아니지 않은가. 앞으로 6일, '다시 D-6'이다. 혹시나 미흡한 부분은 없었는지 다시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우왕좌왕 남은 시간을 보내기 보다 꼼꼼하게 계획표를 짜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막연한 불안감을 다스리는데도 계획이 도움이 될 것이다. 잠시 흐트러졌던 마음은 학습계획을 다시 짜며 다잡아보자.

학교현장 교육 전문가들은 탐구영역을 집중 공략하라고 조언한다. 다른 과목에 비해 사회와 과학 등 탐구영역은 단기간 내에 실력 향상이 가능한 과목이기 때문이다. 또 '1주일 단기 특강'과 같은 학원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것 보다 오답노트 등을 중심으로 개별적 마무리 학업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들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건강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최고조에 달했던 긴장감이 풀리면서 자칫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감기라도 걸렸다가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수능 당일에 맞춰 조절했던 컨디션과 생활리듬도 일주일 더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변경되는 대입전형 일정을 예의주시하게 살펴봐야 한다. 당장 이번 주말과 휴일에 예정된 주요 대학 논술고사도 연기됐기 때문이다. 이후도 마찬가지다. 수능이 일주일 미뤄지면서 관련 대입 일정도 순차적으로 조정됐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인터넷에서 큰 공감을 받은 글 하나가 있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을 가까이서 지켜 본 한 현직교사의 글이다.

정부의 수능 시험 연기 결정를 두고 "효율과 다수의 이익이 우선이던 한국사회에서 안전과 소수의 배려가 먼저라는 것을 알린 일대 사건"이라고 평가한 그는 "'정권이 바뀌었어도 설마 내일이 수능인데 연기까지야 하겠어'라고 생각했지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썼다.

소수의 불이익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수에게 불편을 양보해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 그걸로 됐다. 한 치 앞 모르는 게 인생이라지 않은가. 이 또한 즐기자. 이번 생은 처음이지 않은가. 괜찮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