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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강의 ‘맛과 멋 기행’<12> 광주 상무정의 오리바켄
입력시간 : 2016. 09.29. 00:00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 20여년 한결같은 맛

맛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우선 식재료이다. 두 번째는 조리법인데, 칼을 쓰는 요령이나 불을 쓰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 외에도 간(염도)을 맞추는 정도에 따라 음식의 맛은 얼마든지 달라지기 마련이다.

된장, 양파, 생강, 마늘 등이 우려진 물에 통오리를 넣어서 1시간가량 센 불로 끓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생긴 기름을 이용하여, 오리를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튀긴다. 그 후에 오리 뼈를 발라내고 튀김옷을 입혀서 다시 튀겨낸다.


오리바켄 위에 뿌리는 소스는 사과, 레몬, 감초, 마늘, 생강, 양파 등을 갈아 넣어서 만든다. 소스의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달보드레해서 어린아이들도 아주 좋아할 듯싶다. 달보드레한 맛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라면 상추나 깻잎을 깔고 고추와 마늘을 곁들이게 되면 입맛을 얼마든지 맞출 수 있을 듯싶다.



2002년 6월 22일이었다.

한국 축구 대표 팀의 마지막 키커인 홍명보 선수의 발을 떠난 축구공이 스페인 골키퍼인 카시야스를 피해 골네트를 갈랐다. 어쩌면 소리 없는 그 출렁거림이 일순간에 증폭되면서 전국을 함성과 환희로 물결치게 만들었다.


“대~한민국!”

그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반사적인 손뼉소리가 “짝짝 짝 짝짝!”하며 울려 퍼졌다. 그건 한민족의 맥박이었다. 그 소리들이 무등산의 완만한 곡선을 표현한 광주월드컵경기장의 지붕 위에서, 고싸움놀이를 표현한 스탠드 위에서 살아 출렁대다가 지구촌 곳곳을 향해 파도처럼 밀려갔다.

월드컵경기장에서만 환호의 물결이 출렁댄 게 아니었다.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연호했다. 도로를 달리던 차량들이 그 소리에 화답하며 “빵빵 빵 빵빵!”이라고 클랙슨을 울려주었다.

그날 밤, 사람들은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내용과 ‘★’기호가 조합된 특이한 문장의 의미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날 밤의 쾌거는 단순한 꿈을 뛰어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멋이었다. 그런데 그런 꿈은 거저 이루어지는 게 아닐 테다.

나는 오늘 광주월드컵경기장 앞에 서있다. 대형 안내판에 “이곳은 대한민국이 아시아 최초로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한 경기장입니다”라는 문장이 자랑스럽게 적혀있다.

우리에게 월드컵 4강만 중요한 게 아니다. 이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부문이 복된 선진조국으로 변해야할 때이다. 이게 곧 우리 시대의 가장 필요한 맛과 멋이 아니겠는가.



***오리도 □하면 날 수 있다

오늘의 맛과 멋 기행 취재 대상은 광주월드컵경기장 정문 맞은편에 있는 상무정 음식점이다. 이곳의 메뉴는 ‘한정식’과 오리를 식재료로 하는 ‘오리바켄’이나 ‘오향보쌈’ 등이다. 그 중에서 오늘의 주 취재대상은 독일식 오리 요리인 ‘오리바켄’이다.

나는 ‘오리’라는 단어를 접할 때마다 덴마크의 동화작가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떠올린다. 이건 내 직업이 소설가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안데르센은 <벌거숭이 임금님>, <백설공주> 등의 수많은 걸작을 남긴 인물로 유명한데,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은 <미운 오리 새끼>다. 이 동화는 미운 오리 새끼가 훗날 하늘을 나는 백조였음이 밝혀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현재 처지에 비관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라’는 교훈이 담겨있는 동화이다.

‘오리’라는 단어를 접할 때 두 번째 떠오르는 것은 ‘오리지널’의 뜻이 ‘오리도 지랄하면 날 수 있다’라고 하는 우스갯소리이다. 내가 이런 우스갯소리를 간직하고 있는 이유는 ‘언중유골’이라고 했던 것처럼 말 속에 뼈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오리도 열심히 노력하면 날 수 있다’라는 말은 비록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지만, 그 내용만큼은 소중한 진리와 삶의 자세를 일깨워주는 경구(警句)가 되기에 충분하다.

사람들 대다수는 세상살이가 힘들다고 불평불만을 터트리며 땅 위를 박박 기어 다니기만 할 뿐 힘든 원인을 제거하거나 극복하여 훨훨 날아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부단하게 노력하면 열악한 환경을 바꿀 수 있고, 새로운 운명도 창조해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늘의 취재 대상인 ‘오리’. 왠지 처음부터 느낌이 좋다. 독일식 오리바켄의 풍미가 벌써부터 느껴져서 군침이 괴기 시작한다.

옛말에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고, 소고기는 사주면 먹고, 오리고기는 찾아서 먹어라’고 했다. 속설은 속설에 지나지 않을 뿐이고 냉장 냉동 시설이 미비했던 시절의 이야기라서 맹신할 필요가 없다지만, 맛깔스러운 ‘오리바켄’ 유혹이 너무나 강렬해서 상무정 안으로 속절없이 빨려 들어간다.



***오리는 광주의 향토음식이다

광주시 서구 금화로 243. 상무정(대표 : 정정자)

이런 도로명 주소보다 광주월드컵경기장 정문 맞은편이라고 말하는 게 훨씬 소개하기 편하고 알아듣기 쉬울 듯하다.

상무정은 호남대학교 쌍촌동 캠퍼스 앞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개업년도를 물어보니 1992년이다. 그리고 이곳으로 옮겨온 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고 한다.

나는 호남대학교 정문 앞 시절에 오리바켄을 처음으로 맛보았고, 음식점을 이곳으로 이전한 이후부터 본격적인 단골이 되었다. 그런데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동안 나의 입맛은 여전히 그대로이고, 상무정의 오리바켄 맛 또한 변함없다.

점심나절이다. 친구들이 다 모이자 음식을 주문한다. 오늘은 굴비정식이다. 그런데 별미 중의 별미인 오리바켄을 추가로 주문한다. 이건 우리들이 항상 주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광주광역시가 자랑하는 향토음식으로 오리탕을 꼽는다. 그러니까 광주의 5미(味) 중의 하나가 바로 ‘오리탕’이다. 그 오리탕은 들깨가루와 싱싱한 미나리를 듬뿍 넣고 조리하여 개운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광주는 오리음식의 천국이요 맛의 성지이다. 그래서 오리탕 외에도 오리통구이, 오리주물럭, 오리백숙, 오리로스구이, 오리진흙구이 등 조리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오리를 식재료로 하는 세계적인 요리를 살펴보면, 중국의 ‘베이징 덕(베이징 카오야)’을 비롯하여 세계 3대 진미 중의 하나인 프랑스의 ‘푸아그라’가 있다. 그리고 필리핀의 국민 영양 간식이라고 말하는 ‘발룻’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발룻’은 부화되지 않은 오리 알을 17일 동안 인큐베이터에 넣어두었다가 삶아낸 것인데 세계에서 가장 기이한 음식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상무정의 오리바켄은 포크커틀릿(돈가스)과 비슷하지만 식재료가 오리고기라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그러니까 겉보기만 비슷하게 생겼을 뿐이지 조리법과 맛은 완전히 다르다.



***상무정 오리바켄의 맛과 멋

맛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우선 식재료이다. 두 번째는 조리법인데, 칼을 쓰는 요령이나 불을 쓰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 외에도 간(염도)을 맞추는 정도에 따라 음식의 맛은 얼마든지 달라지기 마련이다.

음식의 맛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서 맛이란 미각(味覺)을 지칭하는데, 그건 사람마다 각각 다른 섬세한 감각적인 영역이며 미묘하고 신비해서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음식의 맛은 표현하여 전달하는 것보다 각자 느끼려고 하는 게 더 현명할 것이다.

상무정의 고상혁 실장에게 오리바켄 조리법을 알아본다. 된장, 양파, 생강, 마늘 등이 우려진 물에 통오리를 넣어서 1시간가량 센 불로 끓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생긴 기름을 이용하여, 오리를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튀긴다. 그 후에 오리 뼈를 발라내고 튀김옷을 입혀서 다시 튀겨낸다.

오리바켄의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부드러운 식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런 식감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거부감을 주지 않는 무난한 맛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리바켄 위에 뿌리는 소스는 사과, 레몬, 감초, 마늘, 생강, 양파 등을 갈아 넣어서 만든다. 소스의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달보드레해서 어린아이들도 아주 좋아할 듯싶다. 달보드레한 맛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라면 상추나 깻잎을 깔고 고추와 마늘을 곁들이게 되면 입맛을 얼마든지 맞출 수 있을 듯싶다.

상무정의 오리바켄은 강산이 두 번 이상 바뀌는 세월이 흘렀어도 나의 입맛을 물리게 만든 적이 한 번도 없다. 또 이런 오리바켄 맛은 상무정에서만 맛볼 수 있어서 ‘매우 소중한 맛’이며 이젠 ‘멋’의 경지까지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상무정에서 오리바켄을 처음 드셨던 손님들이 이젠 자녀들의 손을 잡고 다시 찾아오고 있습니다.”

고상혁 실장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 음식점 밖으로 나간다. 상무정 음식점을 찾을 때마다 벽면 가득 붙어있는 맛집 지정서나 음식경연대회의 상패와 상장 등을 보게 되는데, 그게 전혀 헛된 것이 아님을 오늘도 느낀다.

가을 하늘이 청명하다. 천재 작가 이상처럼, 나도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이상의 단편소설 <날개> 에서 인용함)

박혜강(소설가·전 광주전남소설가협회 회장) 시민전문기자


무등일보 zmd@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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