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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강의 ‘맛과 멋 기행’<16> 해남 ‘만장일치’의 삼치회
참치급 영양성분에 고소하고 부드러운 ‘바다의 풍운아’
과학의 발달로 식재료들이
계절에 상관없이 생산, 저장되고
교통의 발달로 특정 향토음식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우리는 또 낯선 외국 음식에
길들여지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한다고 해도
‘맛과 건강’에 관심이 많다면
계절 음식을 챙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식약동원(食藥同原)이라고 하듯
계절의 기운을 담고 있는 음식이 좋다

음식은 빛바랜 사진으로 간직된
추억의 시골밥상이다
도시 음식점에서 고급 반찬을 보면
식욕보다 뭔가 주눅이 들면서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묵은 김치, 무채 겉절이, 열무김치 등
상차림이 편안하고 포근하다.
천만 다행이다
시국이 어수선한 즈음 여행길에 나서
왠지 죄스러운데 시골밥상을 받자
옥죈 가슴이 조금 풀어지는 듯하다
입력시간 : 2016. 11.25. 00:00


삼치회 상차림
가을철의 ‘맛과 멋 기행’을 위해 ‘힐링시티’ 해남으로 떠난다. 이런 계절이면 승용차의 창문을 열고 국도를 따라 달리면서 단풍이 든 산야를 구경하는 재미가 그만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분위기 속으로 빠져들지 못한다. 해남이 낳은 위대한 민족시인, 김남주의 '이 가을에 나는'이라는 시가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의 수인이다/ 오라에 묶여 손목이 사슬에 묶여/ 또 다른 감옥으로 압송되어가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번에는/ 전주옥일까 대구옥일까 아니면 대전옥일까/ 나를 태운 압송차가/ 낯익은 거리 산과 강을 끼고/ 들판 가운데를 달린다// <하략>

부정부패와 국정 농단에 따른 각종 이권개입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아주 못된 잘못을 저지르고도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나라와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들이 수의를 입고 죄인으로 변해버렸던 암울한 시대가 떠오르면 이 가을은 슬픔의 빛으로 물들고 만다. 하지만 우리는 슬픔을 거름삼아 내일을 향해 힘차게 걸어가야 한다. 1백만의 촛불이 우리의 앞길을 밝혀주고 있다.




***삼치는 모두 자연산이다

완연한 가을이다. 이제 머지않아서 동장군이 찾아올 것이다.

이럴 즈음 해산물에 국한된 계절 음식의 재료를 거론하라면 대하, 과메기, 광어, 해삼, 가리비, 고등어, 꽁치, 굴, 삼치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가을은 역시 풍요의 계절이다. 특히 해산물의 경우에 그러하다.

요즘 각종 과학의 발전과 발달로 식재료들이 계절에 상관없이 생산된다거나 오랫동안 저장되곤 한다. 그래서 제철의 식재료인지 따져보지 않고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또 도로와 교통이 발달되면서 특정지역의 향토음식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하나 더, 생소한 외국 음식 맛에 길들여지고 있어서 안타깝다.

세상이 이렇게 변한다고 해도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 관심이 많다면 계절 음식을 꼼꼼히 챙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식약동원(食藥同原)이라고 하듯, 계절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늘 나는 해남읍 수성 4길 21에 있는 ‘만장일치(대표 윤송희)’라는 음식점을 찾아가서 계절 음식인 삼치의 맛을 음미하려고 한다.

‘바다의 풍운아’나 ‘바다의 난폭자’라고 하는 삼치는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라서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지니고 있다. 또 특유의 단맛을 내는 글리세리드가 함유되어서 농어목 고등엇과 어류 중에 비린내가 유일하게 나지 않는 생선이기도 하다. 그리고 삼치는 농어목 고등엇과에 속하면서도 영양 성분은 다랑어(참치)와 비슷하고, 단백질 함량이 20퍼센트나 되는 뛰어난 계절 음식이기도 하다.

삼치의 영양 성분은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불포화지방산은 동맥경화, 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다.

요즘 기술의 발달되어 전어, 고등어, 장어까지 양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삼치는 성질이 워낙 급해서 아직까지 그런 단계까지 올려놓지 못했다(삼치는 부레가 없어서 물 밖으로 나오면 곧바로 죽는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삼치는 모조리 자연산이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미황사에서 바라본 달마산




***추억 속의 시골밥상을 만나다

삼치회를 음미하기 위해 찾아간 ‘만장일치’ 음식점은 시골 냄새를 물씬 풍긴다. 윤송희 사장의 오라버니인 윤도현 씨는 인상 좋은 이웃집 아재나 마찬가지다.

간판에 ‘계절음식 전문점’이라고 적어놓았는데, 여기저기 빗물 얼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도시에 있는 네온사인으로 장식된 간판과 천양지차다. 실내에도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손님들의 주문 음식이 제각각이고, 머리를 맞대고 뭔가 소곤거리거나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광경이 한가하고 자연스럽다.

잠시 기다리자, 윤도현 씨가 상을 차린다. 예상이 어긋나지 않는다. 도시의 음식점이라면 퓨전이라는 미명 아래 국적 미상의 음식이 놓일 것이다. 만장일치의 음식은 우리의 추억 속에 빛바랜 사진으로 간직되어있는 시골밥상이나 다를 바 없다.

우리가 도시의 음식점에서 고급 반찬을 만나게 되면 식욕이 발동하기보다 뭔가 주눅이 들면서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만장일치의 묵은 김치, 무채 겉절이, 열무김치, 콩나물 무침 등의 상차림은 편안하고 포근하다.

아무튼 천만 다행이다. 시국이 어수선한 즈음에 취재를 한답시고 여행길에 나서서 왠지 죄스러운데 시골밥상을 받자 옥죈 가슴이 조금이나마 풀어지는 듯하다.

“이 양념장이나 묵은 김치를 함께 넣고 김에 싸서 드시면 맛이 더 좋습니다.”

윤도현 씨가 삼치회 맛있게 먹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땅끝마을의 포구를 통해서 들어온 횟감이라고 알려준다.

나는 삼치회를 수차례 먹어본 적이 있어서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곁들이지 않는 삼치 그대로의 맛을 즐기고, 그 다음에는 음식점에서 권하는 방식을 따른다. 마지막에는 된장이나 소금에 살짝 찍어서 맛을 음미해보기도 한다.

이건 회를 먹는 내 노하우이며 방식이기도 한데, 모든 회는 가능하면 양념장류를 많이 곁들이지 않는다. 또 회를 김이나 상추 등에 싼다거나 마늘이나 고추 등의 부재료(향신료)를 얹어서 먹는 방식은 가능한 피한다.

이런 방식은 육류를 먹을 때도 마찬가지인데, 먹고자하는 주 식재료의 맛을 충분히 느껴보기 위함이다. 그럴 때면 야채를 많이 곁들여서 먹어야지 건강에 좋다고 조언해주는 사람도 있다.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야채는 야채대로 따로 먹으면 그만이다.

에피소드 한 토막 소개한다. 어떤 사람이 회와 야채 그리고 각종 양념으로 된 쌈을 싸서 입에 넣었다. 그런데 자칫 잘못하여 회가 쌈 속에서 빠져버려 야채와 양념만을 먹게 되었는데, “야, 회 맛이 참 좋다!”라고 감탄을 하더란다.

삼치회가 입안에서 슬슬 녹으며 고소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계절 음식이라서 살이 포동포동하고 기름기가 알맞기 때문이다. 맛도 맛이지만 건강에도 좋을 게 뻔하다. 너무나 부드러워서 식감을 즐기는 사람들은 별로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게 될 부드러운 식재료라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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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대웅전


***고천암호 갈대와 미황사 달마산이 손짓하다

‘맛’ 기행을 끝내고 ‘멋’ 기행에 나선다.

해남은 독보적인 ‘시인의 고을’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해남시문학사》라는 책을 펼쳐보면 이렇다.

토속적 서정과 정한(情恨)의 시인 이동주 , ‘한국 현대시조의 자존심 윤금초’, ‘사랑과 생명성을 희구하는 대지의 시인 김준태’, ‘자유와 혁명의 시인 김남주’, ‘사랑과 여성해방을 노래한 시인 고정희’, ‘해체를 통한 현실 부정의 시학 황지우, ‘시조문학 대중화의 기수 이지엽’ 등등이 소개되어있다. 이 책의 부록인 <해남 시인 인명록>에 무려 87명에 달하는 시인들이 등재되어있다. 감탄할 일이다.

고천암호 갈대와 미황산의 달마산이 손짓한다. 승용차가 달린다. 휘발유 힘이라기보다 계절 음식인 삼치회의 힘으로 달려간다.

갈대 외에도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고천암호에는 철새들이 아직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일출이나 일몰 때 장관을 펼치는 가창오리들의 군무를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으나 가을바람에 나부끼는 갈대를 구경하는 것만으로 끝낼 수밖에 없다.
고천암


가을바람이 시나브로 불어온다. 갈대들이 땅에 누울 듯 출렁거리다가 도로 선다. 누군가가 “촛불은 촛불일 뿐이고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말했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그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지는 단순한 촛불이 아니라 민심이다. 민심은 곧 천심이라고 했다. 그 자의 말처럼 촛불이 바람에 의해 꺼질 수도 있지만 횃불이나 들불처럼 커질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한다. 만약에 그 바람으로 촛불을 끄려면 성난 민심을 다독거려줄 수 있는 조건을 필히 갖추어야한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달마산 미황사는 호젓한 곳에 켜놓은 하나의 촛불이다. 신비롭기도 하고 또 탈속한 분위기다. 그런데 중생들은 다르다. 절집을 찾는 관광객들마다 국정농단에 대해 성토하느라 소란스럽다.

미황사 대웅전의 단청을 입히지 않은 기둥들이 세월의 흐름을 말없이 보듬고 있다. 순수와 자연으로 서있는 그 모습 앞에서 마음을 비우게 된다. 달마산의 바위봉우리들이 아름답다지만 나는 세월의 뼈와 같은 대웅전의 기둥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불립문자(不立文字)라고 하지 않던가. 오늘은 무욕(無慾)과 하심(下心)을 배운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단풍잎들이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소설가·전 광주전남소설가협회 회장·시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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