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영화관 살리기 지역의 힘으로

'지역 영화관 살리기, 지역의 힘으로'<2>지역에 인색한 영화발전기금·영진위 지원책'

입력 2017.07.12. 00:00
지역이라 외면당하고 대형 사업에 밀리고
광주·전남 10년간 극장부과금 200억원 징수

영진위, 지역 영화·영상 사업 지원은 '쥐꼬리'

"타성에 젖은 비현실적 예산 민간영화관 외면"

지자체 외면…독립영화전용관 건립도 무산돼

'천만 영화' 시대가 열린지 오래다. 지난 2003년 영화 '실미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7편이 관람객 1천만명을 넘는 기록을 세웠다. 실제 영화관람인구도 크게 늘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분석한 결과 전국적인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04년 6천925만이었던 관객수는 10년 후인 2014년에는 2억1천560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액 규모 역시 2004년 4천407억에서 2009년에는 1조832억으로 '1조원 시대'에 들어선 후 2016년 1조6천642억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람료 상승도 더해져 2006년 6천원이었던 평균관람료가 2016년 8천으로 33% 인상됐으며 지난해부터 좌석이나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꼼수'까지 등장하며 매출 규모는 커지고 있다. 이같은 국내 영화시장의 성장에는 지역 관객들의 역할도 컸지만, 이 과정에서 조성되는 재원들은 지역에 제대로 환원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둬만 가고 오지 않는 영화발전기금

대표적인 것이 영화발전기금이다.2007년 설립된 영화발전기금은 당시 스크린쿼터 축소로 국내 영화의 기반이 약화되자 정부가 꺼내든 대안카드였다.

국고 출연금 2천억원과 영화진흥금고 잔액 이월금 1천억원, 극장관람료에 3% 부가되는 극장부가금이 재원으로 영진위가 관리하며 영화제작, 유통, 해외진출 등 영화진흥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 중 극장부가금의 경우 설립당시 위헌논란을 비롯해 강제징수에 대한 반발 등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지만 결국 2014년까지였던 징수기간이 2022년까지 연장되며 당분간 영화발전기금의 주요 재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전국적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모든 이들에게 균등하게 징수되는 극장부가금이 해당 지역으로 환원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지역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극장부가금이 징수되기 시작한 지난 2007년 7월부터 2017년 6월말까지 10년 동안 광주 지역 매출은 4천955억6천만원, 전남은 2천155억1천만원이다.영진위가 제시한 산출방식(매출액÷1.03×3%)으로 계산하면 이 기간 광주·전남에서 징수된 극장부가금은 207억여원으로 나타났다. 극장부가금이 면제되는 예술영화전용관 등으로 인한 약간의 오차요인이 있지만 징수액의 규모가 적지 않다.

반면 지난해 영진위 총 예산 821억4천만원 중 지역 영상문화 지원·육성관련 예산은 고작 3% 정도인 25억3천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사업들로는 작은영화관 기획전 상영지원 6억5천만원, 지역독립영화전용관 설립지원 6억원, 예술영화 유통지원 12억8천만원 등이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광주·전남의 경우 지역의 유일한 예술영화전용관인 광주극장이 예술영화유통지원사업을 거부하며 아예 예산을 지원받지 않았으며 지역 독립영화전용관도 대상이 없었다.유일하게 지원받은 분야가 작은영화관 기획전 상영지원으로 정남진시네마가 1차례, 고흥작은영화관이 2차례 각각 행사를 열어, 약 5천여만원(작은영화기획단)의 예산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지원액 규모를 알 수 없으며 다만 광주여성영화제가 국내영화제육성사업에 선정, 85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이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전용관 신설 또는 프로그램 지원, 국내 영화제, 작은영화관 등 지역 영화인구의 향유권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역별로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권역을 나누어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지역 영화관들의 입장은 다르다.멀티플렉스와의 차별화를 위해 선택한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으로 매년 4~5천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되지만 현실적으로 영화관 운영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며 지난 2015년부터는 '사전검열'에 가까운 까다로운 규제로 독립성을 훼손시켰다는 주장이다.

영진위는 2015년부터 예술영화전용관, 다양성영화개봉지원사업 등을 진행하며 '사전검열'이라는 비난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사전에 선정한 영화를 의무 상영하는 극장에만 보조금이 지원하는 '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사업'으로 대체하며 영화계의 반발을 샀다.

김형수 광주극장은 이사는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은 영화관 운영에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지원해 고유의 콘텐츠나 프로그램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라며 "영진위는 전용관들의 요구는 반영 자체도 하지 않은채 매년 타성에 젖어 예산을 지원하며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했다는 방패막이로 삼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김 이사는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영진위가 목표로 하는 30개관은 커녕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민간전용관들을 찾기도 힘들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림1중앙#

◆광주 독립영화전용관 신설 물거품

지역 영화·영상사업 지원에 인색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영진위가 이를 의식해 지난해 새롭게 시작한 사업이 '지역독립영화전용관 설립지원사업'이다.설립 전체 소요예산의 70%, 최대 1억5천만원이 지원되며 나머지 예산은 지자체나 민간단체가 부담하는 매칭방식이다.

그동안 기존 영화관들의 기획전이나 상영프로그램 등을 지원해오던 것과 달리 시설을 지원해 인프라를 확충시킨다는 점에서 지역 영화·영상인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특히 광주는 호남을 대표하는 광역도시로 가능성이 높은 후보지 중 하나로 꼽혔다.

실제 영진위 관계자가 직접 광주 지역 곳곳을 답사하며 현지 실사에 가까운 방문을 했고 지역 영화·영상인들과 함께 가장 적합한 장소로 꼽은 곳이 광주영상복합문화관이었다.

이미 영화관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다 접근성도 좋아 다양한 세대가 이용할 수 있어 사실상 '낙점' 상태였다.하지만 광주 독립영화전용관 설립은 물거품이 됐다.

앞서 스마트벤처캠퍼스(50억), 콘텐츠코리아랩(100억) 등 대형 사업들이 광주영상복합문화관을 선점하며 독립영화전용관 건립 요건을 맞추지 못해 사업신청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광주영상복합문화관은 광주시민들에게 문화콘텐츠에 대한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상품 전시·홍보·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 지역 문화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광주시 조례에 근거해 설립된 관람시설이다.

하지만 현재는 입주업체와의 분쟁으로 오랜 기간 건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공간 활용을 이유로 여러 사업들을 유치하며 당초 설립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결국 지난해 '지역독립영화전용관 설립지원사업'에는 충남 천안과 경남 포항이 선정됐으며 천안은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이, 포항은 포항문화재단이 각각 운영을 맡아 인디플러스라는 이름을 내걸고 전용관을 운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역 영화·영상인들은 지난 3월 (사)지역영화·영상인연대를 출범하고 보다 적극적인 활동에 나섰다.

영진위 지원 사업은 물론 지자체를 상대로 관련 조례 제정 등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정책제안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사)지역 영화·영상인연대 관계자는 "지역독립영화전용관 설립지원사업의 경우 영진위 최대 지원액인 1억5천만원을 기준으로 할때 지자자체는 3천만원의 부담금이 발생하지만 광주시 전체 예산을 놓고 볼때 큰 금액은 아니라 여겨진다"며 "광주영상복합문화관 대신 상무지구 광엑스포주제관을 제시했지만 접근성이 열악해 사실상 광주시나 진흥원이 지역의 영화 인프라에 대한 지원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광주시는 광주영화제 사태 이후 '영화'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며 "지역이라 외면당하고 소수라는 이유로 지자체 마저도 외면한다면 영화는 물론 어떤 분야도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주기자 storyoard@hanmail.net 서충섭기자 zorba85@naver.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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