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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의 마이스 이야기제2장 전시회가 MICE 이끈다 (12) 디지털 그릇에 ‘아날로그’를 담자
입력시간 : 2017. 05.23. 00:00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우수시장박람회’ 참관객들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전남 곡성 출신의 한 짚풀 공예 명인이 짚신, 망태, 또아리 같은 전통의 짚풀공예 작품들을 전시회 현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더디고 부족해도 사람 냄새나는 '향수·그리움' 인기

첨단기술도 좋지만 따뜻한 ‘情’ 버무린 전시회가 더 좋아

"이사왔습니다" 홍보보다 시루떡 담긴 접시에 정감 더해

디지털+아날로그 '디지로그' 반영위한 이벤트 개발 치열



우리는 손가락 하나로 원하는 것을 작동시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원 터치’도 귀찮아 말만하면 작동되는 ‘음성 인식’도 낯설지 않다. 어느 새 가상현실, 증강현실과 같은 만화경 세계가 우리 곁에 와 있다. 생각만으로도 원하는 것이 이뤄지는 기술도 나왔다. 이것은 모두 ‘디지털’의 마력이다.

디지털이란 물질의 특성을 0과 1의 조합으로 바꾸는 과정이자 그 결과다. 애매모호하지 않고 정확하다.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물질세계를 이루는 모든 아날로그 정보는 0과 1의 조합인 디지털로 바꿀 수 있게 됐다.

반면, ‘아날로그’ 세상은 물질로 이루어지고 자연이 주도한다. 사람은 도구와 기계로 자연의 물질적인 대상을 가공해 인공물을 만들고 기호와 상징을 이용해 비물질적인 문화적 산물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아날로그 세계를 디지털로 바꿀 수 있게 됐다. 디지털이란 모든 물질과 현상을 데이터로 바꿔 일체의 실수를 용납 않는 초정밀 세계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이 지배하자, 사람들은 디지털 세상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고 싶어 한다. 조금은 덜 정확하고, 뭔가 더딘 것들을 그리워하는 ‘반(反) 디지털적’인 ‘아날로그적’ 풍조를 찾기 시작했다. 이 풍조는 컴퓨터가 범벅이 된 세상을 사람 냄새로 채우는 아날로그적 향수 같은 것이다.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씨는 ‘디지로그’라는 말을 만들었다.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인 ‘디지로그(digilog)’는 전화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한국인은 시루떡을 돌리는 것으로 온 동네에 ‘이사를 왔다’는 정보를 알렸다. 디지털 정보는 컴퓨터 칩 회로를 타고 오지만, 시루떡이라는 아날로그 정보는 꼬불꼬불 논두렁길을 타고 와 사람의 온기를 전한다. 디지털 정보가 차가울수록, 따뜻한 시루떡 돌리기와 같은 아날로그가 그리워진다고 했다. 이어령 씨는 정보(情報)란 ‘정(情)’을 알리는 것이지만, 1과 0으로 만들어 내는 디지털 세상은 사람 체온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차갑고, 과학적인 디지털에다 사람의 온기, 즉 ‘정(情)’을 불어넣는 것이 ‘디지로그’라고 설명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상호보완적으로 합친 디지로그 현상은 전시산업 현장에서도 활발히 반영되고 있다. 디지털 제품이 선보이는 ‘정보통신전시회’에 가면 손가락 하나로 글씨나 그림을 그리는 전자칠판을 만날 수 있다. 선생님들을 분필가루로부터 해방시켜 준 이 전자칠판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절묘한 만남이다.

재래시장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전국우수시장박람회’는 도심 한복판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엿장수와 순대장수까지 등장한 풍물잔치와 같은 옛스러운 아날로그 장터를 벌인다. 첨단기술이 가득한 컨벤션센터라는 디지털과 장터라는 사람냄새 가득한 아날로그가 만난 모습이다.

‘광주국제식품산업전’에서는 광주의 전통 내림음식과 관혼상제 등 의례음식을 모아 ‘향토음식특별전’을 펼치고, 국내 타 도시에서 열리는 ‘발효식품전시회’에서는 짭짤한 젓갈을 만나볼 수 있다.

타도시의 ‘관광박람회’와 ‘축제박람회’들은 축제와 민속놀이, 풍물들을 한데 모아 벌이는 도시 한복판 아날로그의 잔치다. 제주는 신화와 전통춤, 굿, 판소리, 나막신과 같은 제주지역의 전통문화를 주제로 한 ‘전통문화엑스포’를 개최하기도 한다.

명칭도 다양한 ‘귀농․귀촌’, ‘귀어․귀촌’, ‘은퇴자를 위한 박람회’들이 전국 각지에서 열려 집 떠난 출향민들에게 아련한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귀농·귀촌 박람회’에 편승해 전원주택과 한옥의 아날로그 감성을 건들인 각종 ‘건축박람회’, ‘목재박람회’, ‘한옥박람회’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컨벤션센터에는 세련된 회의와 세미나, 품위 있는 전시회와 함께 그 옛날 구경하던 동춘 서커스와 같은 ‘아날로그’도 공존한다. 이런 전시와 이벤트가 열릴 때 마다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온다.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사냥하러 다니는 ‘디지털 유목민’인지도 모른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람 냄새 풍기는 아날로그들을 찾아내 디지털과 잘 버무린 MICE를 더 많이 만들어 봐야 할 것 같다.



◇ 사진(1) 전국 대표 재래시장들의 판로개척과 홍보를 위해 정부에서 전국을 순회하며 매년 개최하고 있는 ‘전국우수시장박람회’에서 한 도예 장인이 참관객들에게 대형 옹기 빚는 장면을 펼쳐보이고 있다.

◇ 사진(3) 매년 가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광주국제식품산업전’에서는 관혼상제를 포함한 의례음식과 종갓집 등 전라도 집안마다 내려오는 내림음식 등을 한데 모아 ‘향토음식특별전’을 겻들여 개최해 참관객들에게 ‘맛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 사진(4) 차(茶)를 비롯하여 다기(茶器), 다구(茶具), 다식(茶食) 등을 선보이는 ‘광주국제차문화전시회’에서는 다례(茶禮) 시연 등 각종 차(茶) 문화를 접목한 ‘아날로그’적인 이벤트를 통해 참관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무등일보 zmd@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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