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영화관 살리기 지역의 힘으로

지역 영화관 살리기, 지역의 힘으로' <6>부활하는 영화관

입력 2017.08.09. 00:00 이윤주 기자
전국 방방곡곡 시네마천국이 펼쳐진다
장수 한누리시네마

2010년 장수 산골마을서 시작

상영작도 멀티플렉스 못지않아

만족도 높아 곳곳에 개관 이어져

일과후 주민 여가생활에도 영향

사회적협동조합 꾸려 위탁운영

굳이 영화관을 찾지 않아도 영화를 볼 수 있는 방식이 다양해졌다. 지역의 극장들을 잠식한 것은 멀티플렉스만이 아니다. TV에서도 개봉작을 볼 수 있는 시기들이 훨씬 앞당겨졌고 채널도 다양해졌다. 여기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과 가정에서도 실감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관련 기기들의 비속적인 발전도 지역의 민간 영화관들을 위협하는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해전부터 영화관들이 부활하고 있다. 지역의 작은 군소도시들이 중심에 있다. 경쟁력을 잃은 민간영화관들이 속수무책으로 문을 닫으며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한참 차를 타고 가야하는 지역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극장이라는 공간이 갖고 있는 매력과 가능성을 들여다본다.

#그림1중앙#

◆시골마을에 돌아온 영화관

지난달 29일 장흥 정남진시네마. 매표소와 매점이 나란히 자리한 입구에는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상영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고향을 찾은 가족들과 이날부터 시작된 장흥 물축제에 왔다 들른 이들까지 작은 공간에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고 난다.

지난 2015년 전남 지역 첫 작은영화관으로 문을 연 정남진시네마는 지금은 사회적협동조합 작은영화관이 위탁운영중이다. 2개관으로 구성됐으며 큰 곳은 62석, 작은곳은 32석 모두 97석 규모다.

상영작도 멀티플렉스 못지 않다.

주말이었던 터라 당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군함도'가 전체 상영작 중 절반 가량을 차지했지만 모두 만석일 정도로 인기다. 또 어린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과 헐리우드 영화까지 상영작 구성이 다양했다.

가족들과 함께 정남진시네마를 찾은 박모(47·광주)씨는 "장흥 물축제에 들렀다 영화관이 눈에 띄어 구경삼아 왔다 아이들과 영화까지 보게됐다"며 "작지만 시설도 쾌적하고 큰 도심에 있는 멀티플렉스처럼 번잡하지 않아 여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영화는 2D는 5천원, 3D는 8천원으로 멀티플렉스 보다 훨씬 저렴하다. 예매도 홈페이지를 통해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가까운 강진, 해남, 보성 등지에서도 관람객들이 찾고 있다.

영화관 개관은 일과 후 주민들의 여가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PC방이나 스마트폰을 즐겨하던 청소년들은 물론 저녁식사 후 무료하게 보내던 중장년층들도 심심찮게 영화관을 찾고 있다.

정남진시네마 개관부터 지금까지 영화관을 운영중인 전 석 관장은 "장흥에도 20~30년전에는 영화관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어르신들로부터 들었다"며 "건전한 여가생활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고흥작은영화관도 지난해 개관 후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연륙교로 연결된 나로도와 소록도는 물론 금산면에서도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인구가 20만명에 육박했던 시절, 고흥도 1990년대 중반까지는 영화관이 두 곳이나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가장 가까운 순천으로 1시간여 가까이 차를 타고 나가야했다.

그리고 20여년 만에 다시 생겨난 것이 고흥작은영화관이다. 당초 1개관으로 문을 열었다 주민들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 2관을 증축해 개관했다.

성수기인 여름철에 군함도, 택시운전사까지 개봉하며 지난달에는 매주 월요일 휴관임에도 불구하고 1천6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그리고 이달 8일 현재까지 벌써 4천여명의 관람객수를 기록하고 있다.

고흥 주민 이모(61)씨는 "영화 볼라믄 순천까지 하루 품을 팔아서 다녀와야했다"며 "가까운 곳에 있으니 해야할 일을 다 하고 저녁에 나와 영화를 볼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작은영화관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전남 지역 곳곳에 개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진도에 '진도아리랑시네마'가 문을 열었으며 완도는 현재 모든 시설을 완비하고 개관을 앞두고 있다. 또 현재 영화관을 건립중인 화순도 올해 안에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림2중앙#

◆전북 장수에서 시작 7년만 30곳 개관

국내 지역 영화관들은 두 차례의 큰 고비를 넘지 못하고 소멸해갔다.

1980년대 영사방식이 필름에서 디지털로 변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무너졌고, 1990년대 후반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경쟁력을 상실한채 사라져갔다. 인구가 농어촌을 떠나 대도시로 몰린 시대적인 상황도 한 몫했다.

그렇게 지방 군소도시에서 사라져버린 영화관이 부활한 것은 지난 2010년 전북의 산골마을 장수였다.

영화서버제작업체였던 예비사회적기업 글로벌미디어테크가 '작은영화관' 사업을 전국 지자체에 제안했고 유일하게 연락을 받은 곳이 장수군이었다.

김진태 글로벌미디어테크 대표가 커다란 필름을 들고 상영관을 다녀야했던 것과 달리 외장하드 하나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영화를 상영할 수 있게 되자 시설은 지자체나 정부가 만들면 운영비는 크게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전국의 지자체들에게 사업제안을 한 것이다.

장수군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곳은 아니었다.

당시 영화관이 없던 전국 108개 시군 중 재정자립도가 울릉도와 경북 영양에 이어 세번째로 낮은 지역이었다.

글로벌미디어테크의 제안을 받아들인 장수군은 2010년 11월, 갤러리로 사용하던 한누리전당 가람관에 상영관 2개에 90석 규모의 한누리시네마를 개관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작은영화관이었다.

이후 2012년 김완주 전북지사가 한누리시네마를 다녀간 후 전북 지역 8개 시·군에 작은영화관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그 즈음 강원도도 큰 관심을 보이며 작은영화관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작은영화관 사업에 참여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가 늘어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이 됐고 작은영화관 건립지원과 교육, 위탁운영을 위한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이 꾸려졌다.

현재 조합이 전국 28곳의 작은영화관 중 22곳을 위탁운영중이다.

작은영화관은 워낙 낮은 관람료 때문에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한다.

관람수익 중 절반은 배급사로 보내지며, 나머지 절반으로 직원들 급여와 운영비들을 충당한다.

수익이 발생할 경우 모두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방식이지만 대부분 상업적인 측면 보다는 주민들의 문화복지서비스를 위해 운영되는 공간이라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안준호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작은영화관 사업이 단기간에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때문으로 풀이된다"며 "앞으로도 작은 도시의 주민들의 문화향유권 신장을 위해 작은영화관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storyoard@hanmail.net

서충섭기자 zorba85@naver.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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