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광주의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 K(48세)씨가 사고로 사망했다. 크레인 운전기사가 크레인으로 H빔을 들어 올리는 순간 크레인 밴드와이어가 끊어져 H빔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H빔을 결속시키는 작업을 하던 K씨를 덮쳤다. 작고한 형님을 대신해 형수와 두 조카를 부양해오던 K씨는 H빔에 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성실한 가장이 졸지에 유명을 달리한 비극적인 사고였다.
필자는 사망한 K씨 유족을 대리해 크레인 운전기사가 가입한 공제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다. 그런데 공제조합 담당자는 "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은 사망사고 위자료가 1억 원인데 반해 광주지방법원은 통상 8천 만원이므로 근로자 과실을 고려해 6천 500만 원에 합의하자"고 했다. 유족들은 담당자의 이런 제안에 "서울사람 목숨 값은 1억 인데, 광주 사람 목숨 값은 8천만 원이라니 말이 되느냐"면서 "가장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지방에 산다고 목숨 값마저 차별받아야 하냐"며 흐느꼈다.
이런 황당한 지역 차별이 나타나게 된 이유는 법원마다 다른 위자료 산정 기준금액의 차이에 있다. 먼저 사망 사고를 당한 경우 치료비, 장례비 등을 포함한 '적극적 손해'와 사망하지 않았다면 정년까지 소득활동을 해 얻었을 수입(이를 '일실수입'이라 한다)인 '소극적 손해' 및 '위자료'를 배상받게 된다. 그 중 '위자료'는 불법행위 피해자와 유가족이 입은 정신적 피해를 금전으로 보상하는 의미를 지닌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10년 동안 위자료를 크게 상향 조정해 왔다. 2008년 7월 1일 이전 사고에 대해서는 6천 만 원, 2008년 7월 1일 이후 사고에 대해서는 8천 만 원, 2015년 3월 1일 이후 사고에 대해서는 1억 원을 기준으로 삼아 왔다. 그러다 2017년 3월부터는 대형재난사고 등은 2억 원을 기준금액으로 하되 특별가중사유가 있을 경우 2배까지 증액하고 일반가중·감경사유가 있을 경우 50% 범위 내에서 증·감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그동안 우리나라 위자료가 법공동체의 건전한 상식이나 경제규모에 비해서 지나치게 낮다고 평가한 것이다. 다시 말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공표한 위자료 기준액은 위자료산정 첫 단계에서 적용될 최소한도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서울지방 법원의 위자료 상향조정에도 불구하고 광주 등 지방법원에서는 아직도 사망사고의 위자료기준을 8천만 원으로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K씨 유족처럼 위자료를 서울에 비해 2천만 원이나 덜 받는 차별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지방 법원의 위자료 기준도 문제지만 보험사들의 위자료체계는 더 한심하다. 보험회사들은 표준약관에서 사망사고 위자료를 2003년 1월 이후 14년 동안 이나 4천 500만 원으로 정해놓고 민사소송이 아닌 합의를 할 경우에는 예상판결액의 50%~60% 정도로만 배상 해왔다. 보험사들의 횡포를 보다 못한 금융감독원이 자동차 표준약관 개정이라는 칼을 빼들자 보험사들도 2017년 3월 부터 사망 위자료를 최대 8천 만 원으로 슬그머니 올리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말 현재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4,600여명이고 산재사고 사망자수도 1,800여명에 달하는 산재후진국이다. 그럼에도 사망사고 유족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공제조합이나 보험사가 하자는 대로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련 지식도 없고 소송을 할 여력도 없는 유가족이 공제조합이나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더라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고 관할지방법원마다 위자료기준이 달라 그 결과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K씨 유가족처럼 억울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전국 각급법원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위자료 기준액을 하루 바삐 채택할 필요가 있다. 보험업계 역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위자료산정 첫 단계에서 적용될 최소한도 기준으로 위자료 기준액을 제시한 취지를 이해하고 유족들과의 불필요한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약관의 위자료조항을 바꿔야 한다.
현재로서는 K씨 유가족이 정당한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목숨 값 서울 1억, 광주 8천 만원이라는 차별적 잣대로 그 슬픔을 평가받아야 한다.
인간사에서 유일한 평등은 죽음이다. 그런 유일한 평등 앞에서 사는 지역이 다르다고 차별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 될 수 없다.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이 합리적인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길잡이가 돼 주는 것이 법조인의 책무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지방에 산다고 사람 목숨 값까지 차별 하는 시대는 불행한 시대다. 진정한 지방 분권은 사람 차별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 당장 전국적으로 통일된 위자료 기준 채택 부터 시작 하자. 그렇지 않으면 지방분권시대는 허울 좋은 분권일 뿐이다.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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