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영화관 살리기 지역의 힘으로

지역 영화관 살리기, '지역의 힘으로' <7> 사라져버린 서울의 단관극장들

입력 2017.08.16. 00:00 이윤주 기자
옛 극장들은 사라지고 예술영화관도 휘청
한국영화 역사 품은 단성사 문닫고
문화재 등록 앞둔 스카라는 헐리고
서울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 추진
조례 개정 거쳐 10여년만에 가시화
'한 지붕 세 가족' 형태 미완의 둥지
지자체 영화계 지원 시발점 되기를

민간영화관의 씁쓸한 현주소는 서울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옛 극장들은 아예 사라지거나 흔적만 남아있고 일부는 멀티플렉스도 간판을 바꿔달았다. 경제규모가 가장 크고 문화다양성도 활발할 것 같은 국내 최대도시마저 스크린은 멀티플렉스에 점령당한 셈이다.

사실 영화는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됐다. 쾌적한 멀티플렉스도 넘쳐나고, 안락한 홈씨어터도 있다. 간편하게 스마트폰으로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함께 읽고 느끼고 나누고 고민하는 것들은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를 공유할 수 있는 저장소, 서울 시네마테크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사라지거나 흔적만 남은 옛 극장들

서울 충무로가 영화의 메카가 된 이유는 과거 대형 극장들이 이곳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충무로를 대표하는 극장들로는 단성사, 피카디리, 서울극장을 꼽을 수 있다. 여기서 조금 나아가 대한극장, 명보극장, 스카라극장도 한 축을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거나 흔적만 남긴채 사라졌다.

1907년 국내 최초의 상설영화관으로 문을 열었던 단성사는 108년 역사를 넘기지 못하고 지금은 문을 닫은 상태다. 1960년 맞은 편에 문을 열고 한국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던 피카디리 극장도 CGV 체인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1955년 문을 연 대한극장과 1964년 합동영화주식회사로 출발해 1979년 단관극장으로 개관한 서울극장도 복합상영관으로 변신해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영화관으로서 운영되고 있다. 명동을 대표하던 중앙시네마도 개관 70여년 만인 지난 2010년 폐관, 큰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의 마지막 단관극장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서대문구드림시네마는 서대문아트홀로, 명보극장은 명보아트홀로 바뀌며 복합문화공간이 됐다. 특히 스카라극장은 문화재 등록 예고를 앞두고 건물주에 의해 헐리며 영화인들을 안타깝게 했고, 호화로운 석조건물이었던 국도극장도 이제는 호텔로 바뀌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대형극장들은 아니어도 10여년 안팎의 시간동안 관객들을 맞이했던 작은영화관들도 문을 닫고 있다. 2015년 서울 소격동 예술영화전용관 씨네코드 선재가 간판을 내렸고, 지난해 서울 태평로의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이 폐관했다. 색다른 영화들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사연이 담긴 공간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림1중앙#

◆지리했던 서울시네마테크 건립

영화 보관소를 뜻하는 프랑스어인 시네마테크(cinematheque)는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영화를 수집, 보관하는 아카이브이자 영화를 상영하는 기관이다. 미국에서는 영화 클럽이나 연구소 등이 운영하는 극장, 영국에서는 소규모 예술 극장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영화에 담긴 우리 삶을 간직하는 박물관이자 영화 문화를 다음 세대와 공유하는 중요한 장소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2년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발족했으며 일부 지역에서 시네마테크라는 이름으로 활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용관이 있는 곳은 부산 시네마테크가 유일하다.

그리고 서울 시네마테크가 두번째로 전용관을 갖게 됐다.

오는 2020년 충무로에 들어설 서울시네마테크는 전용관을 갖기까지 지리한 과정을 견뎌내야했다.

매년 임대 계약으로 어려움을 겪던 서울시네마테크가 안정적인 공간이 절실해졌고 2005년 낙원상가에 입주한 후 전용관 건립문제가 대두됐다.

하지만 전용관 건립 문제는 쉽사리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이듬해인 2006년 협의회 제안으로 서울시와 영화진흥위원회가 '다양성영화 복합상영관 건립'을 추진하려 했으나 영진위 위원장이 교체되며 2009년 전용관 건립 자체가 무산됐다. 하지만 2010년 시네마테크 지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위해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발족됐고 2011년 '서울시영상진흥조례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며 마침내 서울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도 서울시네마테크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구체적인 사업안과 예산이 확보되기까지 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고 또 중앙투자심사회의에서 2차례나 제동이 걸리면서 표류에 표류를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서울시네마테크 건립 사업안이 중앙정부 심사를 통과하며 급물살을 타게 됐고 오는 2020년께 '영화의 거리'인 충무로에 안정된 둥지를 틀게 됐다.

서울시네마테크가 생겨난지 15년만, 전용관 건립 제안이 시작된지 10여년만에 거둔 결실이다.

현재 서울시네마테크와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는 낙원상가에서의 10년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2015년 서울극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림2중앙#

◆미완의 새둥지

영화인들의 숙원사업인 복합영상문화공간 '서울시네마테크'는 서울시 중구에서 부지를 제공하고 서울시가 건립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구 초동 공영주차장을 헐고 그 자리에 지상 11층, 지하 1층 규모로 2020년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에는 독립영화 상영관과 영화박물관, 영상자료 열람 및 보관을 위한 '아카이브' '영상미디어센터' '영화전시관' 등으로 구성된다.

7천㎡ 규모의 영화제작 전문 '실내스튜디오', 다양한 촬영이 가능한 '도심형세트장'도 조성된다.

시네마테크 건립은 서울시가 2015년 3월 발표한 '영상 문화산업 발전 종합계획'의 핵심사업이다. 당초 2018년 상반기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중앙투자심사회의에서 2차례나 제동이 걸리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고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됐었다.

행자부는 그러나 최종 심사에서 시네마테크 내 영상 미디어센터를 국비 지원으로 추진하고 시설 이용객을 늘리기 위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사업을 승인했다.

서울시네마테크가 지리한 세월을 보내며 얻어낸 결실이고 임대기간과 이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흡족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 지붕 세가족'이 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네마테크와 함께 독립영화관과 행자부가 사업 통과 조건으로 내건 영상미디어센터까지 입주하게 된 것.

이 때문에 상영관 규모도 당초 기대와 달리 지금의 서울아트시네마와 크게 다를것 같지 않고 전시나 열람공간 등도 얼마만큼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성욱 서울시네마테크 프로그램디렉터는 "안정적인 공간을 확보했지만 서울 4대문 내의 경우 문화재 발굴 등의 변수가 있고 건물높이도 55m 상한선이 있어 예상보다 많이 협소해질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며 "서울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이 단순히 공간 마련에만 그치지 않고 서울시는 물론 지자체가 영화·영상생태계 조성에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storyoard@hanmail.net

서충섭기자 zorba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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