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유치원에서 돌아온 다섯 살 아이의 책가방 안에 낯선 서류 1통이 담겨있었다.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 폐기', '사립유치원 정부 재정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탄원서였다. '18일은 쉽니다'. 며칠 전 받은 일방통보의 충격도 가시지 않았는데, 여기저기 '보육 구걸'을 하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질 대로 곤두섰는데, 탄원서라니. 어이가 없었다. '동의하시면'이라는 단서가 달리긴 했지만 사실상 강요나 다름없었다. '해도 너무한다. 절대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정리했는데도 '탄원서 안 보냈다고 혹시나 아이를 차별하지는 않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이 교육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선 절대 큰 소리 못 낸다'. 언젠가 육아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지난 보름이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오지 못한 기분이었으리라. '퇴로는 없다.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앞만 보고 간다'며 집단 휴업 카드를 꺼내든 전국의 사립유치원 총연합회 격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입장 발표를 시작으로 'D-DAY'를 사흘 앞두고 '교육부와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며 휴업을 철회하더니 불과 7시간 만에 다시 판을 뒤집어 휴업을 강행하려다 결국은 백기를 든 모습을 지켜보면서 말이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부모들은 오락가락, 제멋대로였던 사립유치원의 태도에 불안에 떨었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가, 화가 났다가, 또 안심했다가, 농락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으로 뻔뻔한 입장 뒤집기다. 쇼도 이런 쇼가 없다.
그런데 뭘 믿고 그렇게 막 나갔을까.
광주지역에만 모두 179개의 사립유치원이 있다. 이 중 157개원, 그러니까 87%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이다. 해당 유치원에 다니는 원아만도 2만3천23명에 달한다. 이들의 5만여 학부모는 냉·온탕을 오고간 '집단휴업 논란'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 볼모가 아이들인 탓에 유치원에 이렇다 할 항의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다. '이걸 믿고 그렇게 뻔뻔한 요구를 했나' 싶다.
얼마 전 한 뉴스 앵커가 했던 말처럼 누구에게든 일방적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맞다. 휴업이든 파업이든 정당한 집단행동은 대한민국 헌법에서 인정하는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국공립 유치원은 확대하지 말고', '사립유치원의 정부지원금은 늘려 달라', '감사도 안 받겠다', '수익금은 설립자 자유에 맡겨 달라'. 독과점 이익을 정부가 보장해 달라는 건가. 요구를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집단행동으로 세를 과시하겠다는 건가. 하나 같이 뻔뻔함의 극치다. 그런데 반성도 없다. 참, 씁쓸하다.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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