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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강의 ‘맛과 멋 기행’<15> 목포 ‘독천골’의 소고기낙지탕탕이와 연포탕
입안에서 살살 녹는 크림 빛 낙지와 애기단풍 같은 소고기의 조합
입력시간 : 2016. 11.11. 00:00


육질이 부드러운 소고기와 아직도 꿈틀거리는 쫄깃한 낙지와 약간 매콤한 풋고추 맛이 고소한 참기름에 하나로 뒤섞이는 듯하면서 제각각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입안에서 살살 녹고, 젓가락질이 한참이나 바빠진다는 표현으로 소고기낙지탕탕이의 풍미를 표현하고 싶다.

곧이어 연포탕과 공깃밥이 나온다. 통째로 들어있는 낙지가 먹음직스럽다. 애호박, 무, 대파, 참깨가 눈에 들어온다. 젓가락으로 연포탕을 살짝 휘젓자 조개류도 보인다. 연포탕은 국물 맛이 중요하다. 내가 알기로 음식점마다 국물 맛을 내는 독특한 비법이 따로 있다.

독천골에서는 홍합과 조개를 우려내어 연포탕 국물을 담백하게 만든다고 한다. 물론 무가 시원한 맛을, 파는 단맛을 내면서 바다와 갯벌의 정취를 고스란히 껴안아줄 테다. 눈에 그다지 띄지 않을 정도로 숨어있는 풋고추는 식욕을 자극해줄 테다.



“내 육체적 나이는 늙었지만, 내 정신의 나이는 언제나 1960년의 18세에 멈춰있다. 나는 거의 언제나 4·19세대로서 사유하고 분석하고 해석한다. 내 나이는 1960년 이후 한 살도 더 먹지 않았다. 그것은 씁쓸한 인식이지만 즐거운 인식이기도 하다”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던 문학평론가이며 불문학자였던 김현(본명 : 김광남)의 고백이다.

시국이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즈음에 4·19정신과 5·18정신은 우리 민족의 지표가 되어야할 것이다. 나는 지금 한국작가회의 목포지부가 주관하는 ‘김현문학축전’에 참석하고, 또 그의 4·19정신을 되새겨보기 위해 광목간 도로를 따라 달린다.

오늘은 목포의 ‘맛과 멋 기행’이다. 이 도시에는 맛과 멋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앞서 거론한 김현을 포함하여 한국 최초의 여류소설가 박화성, 극작가 차범석, 극작가 김우진(장성 출생) 등등 문단의 거목들이 즐비한 곳이다.

또 바다에서 건져 올린 홍어, 민어, 낙지 등등 온갖 해산물의 집산지라서 바다의 맛을 무한정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맛과 멋’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목포에 오면 기를 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목포 앞바다가 펼쳐진다. ‘목포는 항구다’라는 노래가 있는데, 목포 앞바다는 ‘문학의 바다’요 ‘맛의 바다’이다.



***평론가 김현은 여전히 살아있다

김현이 태어난 곳은 목포와 근접한 진도군 진도읍이고, 일곱 살 되던 해에 부모를 따라 목포로 이주하게 된다. 그는 목포중학교를 졸업한 뒤에 서울의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문리대 불문과를 졸업한다. 그 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에서 유학하고, 1990년에 작고할 때까지 서울대학교 인문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한다. 그래서 불문학자이며 평론가이기도 하다.

1962년 김현은 김승옥, 최하림 등과 함께 <산문시대>라는 동인을 결성하고, 《문학과 지성》이라는 계간지를 창간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인물이다.

황지우 시인이 김현을 두고 “1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평론가”라고 극찬했으며, 세상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이 세상을 다 읽고 간 사람이다”라고 평했다.

김현이 이런 극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4·19정신을 승계한 문인이었으며, 식민지 언어에 기생하지 않고 한글로 사유하고 글을 쓴 1세대였기 때문이다. 또 그는 독서량이 엄청났으며, 섬세하고 날카로운 작품 분석으로 이름을 날렸다.

사견이지만, 목포문학관은 멋스럽다. 내가 ‘멋’이라는 단어를 동원한 것은 건물의 자태를 놓고 하는 말이 아니다. 목포문학관은 목포 문학의 요람이요 성지이다. 나아가서 대한민국의 자랑이기도 하다. 그것보다 더 큰 ‘멋’의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박화성, 차범석, 김우진, 김현이 함께 모인 절약형이며 합리적인 문학관이라는 점이다.

전국의 문학관을 찾아가보면 혈세를 이렇게 낭비해도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무리 위대한 문인이라고 해도 엄청난 혈세를 쏟아 부어 거대하고 호화로운 문학관을 마련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문인은 민중 속에서 태어나기 마련이고, 저 높은 계단 위에 서있는 게 아니라 민중과 함께 항상 어깨동무를 치고 있어야한다. 그런데 민중의 혈세로 호화로운 건물을 짓고 필요 이상으로 모시는 것을 보게 되면, 이건 아니다 싶다.

그런 점도 문제지만, 여태 문학관 하나 건립하지 못한 지자체는 부끄러움을 뛰어넘어 ‘야만’이나 ‘미개’라는 단어를 깊이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참고로, 문화의 반대말은 야만이다.

김현문학축전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에 목포 지역의 청소년들이 모여 시낭송과 골든벨(퀴즈풀이)에 열중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맑고 꿈에 젖은 눈망울에서 김현을 본다. 김현 평론가는 죽지 않았다. 저 아이들의 가슴 속에 그대로 살아있다.



***봄은 조개와 쭈꾸미, 가을은 낙지

목포문학관에서 근거리에 있는 평화광장 그리고 옥암동 1095-6번지에 있는 ‘독천골(대표 : 조현주)’이라는 음식점.

계절 음식인 낙지의 맛을 찾아서 독천골로 찾아간다. 수년 전에 ‘4·8독립만세운동 전국 청소년 백일장’ 심사 차 왔을 때 이 지역의 최기종 시인이 ‘소고기낙지탕탕이’라는 음식을 소개해주어서 여태 그 맛을 잊지 못하다가 다시 찾은 것이다.

‘소고기낙지탕탕이’란 소고기와 낙지를 도마 위에서 잘게 다지고 갖은 양념을 한 계절 음식이다. 그리고 식재료를 다질 때 도마 위에서 ‘탕탕’하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평화광장 주차장에 승용차를 넣어두고 잠시 걸어서 독천골의 문을 밀친다. 저녁식사 때가 아직 되지 않아서 한산하다. 취재하기 맞춤한 시간대이다.

소고기낙지탕탕이가 먼저 나온다. 바다가 단풍으로 든 풍경이다. 소고기와 낙지의 조화 때문이다. 크림 빛을 띠고 있는 낙지와 풋고추와 애기단풍 같은 소고기의 조합은 과연 어떤 맛을 내게 될까?

육질이 부드러운 소고기와 아직도 꿈틀거리는 쫄깃한 낙지와 약간 매콤한 풋고추 맛이 고소한 참기름에 하나로 뒤섞이는 듯하면서 제각각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입안에서 살살 녹고, 젓가락질이 한참이나 바빠진다는 표현으로 소고기낙지탕탕이의 풍미를 표현하고 싶다.

곧이어 연포탕과 공깃밥이 나온다. 통째로 들어있는 낙지가 먹음직스럽다. 애호박, 무, 대파, 참깨가 눈에 들어온다. 젓가락으로 연포탕을 살짝 휘젓자 조개류도 보인다. 연포탕은 국물 맛이 중요하다. 내가 알기로 음식점마다 국물 맛을 내는 독특한 비법이 따로 있다.

조현주 사장에게 국물 내는 법을 물어본다. 독천골에서는 홍합과 조개를 우려내어 연포탕 국물을 담백하게 만든다고 한다. 물론 무가 시원한 맛을, 파는 단맛을 내면서 바다와 갯벌의 정취를 고스란히 껴안아줄 테다. 눈에 그다지 띄지 않을 정도로 숨어있는 풋고추는 식욕을 자극해줄 테다.

부드러운 낙지, 감칠맛 나는 국물에 공깃밥 한 그릇이 금세 ‘뚝딱’이다. 배가 부르다. 출렁거리는 목포 앞바다가 내 배를 두드린다. 함포고복(含哺鼓腹)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국정 농단이니 부정부패니 이런 단어들이 없는 세상, 민중들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촛불을 켠다.



***가을 낙지는 ‘꽃낙지’다

식약동원(食藥同原)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음식과 약은 근본이 같다는 뜻이다. 그런데 계절 음식은 보약 중의 보약에 해당된다.

가을 낙지는 ‘꽃낙지’라고 부른다. 여름철의 무더위로 지쳐버린 몸의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낙지를 ‘갯벌의 산삼’이라고 하며, ‘산삼 한 근과 안 바꾼다’는 말이 있다. 낙지가 스태미나 아이콘이라서 생겨난 말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와 허준의 《동의보감》을 보면, 말라빠지거나 더위 먹어 쓰러진 소에게 산 낙지를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고 되어있다. 낙지가 스태미나 식품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소설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소는 초식동물이기 때문에 낙지를 먹지 않는다. 그런데 억지로 먹이게 되면 위 속에 들어간 산 낙지가 꿈틀거릴 테고, 아마 소가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서는 게 아닐까?

그런데 나는 이런 소설을 팩트로 인정하고 싶다. 낙지가 스태미나 식품이라는 근거가 충분하기 때문에 이런 소설쯤은 얼마든지 애교로 봐줄 수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 일제 강점기에 있었던 일이다. 고려청자를 약탈해서 싣고 가던 배가 바다에 침몰했다. 그런데 그 해역은 풍랑이 심하고 수심이 깊어서 인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때 한 어부가 기지를 발휘하여, 낙지 빨판의 흡착력으로 고려청자를 인양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이다.

낙지를 스태미나 식품이라고 하는 것은 타우린과 히스티딘 등의 아미노산이 칼슘의 흡수와 분해를 돕기 때문이라고 한다. 타우린은 자양강장 효과가 뛰어나고 간 해독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타우린은 혈압속의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부정맥 개선, 콜레스테롤 계통의 담석 용해, 빈혈 예방, 혈압을 정상으로 개선해주는 등등의 효능을 갖고 있다.

낙지 먹물도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그것은 ‘블랙푸드’라고 부르며 항암효과, 방부효과, 위액분비 촉진, 생리불순 개선 등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낙지 세는 단위는 무엇일까? 접? 뭇? 아니다. 낙지는 ‘코’라고 해야 한다. 한 코는 20마리이다.

끝으로, 나는 이 가을에 낙지를 먹으면서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한다. 낙지 암컷은 자신의 새끼들이 산란하고 부화하는 4주에서 6주에 이르기까지 한숨도 자지 않고 먹지도 않으면서 새끼를 지킨다. 그리고 마침내 죽음에 이른다. 소설가·전 광주전남소설가협회 회장·시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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