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미술감상!" 우리의 가난한 미술감상 태도에 대한 나의 요약이다. 작품은 감각을 매개로 정신을 울리지만 우리는 자신의 눈으로 작품을 느낄 수 없는 불감증과 그 느낌을 적절한 개념으로 포착하여 말하지 못하는 실어증에 빠져 있다. 작품에 대해 한 마디 할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면 머리 속이 하얗다.
나는 작품에 대한 불감증과 실어증의 원인이 의외로 전문가의 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작품 앞에서 내 감각의 모든 섬모를 예민하게 돋우어 작품을 느끼기에 앞서 전문가의 말을 떠올린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말, 우리가 미술에 관한 전문 서적들에서 읽었던 말이 무엇이라 했는지 떠올리다 보면 자신만의 느낌은 사라지고, 이를 포착할 자신만의 생각도 사라진다.
작품에 대한 느낌과 느낌에 대한 생각이 예민해져야할 상황에서 기억력만 예민해진다. 전문가들의 말을 떠올리다 보면 내 느낌은 무뎌지고, 설령 어떤 느낌을 받았다고 해도 전문가의 말과의 부합 여부에 따라 사라져버린다. 전문가만 알고 있다는 답을 상정하고 정답과 오답 사이에서 시험을 치르듯 전시장을 나온다. 작품이 포용하는 내 해석의 자유는 내 무지의 탓으로 변모한다.
사람들은 몰라서 불안한 대중과 달리 전문가들은 불안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 앞에 놓인 예술작품은 대부분 읽었던 책에 기대어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책에 기대어 해석할 수 있는 작품은 해석할 만한 가치가 없는 작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적 지식이라는 빈곤한 지도를 펴고 낯선 대지를 탐험해야하는 불안은 모든 전문가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대중이든 전문가든 자신의 눈으로 작품을 느끼고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도피처로서의 지식이 아니라 작품을 정면으로 응시할 용기가 필요하다.
현대 미술이 아무리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그것이 예술인 한 감각에 호소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적 지식이 무가치한 것은 아니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 자신의 느낌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전문적 지식은 이 과정을 조력하는 역할만을 담당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작품에 대한 자신의 느낌과 말을 해방시킬 수 있을까? 누구나 자신의 느낌을 당당하게 말하는 해방된 작품 비평, 나아가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서 느낌을 당당하게 말하는 해방된 분위기를 어떻게 형성할 수 있을까?
최근 광주시 동구 증심사길에 있는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이이남 작가의 '다시 태어나는 빛'(2014년 작)을 전시했다. '경계의 마주침'이라는 주제의 이 전시의 특징은 첫째, 하나의 작품만을 전시하여 그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난해한 작품을 만나면 상황을 외면하기 위해 다음 작품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이 전시에서는 대충 넘어갈 다른 작품이 없다. 전시에 온 사람은 모두 단 하나의 작품을 보게 된다. 작품을 대면할 용기가 없는 자들의 회피는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둘째, 다양한 시민의 예술작품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로 오픈 행사를 기획했다. 작가와 전문가의 말이 아니라 어린이, 대학생, 직장인, 종교인 등 다양한 시민이 작품에 대한 말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한 초등학생은 작품이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고 했고, 한 천주교 신부는 육체와 영혼 그리고 그것의 부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한 시민은 조명 때문에 만들어진 예수의 그림자 실루엣이 예수와 마리아 사이에 드리워지면서 가상의 의미에 대한 해석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시장의 어두움과 참석한 시민들의 격려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칸트에 따르면 미는 논증의 영역은 아니지만 합리적 논쟁이 멈추지 않는 영역이다. 논증은 주장과 근거를 대는 활동인데, 논증하는 자는 자신의 주장이 다른 주장보다 배타적 진리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에 관한 영역은 논증이 아니라 논쟁의 영역이다. 이 영역에서는 논증을 통한 단순한 결론이 아니라 다양한 논쟁을 통한 풍부해지는 과정이 미덕이다. 승리한 하나의 답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다양한 답이 요구된다. 미와 예술의 영역은 그렇게 승리의 우쭐함이나 패배의 우울함 없이 합리적 논쟁을 즐길 수 있는 영역이다.
예술작품에 대한 불감증과 실어증은 사회적으로도 병폐이다. 자유로운 예술작품에서도 자유로운 느낌과 말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루는 사회는 자유롭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자유로운 느낌과 생각을 말하기에 세상의 벽이 너무 두껍다고 생각된다면 미술관으로 가자! 거기에서 자유로운 느낌과 생각 말하기가 열어주는 나만의 관점을 체험하자! 그 용기가 불감증과 실어증을 극복할 때까지…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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