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발굴 방식 활용…유해 발견 여부 15~20일 소요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들을 살해, 암매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옛 광주교도소 발굴작업이 이르면 이달말 시작된다. 앞서 현장조사를 통해 특정한 유력장소를 중심으로 발굴작업에 나서는 5·18기념재단은 이 곳에서 유해가 발굴될 경우 당시 재소자와 3공수여단 부대원 등이 암매장지로 지목한 장소 등도 추가발굴할 계획이다.
◆교도소 북쪽 담장 바깥쪽 집중 조사
이번에 집중적으로 발굴 작업을 실시하는 장소는 교도소 북측 담장 바깥쪽 전체 300m 중 폭 3~5m, 길이 117m 구간으로, 당시 공수부대의 순찰로 인근 부지이자 3공수여단 16대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이 곳은 지난 1995년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던 3공수여단 본부대장 김모 소령이 작성한 진술조서와 약도를 통해 특정된 지역이다.
김 소령은 당시 검찰 조사에서 "24일 오후 6시부터 2시간에 걸쳐 전남대에서 광주교도소로 호송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3명을 포함해 12구의 시체를 매장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그가 작성한 약도에는 '교도소 담장에서 3m 정도 이격해 매장했다','잡초가 우거졌고 논과 밭, 그리고 500m 전방에 낮은 능선이 있다', '관을 사용하지 않았고 가마니로 시신 2구씩 덮고 묻었다'고 기록돼있다.
특히 이 곳은 당시 재소자였던 최모씨의 증언과도 일치하는 지역이다.
80년 5월 광주교도소에 수용돼 있던 최씨는 "일반 수인들은 오후 5시면 모두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모범수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로웠다"며 "어느 날 교도소 담장 밖으로 포크레인이 작업하는 것을 보았다. 두 군데 지역이었는데 움푹 들어간 계곡처럼 내려오는 곳이었다. 당시 모범수 사이에서는 시신을 묻는 작업을 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현장조사에도 참가한 그는 암매장 장소를 교도소 구내로 판단했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교도소 외곽임을 확인했다.
그가 지목한 장소는 당시 재소자들이 인분을 사용해 농사를 지었던 농장으로,김소령이 작성한 약도와 동일한 지역이다.
◆최첨단장비 등 문화재발굴 방식 활용
발굴작업은 문화재 발굴과 같은 학술조사 방식으로 정교하게 진행된다.
재단은 ▲암매장 역순 재현 ▲유해 관련 모든 정보 복원 ▲유해 발견시 전문가와 함께 전문적으로 수습 ▲복원과 보존 염두에 둔 발굴 등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발굴작업에 나선다.
재단은 유력 장소로 추정된 지역이 풀숲과 아스팔트 등으로 덮혀 있어 이를 제거하는 작업을 먼저 실시할 예정이다.
굴삭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이를 제거하고 표토층을 10~30cm 가량 걷어낸 뒤 트렌치(시굴조사용 구덩이)를 설치, 해당 지역의 지질학적 모습 유해와 관련된 정보를 복원할 계획이다.
재단 측은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발굴 계획을 수립한 뒤 정밀 발굴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유해 발견 여부는 발굴 작업 개시 후 15일~20일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아울러 추가 제보지역과 의심지역에 대해서도 지중탐사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를 투입,탐색에 나선다.
발굴 조사는 고고학 분야 전문가인 조현종 전 국립광주박물관장이 총괄한다.
지난 1992년 광주 신창동 유적을 발굴하는 등 국립박물관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조 전 관장은 함평 양민학살 관련 발굴 작업을 전담한 바 있다.
유해 발견시 검찰의 지휘 하에 박종태 전남대 법의학 교수와 윤창륙 조선대 임상치의학교수 등 법의학·치의학 전문가가 참여해 수습 작업에 나선다.
신원 확인은 5·18 행불자 신고를 한 130가족 295명의 혈액을 보관하고 있는 전남대 법의학교실을 통해 유전자 대조작업을 통해 이뤄진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행불자로 합리적인 의심이 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특히 가족이 없는 분들은 아무도 그들을 찾고 있지 않다"며 "마지막까지 그들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5·18진실규명 차원에서 복원과 보존을 염두에 두고 발굴 조사를 하겠다.발굴되지 않으면 다른 지역을 찾아야 한다. 이 곳에서 단서나 흔적을 찾기를 희망한다"며 "만약 유해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 행불자 단체 등을 포함해서 논의 구조를 확대해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5·18당시 광주교도소 사망자는 27~28명(군 발표자료)으로 수습된 시신은 11구 뿐,나머지 16~17구 시신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서충섭기자 zorba85@naver.com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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