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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채 박사의 신 육상실크로드 <11>동이족 삶의 무대 타이가의'자작나무 숲'
입력 : 2017년 09월 22일(금) 00:00


쓰임새 많고 풍광조차 아름다운 숲 속의 여왕
천년 동안 썩지 않는 특성으로
목재로 사용되어 왔으며
글씨나 그림을 그려왔던
민족의 애환이 깃든 나무다
'타이가'는 '늪의 숲'이라는 뜻 이다
땅이 질퍽거려 장화를 신어야 한다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는 중앙아시아에서 시베리아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넓게 퍼져 있다. 특히 우리 민족의 이동로로 알려진 북방 실크로드 지역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이 '자작나무'는 우리 동이족의 삶과 뗄 수 없는 나무로 긴 역사 속에서 함께 해 왔다. 숲 속의 여왕으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천년 동안 썩지 않는 특성으로 각종 목재로 사용되어 왔으며,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왔던 민족의 애환이 깃든 나무다.



◆끝없이 펼쳐진 '타이가 숲'

매미 소리만큼이나 깊어진 여름, 휴가를 핑계 삼아 달려간 중앙아시아 호수들이 펼쳐진 타이가 지대, 푸른 물색도 한창 깊다. 호숫가에 끝도 없이 펼쳐진 침엽수림, 말로만 듣던 타이가 숲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숲을 이룬다.

'타이가'는 '늪의 숲'이라는 뜻 이다. 이곳은 땅이 질퍽거려서 장화를 신고 들어가야 한다. 겨울에 내린 눈이 초여름까지 녹아서 땅이 질어지기 때문이다. 습하고 질퍽거린 숲속에 끝없이 야생화가 펼쳐져 있다. 자본주의의 흙탕물 속을 살다 온 내 영혼의 삭막함에 눈물이 다 났다. 침엽수 숲의 서늘한 기운을 내뿜는 타이가의 여름은 안타깝도록 짧단다.

'타이가'의 침엽수는 잎이 바늘처럼 길고 단단하다. 그렇지만 나무 재질이 연해서 벌채를 하기 편하고, 펄프용으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소나무, 삼나무, 노송나무, 측백나무 등이다.

또한 '타이가'에는 잎이 작고 가늘며 톱니처럼 생긴 낙엽활엽수가 자란다. 가문비나무와 자작나무 등이다. 이들 침엽수와 활엽수는 서로 묘한 조화를 이루어 사계절 멋진 경관을 창출한다.





◆숲 속의 여왕 '자작나무'

특히 자작나무는 이곳 주민들 생활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아니 사람들의 삶에 녹아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곳 자작나무는 눈처럼 하얀 껍질, 시원스럽게 뻗은 키가 인상적이며, '숲속의 여왕'으로 부를 만큼 아름다운 나무다. 순백색의 '등결'로 무리지어 있는 것이 멋있다. 장관을 이룬다. 바이칼 호수 주변은 온통 그들 차지다. 추운 땅에서는 자기들 세상을 만든다. 영화 속에서 보였던 눈밭 속에 처연하게 서 있는 하얀 나무가 그들이다. 같이 자라는 사시나무는 푸른색이 들어간 흰빛이라서 구분이 된다.

자작나무는 햇빛을 좋아하여 산불이나 산사태로 빈 땅이 생기면 가장 먼저 찾아가 자기 식구들로 숲을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날라 온 가문비나무나 전나무 씨앗이 자기의 키보다 더 올라오면, 새로운 주인에게 땅을 넘기고 조용히 사라져 버린다. 내 손으로 일군 땅을 자자손손 세습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부(富)는 당대로 끝내는 자작나무의 삶은 우리도 본받을 만하다.

수명도 100년 전후로 나무나라의 평균수명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한마디로 고상하고 단아한 외모처럼 처신이 깔끔하다. 키는 20~30m에 이르며, 굵기는 한 아름정도다.

봄에는 늘어진 가지에 꽃을 잔뜩 피운다. 자작나무가 많이 자라는 곳에는 봄날, 화분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한다. 잎은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종자는 날개가 달리고 가볍기 때문에 멀리 날아갈 수 있다. 햇볕을 잘 받는 공간만 있으면 곧 발아하여 숲을 만든다.





◆노랑 물감 속의 여행 '자작나무 숲'

하얀 껍질에 곧게 뻗은 자작나무는 신비스런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귀족 티가 나는 나무다. 9월이면, 타이가 숲은 이미 자작나무 단풍으로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다. '노랑 물감 속의 여행'이 시작된다. '바이칼의 자작나무 단풍여행'이라는 제목의 여행상품이 뜨면 가볼만 하다. 노란색 단풍이 일품이다.

단풍하면 울긋불긋한 단풍을 연상하지만, 바이칼의 단풍은 노란색 일색이다. 숲은 그대로 근사한 하나의 작품이다. 노랑 물감 속에 흠뻑 젖은 추억을 남겨준다. 특히 호수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관광열차는 풍광이 너무나 아름답다. 뷰-포인트마다 카페를 차리면 돈을 엄청 벌 텐데….

이 아름다운 철도는 우리 근대사와도 얽힌 사연이 많다. 1909년 하얼빈에 가기 위해 안중근이 탔으며,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손기정이 지나갔고, 1907년 헤이그 세계평화회의에 가가위해 이 길을 지났으며, 1933년 소설 '유정(有情)'을 쓰기 위해 이곳에 왔던 이광수가 탔던 열차길이다.



◆천년 동안 썩지 않는 '껍질'

자작나무는 그리 두꺼워 보이지 않는 새하얀 껍질 하나로 영하 20~30도의 혹한을 버틴다. 종이처럼 얇은 껍질이 겹겹이 쌓여 있는데, 마치 하얀 가루가 묻어날 것만 같다.

자작나무 껍질은 쓰임이 너무 많다. 우선 종이 대용이다. 매끄럽고 잘 벗겨지고, 기름기가 많아 잘 썩지 않는 특성 때문이다. 껍질은 천 년 넘게 지나도 썩지 않는다. 따라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했다. 경주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天馬圖)를 비롯하여 서조도(瑞鳥圖)도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그림이다.

껍질에 부패를 막는 성분이 들어 있어 좀도 슬지 않고 곰팡이도 피지 않는다. 따라서 함경도 지방에서는 사림이 죽으면 장사를 지낸 뒤, 3년 뒤에 다시 무덤을 열어 백골이 된 시신을 자작나무 껍질로 빈틈없이 감싸서 '미이라'처럼 만들어 다시 묻어 뼈를 오래 보존하게 하였다.

두 번째로 불쏘시게로 사용한다. 껍질은 종이처럼 얇게 벗겨지고, 겉면은 기름기로 덮여 있고, 안쪽은 습기에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에 잘 붙고 오래간다. 물속에 흠뻑 담갔다가 꺼낸 것도 성냥불을 대면 금방 불이 붙는다. 산속 야영에서 긴요하게 사용할 수 있다. 불쏘시개로 부엌 한구석을 항상 차지했다.

또한 옛사람들은 자작나무를 '화(樺)'라 하고 껍질은 '화피(樺皮)'라 했다. 한자음은 다르지만, 결혼식에 불을 켤 수 있는 나무란 뜻으로 '화혼(華婚)'이라 했고, '화촉을 밝힌다'라는 말도 자작나무 껍질에서 온 말이라 한다.



◆황백색의 깨끗한 무늬의 '목재'

자작나무 목재는 쓰임이 너무 많다. 바이칼 호수 변에 사는 부랴트족은 자작나무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다.

나무의 질이 단단하고 치밀할 뿐만 아니라, 썩지 않으며 벌레가 먹지 않아서 좋다. 재질도 뛰어나다. 황백색의 깨끗한 색깔에 무늬가 매혹적이다. 가공하기도 좋다.

가구나 조각, 실내 내장재 등에 폭넓게 쓰인다. 펄프로도 사용된다. 특히 목조각 만드는 재료로 일품이다. 때문에,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자작나무와 박달나무 같은 것으로 만들어졌다.

핀란드식 사우나는 잎이 달린 자작나무 가지로 팔·다리·어깨를 두드리는데, 이는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고 하여 널리 사용되고 있다.

종이처럼 겹겹이 벗겨지는 껍질은 활을 만드는데도 쓰인다. 껍질을 이용하여, 활을 칭칭 동여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널빤지 모양으로 쪼개서 지붕을 덮는 데 사용하기도 하였다.



◆약효가 뛰어난 '수액'과 '버섯'

고로쇠나무와 마찬가지로 자작나무 수액이 이른 봄에 채취된다. 사포닌 함량이 특히 높다. 껍질은 '화피(樺皮)'라 하여 약재로 쓰인다. 보통 두 잔씩 하루 한번 마신다. 약간 쌉쌀한 맛이 난다. '습열'을 없애주고, 간의 독을 풀어주고, 기침을 멈추게 하며, 가래를 삭이는 효험이 있다. 이뇨작용이 있어서 신장에도 좋다. 수액은 피부병에도 쓰인다. 수액을 발효시켜 술도 만들어 먹는다. 그 맛이 좋다. 많이 마셔도 숙취가 전혀 없다. 한 시간이면 깨어난다.

자작나무 버섯은 가지에 붙어 자라는데, 마치 말발굽과 같이 생겼다. 버섯은 온갖 암에 효험이 있다. 상당히 센 항암작용, 즉 암세포 중식억제성분이 의학적으로 밝혀졌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솔제니친'이 지은 '암병동'이란 책에서도 이를 이용해 암을 고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자작나무 버섯은 구하기가 극히 어렵다.

아시아문화지리연구소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