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채 박사의 신 육상 실크로드

문병채 박사의 신 육상실크로드 (6) 우리 민족 설화 · 전설이 깃든 '바이칼'

입력 2017.07.14. 00:00

강강술래 춤추며 아리랑 스리랑이 울리는 민족 시원지

 바이칼, 그 설레는 단어! 그 주변에는 우리 민족의 신화와 전설이 깃들어 있다.‘요호라’라고 부르는 원무는 ‘강강술래’와 같으며, ‘백조와 사냥꾼 이야기’는 우리의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 이고, ‘게세르 신화’는 ‘단군신화’의 모티브다. 뿐만 아니라, ‘아리랑/스리랑’은 고대 북방 샤머니즘의 장례문화 상여소리였다. 최근엔 유전자 분석, 고고학적 유물 발굴 등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어서 더욱 놀랍다. 그래서 바이칼은 우리 민족의 시원지라고 해 왔다.

 

◆ 이광수 ‘유정’의 순애보

 트레킹 도중 만난 길가에 핀 제비꽃 하나, 소나무 한그루와 창밖의 작은 새 한 쌍 조차도 머릿속을 아련히 맴도는 고향 같은 감(感)을 묻혀와 힘들게 한다.

 바이칼 호수는 어렸을 때 읽었던 이광수 소설 ‘유정’이후 항상 내 맘 속에는 ‘미지의 세계’로 그려져 있었다. 이번 답사 기회에 호수 어디엔가 최석과 정임의 비석을 세워 놓을까? 그래서 춘원이 못다 한 이야기 끝을 맺을까? 춘원은 바이칼이 ‘애뜻한 사랑’이 느껴지는 곳임을 어떻게 알고 소설의 마지막 무대를 이곳으로 옮겼을까. 과연 당대의 천재임에 다시 한 번 감탄한다.

 

◆‘요호라’와‘강강술래’

 바이칼 주변에는 신화와 전설이 깃든 곳이 매우 많다. 그 중 하나가 ‘예헤 요르도 산’이다. 이 산은 바이칼호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이곳에도 유목민족들의 다양한 민속 전통과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혹독한 추위가 지나고 새싹이 돋는 봄이 오면 이 산에 함께 올라 잠든 자연을 깨우는 축제를 열었다고 한다. 그들은 이 산에서 활쏘기, 씨름, 말타기 등의 시합을 했고 노래를 부르면서 ‘요호라’라고 부르는 원무(圓舞)를 추었다고 한다.

 요호라는 손에 손을 잡고 이 산을 에워싸고 돌면서 추는 춤인데, 그 모습은 마치 우리의 강강술래 원형을 보는 듯 똑 같다고 한다. 손에 손을 잡고 돌면서 추는 원무는 그 모습이 매우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축제는 이 산을 둘러쌀 수 있을 정도로 수백명이 모여야 시작했다니 그 지역의 모든 부족이 함께 모여야 시작했던 축제였던 모양이다. 이 축제를 통해 흩어져 살아야 했던 유목민들의 동질감을 확인하는 계기였음이 틀림없다.

 

◆‘백조와 사냥꾼’·‘나무꾼과 선녀’

 바이칼 백조 이야기도 우리의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와 많이 닮았다. 한 무리의 선녀들이 백조로 변해 바이칼 호수에 내려와 깃털 옷을 벗어놓고 다시 인간으로 변해 목욕을 하고 있는데 한 사냥꾼 총각이 깃털 옷 하나를 몰래 숨겨버렸단다.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 그 백조 여인은 결국 사냥꾼 총각과 결혼하게 되었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의 간청에 못 이겨 남편은 깃털 옷을 내주는데, 그 길로 아내는 다시 백조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 설화는 금강산에 살았다는 우리나라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와 너무나 닮았다.#그림1오른쪽#

 

◆단군신화의 모티브

 게세르 신화(Geser myth)는 동아시아와 시베리아를 아우르는 광대한 지역의 영웅 서사시이다. 게세르 모티브를 가진 이야기들은 동아시아에만 수백 개에 달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서로 상이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들 신화의 얼개는 비슷하게 구전되어 오고 있다. 대체적으로 무속영웅의 서사시와 역사적인 사건이 복합된 모습의 구조를 보인다. 게세르 신화의 주요 얼게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하늘세계의 신들이 회의를 열고 지상의 악을 제거하기 위해 하늘 신(히르마스)의 둘째 아들인 게세르를 지상에 보냈다. 지상에 강림한 게세르는 악한 무리들과 초인적인 싸움을 통해 지상의 악을 멸하고 제국을 건설해 인본주의(홍익인간) 이념을 실현했다. 게세르는 지상의 여자(인간)와 결혼했고 그 자손(아들)들과 승리의 주역들이 동서남북으로 확산되어 제국을 확장해 오늘에 이르렀다.

 에에 반해 단군신화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하늘세계 신들의 회의를 열고, 지상문제 해결을 위해 하늘신 환인이 그의 서자인 환웅을 지상에 내려 보냈다. 지상에 강립한 환웅은 신시(도읍지)를 건설하고 지상의 악들을 제거하고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현했다. 환웅과 웅녀의 결합으로 단군이 탄생하고 아사달을 도읍으로 하여 지상제국 조선을 건국해 오늘에 이르렀다.

 

◆샤머니즘 장례문화 ‘아리랑·스리랑’

 우실하 교수(항공대)에 의하면 “바이칼 인근의 소수민족 ‘에벤키족(族)’은 현재까지 ‘아리랑’과 ‘스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아리랑(ALIRANG)’은 ‘맞이하다’는 뜻으로, ‘스리랑(SERERENG)’은 ‘느껴서 알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뜻도 모르고 민요 후렴구로만 사용해 왔던 ‘아리랑 쓰리랑’은 고대 북방 샤머니즘의 장례문화에서 ‘영혼을 맞이하고 이별의 슬픔을 참는다’는 의미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녕하세요를 ‘아리랑’, 안녕히가세요를 ‘쓰리랑’이라 말하는 민족들, 그리고 이 단어가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다는 점은 시베리아에서 우리 선조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기원

 바이칼은 우리 민족의 시원(始原)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바이칼 호수와 몽골 주변에 흩어져 살던 우리 조상은 기후변화로 이곳이 추워지면서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와서 한반도에 정착했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최근 시베리아 원주민들의 유전자와 한국인의 유전자형을 분석한 결과 70% 가량이 전형적인 몽골로이드의 유전형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이홍규 서울대 의대교수는 “부계를 알려주는 Y염색체의 경우 시베리아 원주민은 주로 O형, 남아시아 원주민은 C·D형인데 한국인은 O형과 C·D형이 섞여있다”며 “한국인은 북방 몽골로이드와 남방 원주민의 피가 섞여 형성된 민족”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몽골로이드의 시원지는 어디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현대과학과 고고학적 유물 조사로 접근해 볼 수 밖에 없다.

 최근 기후학자들 연구로는 바이칼 지역은 심지어 그 먼 옛날인 인간이 거주하기 시작한 빙하시대(뷔름기)에 조차도 얼음이 얼지 않는 따뜻한 곳이었다고 한다. 이 보다 훨씬 아래인 만주까지 빙하로 뒤덮일 때도 그곳은 화산지대여서 따뜻한 온천수가 솟아 흐르고 수림이 울창한 자연을 보였다고 한다.

 빙하기가 끝난 후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인구 증가와 더불어 사방으로 퍼져 나갔는데, 우리 민족도 바이칼지역에서 파미르고원을 거쳐 한반도까지 이동해 왔을 것이라고 한다.

 또 어떤 분들은 알혼섬에 무리지어 살던 코리칸족들이 다시 동진하여 고리국을 세우고 더 동진하여 고려(고구려)를 세웠다고 주장한다. 서양인들은 지금도 우리 민족을 코리아라고 부르고 있다.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는 고구려에서 나온 이름이고 고구려는 고리국에서 고리국은 어쩌면 바이칼 주변에서 살던 쿠리칸에서 나온 이름일지도 모른다. ‘몽골비사’에는 몽골의 시조 ‘알랑 고아’가 코리족이라고 되어있다.

 일설에 의하면 현재 바이칼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브리야트족과 관련하여 브리야트의 ‘트’는 복수어미로서 브리야트는 브리야‘들’ 브리야‘족’이라는 뜻이고, 이 ‘브리야’는 부여와 같은 말로 그들은 모두 동일한 족속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부여족들이 지금 터어키의 북쪽에 있던 프리기아로부터 동진하면서 브리야트족을 그곳에 떨구고 더 동진하여 만주에 도달하여 부여를 세웠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들의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 잘 모르겠으나, 최근들어 바이칼지역을 우리 민족의 시원지로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바이칼에는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많은 원초적인 문화 원형이 있다. 다음은 신화와 설화 속에서 보여 지는 일치성이다. 아시아문화지리연구소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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