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영화관 살리기 지역의 힘으로

지역 영화관 살리기,'지역의 힘으로' <13> 프랑스 영화를 지탱하는 힘 CNC

입력 2017.09.27. 00:00 이윤주 기자
다양성 영화·민간영화관 지켜내는 프랑스
자비에르 라흐두

'영화의 나라' 프랑스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CGV, 롯데, 메가박스를 제외하곤 독립·예술영화전용관 밖에 남지 않은 우리나라 보다는 조금 낫겠지만 대형 배급사가 멀티플렉스를 직접 운영하는 수직계열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도 헐리우드 직배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상위 5대 배급사와 방송사 채널 배급사까지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에만 내몰지 않고 정책적으로 다양성 영화나 작은 영화관들이 지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Centre National du cinema et de l'image animee·CNC)가 있기 때문이다.

1946년 설립 후 70년 동안

자국 영상문화 보호에 앞장

다양한 매체 통해 기금 조성

풍부한 문화 유지 위해 노력

◆ CNC의 탄생과 역할

 프랑스는 현대영화의 발상지이지만 20세기 들어서 헐리우드 영화의 영향력이 커지자 자국 영화산업 추스르기 위해 1946년 10월 문화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립영화영상센터를 설립했다.

 이후 프랑스 영화 황금기인 누벨바그시대를 이끌며 70여년 동안 프랑스 영화와 방송영상산업을 지원해왔다.

 우리나라 영화진흥위원회가 모델로 한 곳도 바로 CNC다. 실제 프랑스는 유럽연합의 영상진흥책을 주도하는 국가로 헐리우드의 문화침략에 맞서 강력하게 저항하며 문화다양성을 위한 실질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CNC의 기금은 다양한 곳에서 조성된다.

 영화 관람료의 10.72%에 해당되는 영화티켓세, 방송매출 수익의 5.5%인 방송사업자 납부금, 비디오사업자와 VOD사업자의 부담금(매출 2%) 등으로 기금을 조성한다.

 지난 2012년 조성된 기금총액은 7억 4천945만유로(약 1조1천억 원)로 이중 19%는 영화티켓세금(TSA), 77%는 방송사업자납입금(TST), 4%는 비디오배급업자와 VOD사업자의 납입금(VoD)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프랑스 문화의 보존과 다양성에 기여하는 장르들에 전방위적으로 지원된다. 영화의 제작, 배급, 창작, 극장 현대화, 영화 기술 산업 등 뿐만 아니라 시청각분야, CD, DVD, 인터넷 망 같은 영상관련 신기술 분야의 지원도 포함한다.

 이 중 민간영화관에 대해서는 오래된 시설이나 새로운 장비를 교체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부터 예술영화나 실험영화 등 다양성 영화 상영 등에 지원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영화관들이 배급사의 횡포에 시달리지 않도록 양쪽을 조정하는 역할도 해오고 있다.

 시장경제효과를 누리는 곳으로부터 기금을 끌어내 문화적 다양성을 유지시키기 곳에 지원하는 것은 프랑스가 지난 2013년 문화정책방향으로 천명한'문화적 예외'에서 기인한다.

 '문화적 예외'는 1980년대 이후 프랑스가 주창해온 개념으로 '문화는 시장경제에 의존해서는 안되며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2005년 10월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문화다양성협약'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개념이기도 하다.

◆ 관람객수의 증가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영화계도 심화되는 수직계열화에 대한 고민이 크다. 실제 헐리우드 직배사나 대형 배급사의 점유율이 집중되고 다시 대형 배급사가 경영하는 멀티플렉스의 극장 점유율의 증가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3대 배급사인 파테-고몽, CGR, UGC의 스크린은 30%에 불과하지만 시장 점유율은 52.1%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는 대도시로 갈수록 심화돼 파리의 경우 3대 멀티플렉스의 스크린은 71.5%에 불과하지만 점유율은 88.6%에 달하고 있다.

 프랑스 자국 영화의 비중이 낮아진 것도 씁쓸한 부분이다.

 다만 고무적인 것은 전체 영화 관람객수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CNC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영화관 총 관객수는 2억1천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50여년만에 4번째로 2억명이 넘어선 수치다. 이는 연중 평균 3명 중 2명이 영화관을 찾았으며 관람객 당 5.3회 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비디오게임, TV 등 다양한 매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을 찾는 인구가 증가한 의미있는 자료다.

 프랑스의 영화산업이 호황을 맞은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작은 영화관 활성화도 한 몫 했다는 것이다.

 멀티플렉스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한 개의 스크린만 가진 작은 영화관도 23개가 늘어나면서 소도시의 영화인구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다만 프랑스 자국 영화 관람수는 전년 대비 21.4% 하락한 7천180만명이었으며, 외국영화부분은 1억 500만명으로 13.9% 상승했다.

 이처럼 멀티플렉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1천만명 관람객이 동원되는 작품은 드물다.

 프랑스의 경우 멀티플렉스에서 한 영화를 여러 스크린에서 상영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멀티플렉스가 이를 지킨다.

 실제 '다양성'을 중시하는 프랑스의 경우 관객들이 대규모로 몰리는 작품에 대해 오히려 조사를 실시하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자비에르 라흐두 CNC 시네마 디렉터는 "영화 관람객수가 증가한 것은 분명히 멀티플렉스의 영향이 크지만 그들의 수익이 기금조성에 기여하고 다시 이것이 작은영화관을 살리는데 지원되기 때문에 순기능도 있다"며 "프랑스 정부의 노력도 있지만 늘 영화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함께 지켜나가는 관객들의 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이윤주기자 storyoard@hanmail.net

-자비에르 라흐두 CNC 시네마 디렉터

"민간영화관 '공공의 힘'으로 지켜내야"

멀티플렉스의 자율성 규제 대신

전용관들 지원책 늘리는 것 중요

지난해 50년만에 관람객 수 증가

자국·다양성 영화 지켜낸 결실

프랑스 국립영상센터(Centre national du cinema et de l'image animee·CNC)는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엄청난 예산에 방만한 업무와는 달리 외관은 문 옆에 작은 간판을 눈여겨 보지 않고는 그냥 지나칠만큼 평범했지만 막상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방문절차는 꽤 까다로웠다.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올라 2층 사무실에서 만난 시네마 디렉터 자비에르 라흐두(Xavier Lardoux)는 친환경 종이컵에 직접 만든 캡슐커피를 권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사무실 왼쪽 벽난로 위쪽에 걸린 프랑수와 트뤼포의 유작 '신나는 일요일' 포스터 아래서 여유있는 미소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라흐두 디렉터는 민간 영화관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적인 지원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영화관 특히 민간 영화관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며 "프랑스 CNC나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 같은 기관의 '공공의 힘'으로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라흐두 디렉터는 "멀티플렉스도 당연한 권리가 있으며 억지로 그들을 규제할 수는 없다"며 "민간영화관이나 독립영화·예술영화전용관들에 대한 지원을 더욱 늘려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그는 "멀티플렉스나 대형 배급사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소규모 민간영화관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프랑스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그들이 폐관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지 않도록 시설부터 영화배급, 상영작 지원까지 모든 분야에서 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라흐두 디렉터는 프랑스 영화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지난해 50여년만에 관객수가 증가한 의미있는 결실도 거뒀다"며 "멀티플렉스가 관객유입에 영향력을 발휘한 것도 사실이지만 예술영화전용관도 전체 관람객수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프랑스의 경우 1년에 상영되는 자국영화가 300여편으로 세계적으로 1위다"라며 "전체적이 상영작도 10년전 450편에서 지난해 700편으로 64.2% 상승했을 만큼 다양성도 갖추고 있다"고 자부했다.

실제 프랑스의 경우 멀티플렉스를 포함해 상영관이 많아도 대부분 다양한 작품을 스크린에 내걸며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라흐두 디렉터는 '공공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민간영화관이 멀티플렉스와 경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정부 혹은 지자체, CNC 같은 공공기관에서 자율성은 해치지 않으면서 정책적인 뒷받침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민간영화관들이 유지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윤주기자 storyoard@hanmail.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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