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하나.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하루 하루가 고역이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고추장 삼겹살 구이에 소주 한잔이 간절하다. 무더위에 목이 칼칼한 것은 비단 나뿐 만이 아니었나보다. 번개 문자에 자칭 주당들이 득달같이 달려드는 것을 보니.
종일 더위와 싸우고도 낡은 양철 테이블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우리 일행 앞으로 시뻘건 연탄불이 피어오른다. 불판이 채 달궈지기도 전에 성미 급한 누군가가 외친다. “이모 여기 참이슬 한병하고 카스 세병이요~.”
모두들 갈증으로 목이 타들어가던터라 어서 빨리 시원한 폭탄주 한잔으로 행복감을 만끽하려는 것도 잠시, 갑자기 주문에 제동이 걸렸다. “참이슬 말고 잎새주로 마시자”. 일행 중 가장 연장자인 A형이 지역 소주를 마셔야 한다며 참이슬을 잎새주로 변경했다.
A형은 “기왕이면 우리 지역업체를 도와줘야지. 요즘 매출이 떨어져 많이 어렵다는데 앞으로 소주를 마실때는 잎새주를 마시도록 하라”고 조언까지 한다.
그러자 술을 맨처음 주문했던 B가 “소주 한병도 취향대로 못마시냐. 웬 지역기업 타령이냐”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급기야 소주선택을 놓고 2명씩 입장이 갈려 난데없는 난상토론까지 벌어졌다. 그러기를 십여분, 결국 각자의 취향대로 2명은 참이슬, 2명은 잎새주를 마시는 걸로 정리가 됐다.
최근 술자리에서 부쩍 이런 경험을 자주 한다. 일행들간 나이차이가 많을수록 빈번하다.
50대를 넘어가는 연장자들은 지역소주인 잎새주를, 젊은층은 참이슬을 선호하다보니 생겨나는 현상이다. 소주 맛이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마는 소주한잔을 마시더라도 지역을 먼저 생각하자는 선배들이 옳은 지, 소주한잔도 취향대로 못마시냐는 후배들의 푸념이 옳은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건설적인 논쟁(?) 덕에 그동안 무턱대고 마셨던 소주 하나도 이제는 신중하게 선택하는 버릇이 생겼다.
#단상 둘.
요즘 지역경제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금호타이어 매각이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에 매각되는 것을 두고 지역사회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호남을 뿌리로 하는 금호타이어가 지역경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금호는 전투기, T-50 훈련기, 군용트럭 등에 장착되는 국내 유일의 방산 타이어 제작업체이기도 하다. 매각이 성사되면 금호타이어가 보유하고 있는 874개 특허도 고스란히 중국기업으로 넘어간다.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자산·매출 규모가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더블스타가 과연 금호타이어를 제대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감안하면 분명 금호타이어 중국 기업 매각은 잘못됐다. 반드시 재검토해야 할 문제다.
그런점에서 최근 국민의당이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본사를 찾아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들여다봐야 한다”고 힘을 실어준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민의당 뿐 아니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지역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광주는 유독 예전부터 지역기업 살리기에 앞장서 왔다. 수년전 기아차광주공장이 판매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광주시 차원에서 ‘기아차 사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친바 있다. 당시 시장 관용차는 물론, 공무원들의 개인차량까지 온통 기아차를 사줄 정도로 지역기업 돕기에 열정적으로 나섰던 기억이 있다.
광주시민들은 이렇듯 지역기업 살리기를 위해서라면 열 일을 제쳐두고 팔을 걷어붙인다. 지역기업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굳건한 믿음 때문일 게다. 하지만 지역기업들은 어떤가? 이런 지역민들의 애정에 충분히 답하고 있는가? 어려울 때 도와달라고 호소만 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업 구성원들도 강성노조, 끊임없는 파업 등으로 ‘기업하기 힘든 도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심어주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반성하고 되돌아봐야 할 때다.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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