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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스, 문화관광도시 자원이 되다' <2> 호랑가시나무창작소
입력시간 : 2016. 08.19. 00:00


호랑가시나무창작소 전경
'양림산 산림자원·근대 역사문화' 작가에 영감 제공

중견작가 보다 신진작가들 위주 창작·사생활보호 최우선

'미술·음악·문학·공예·원예' 등 다양한 예술가 거쳐간 곳

지난해 전국워크숍서 지역문화예술특성화사업 최우수상

110년 간 유럽· 미국· 중국 등에 한국 전통 어울려 '독특'



광주 양림동은 근대역사문화마을이라 불린다.

110년전 선교사들을 통해 근대문물이 유입된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예인들을 배출한 곳이다. 양림동과 맞닿아있는 사직공원 역시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는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심공동화로 오랜 시간 잊혀지고 쇠락해가던 이곳이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재조명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오랜 기간 사직공원과 양림동을 기반으로 문화활동을 펼쳐온 젊은 기획자와 활동가들이 있다.

호남신학대 안에 자리한 호랑가시나무창작소 역시 지역의 문화기획자와 활동가들이 쌓아온 결과물이자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공간이다.



# 자연 훼손 최소화 창작공간 변신

호남신학대 우일선 선교사 사택 바로 아래 자리한 호랑가시나무창작소는 지난 2014년 상주형 레지던스로 출발했다.

(주)아트주(대표 정헌기)가 2013년 버려진 원요한 사택을 호남신학대로부터 임대해 우선 근처의 낙엽과 나무 잔해들을 정리하고 대대적인 수리를 진행했다.

사택의 외관은 그대로 살리면서 내부만을 리모델링해 원형의 훼손을 최소화했으며 국내외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창작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올 가을 개관을 앞둔 갤러리내부


호랑가시나무창작소라는 이름은 바로 곁에 수령 500년이 넘는 광주시기념물 17호 호랑가시나무를 비롯해 크고 작은 호랑가시나무들의 군락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양림산의 풍부한 산림자원과 인근에 산재한 역사문화유산이 작가들에게 특별한 영감을 제공하는 상주형 예술창작공간이다.

다원형 레지던스 공간으로 서양화가 윤남웅, 한지 조형을 하는 천영록, 서양화가 서법현, 한국화가 이선미, 뮤지컬 감독 윤태식, 패션그룹 MOCITA 등 미술, 음악, 문학, 공예, 원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예술가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이미 안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견작가 보다는 지원이 절실한 신진작가들을 위주로 하며 철저하게 작가들의 창작활동과 사생활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 여느 레지던스들과 달리 오픈스튜디오를 최소화하고 결과물을 선보여야 하는 의무도 부여하지 않는다.

호랑가시나무창작소가 그들의 예술활동이나 영감에 도움을 주는 혹은 주었던 공간으로 역할을 하기를 바랄뿐이다. 레지던스의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 다양한 커뮤니티로 결실

올해로 3년째인 비교적 신생 레지던스지만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초기에는 신생 레지던스로 작가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고 전시 공간의 부재로 오픈 스튜디오나 세미나 개최도 쉽지 않았지만 작가들의 창작활동 지원을 기본으로 '교류'에 중점을 두며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갔다.

특히 다원형 레지던스는 장르를 넘나드는 협업의 계기가 됐다.

문인, 패션디자이너, 뮤지컬감독, 화가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을 선발해 같은 작업공간에서 작가들과의 협업, 지역의 다른 커뮤니티그룹과의 협업을 통한 커뮤니티 작품을 만들어냈다.

또 광주의 다양한 기관과 단체들과의 교류를 통한 창작 역량강화에도 힘썼다.

광주문화재단, 광주디자인센터,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쥬스컴퍼니, 문화공동체 결, 호남신학대와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예술인들과 다양한 기획자들, 다양한 나라의 작가들과의 교류를 활발하게 이끌었다.


입주 작가들 외에도 평론가 김남수, 작가 이진경 강소영, 대목장 조전환 등 타 지역 작가들이 레지던시 안에 머물려 입주 작가간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커뮤니티 형성도 유도했다.

이를 토대로 지역 커뮤니티 그룹과 연계사업인 아트마켓, 베트남 교류 레지던시 사업, 공공 미술 'Like The Galaxy'를 선보였다.

또 양림동의 가치와 매력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시민대상 양림문예학교'와 '1930 모던걸 다이어리 공연' 등을 통해 대중적인 외연확장에도 기여를 했다.

이같은 활동에 힘입어 호랑가시나무창작소는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주관으로 열린 2015성과공유 전국워크숍에서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100여년 전 미국인 선교사, 캐나다 선교사, 일본인, 한국인이 함께 어우러졌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양림동 스토리'를 예술로 승화시킨 특성화 전략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고독의 시인 김현승, 중국의 3대 작곡가 정율성, 한국 수채화 1인자 배동신, 검은 머리의 차이코프스키 정추, 조선 최초의 컬러영화를 만든 정준채, 우리나라 동요의 거인 정근, 드라마 '첫사랑', '젊은이의 양지'의 조소혜 작가 등 양림동이 배출한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작품을 재해석한 노력도 인정받았다.



# 복합문화공간으로 한 걸음씩


호랑가시나무창작소의 가장 큰 특징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생 레지던스로 운영에 어려움이 크지만 자연과 환경 그리고 미술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위해 한걸음씩 내딛고 있다.

호랑가시나무창작소은 크게 세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2014년 봄 문을 연 레지던스와 바로 옆 기름탱크가 있었던 창고를 개조해 만든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올 가을 개관을 앞둔 갤러리 등 세 곳이다.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을 기반으로 관광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다양한 행사·전시·소통공간으로 활용될 갤러리까지 단순한 창작공간이 아닌 광주와 양림동의 자연, 문화를 머물며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정헌기 (주)아트주 대표는 "호랑가시나무창작소는 근대역사문화마을 양림동에 작가 상주형 예술창작공간을 조성, 양림동의 전위적 예술전통을 되살리고 그 문화적 향기를 드높여 광주의 대표적 예술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취지로 출발한 곳"이라며 "110년전 유럽계 미국인 선교사, 캐나다 선교사, 중국인, 일본인, 한국전통 문화 등 다양한 문화가 이곳에서 어우러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느 하나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문화의 융합을 만들어갔던 양림동만의 특성을 호랑가시나무창작소에 담아내려 한다"고 말했다.



"자연·환경·예술 어우러진

복합문화명소로 만들고 파"

정헌기 (주)아트주 대표


"사직공원과 양림동은 광주와 전남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자연과 환경 그리고 예술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려 합니다."

호랑가시나무창작소를 운영하고 있는 정헌기(46) (주)아트주 대표는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기획자이자 활동가다.

'예술'(Art)과 '동물원'(Zoo)이 결합한 '예술동물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주)아트주는 문화예술콘텐츠를 개발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자연·환경·예술'을 한 곳에 담은 시민문화예술공간 조성을 추구하고 있다.

정 대표가 양림동의 가치에 집중하기 전 먼저 관심을 가진 곳은 바로 옆 사직공원이다.

지난 2004년 지역의 문화기획자와 활동가들이 사직공원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사직공원 비둘기들'이라는 이름으로 교류를 한 이들은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사직공원 옛 수영장 터에서 공연을 정기적으로 마련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지난 2009년 (주)아트주를 설립하고 사직공원을 파리의 몽마르뜨 같은 예술로 채우는 공원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찾는 공간으로 만들어보려 했지만 여러 정책사업에 밀리며 근거지를 이웃인 양림동으로 옮겨야했다"며 "새마을운동 이전에는 사직공원과 양림동이 하나였고 근대문화유산은 물론 다양한 예술가들을 배출한 양림동만의 가치를 알고 알리는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호남신학대로부터 버려진 선교사 사택을 임대해 주위를 정리하고 이듬해인 2014년 레지던스를 열었지만 모든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에서 레지던스를 운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험난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공간이나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운영비가 소요되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예산들은 그런 용도로 전혀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며 "해외와 달리 국내 레지던스들의 생명력이 짧은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네덜란드 라익스 같은 곳은 민간이지만 100년이 넘도록 세계적인 명성을 유지하며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고, 가까운 대만의 뱀부 역시 정부의 지원 아래 20여년을 훌쩍 넘겼다"며 "국내에서는 공공기관의 지원을 입은 몇몇을 제외하곤 사실상 유지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본질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랑가시나무창작소에 입주한 작가들에게 결과물을 강요하지 않는 것도, 그들의 창작활동에 방해가 되는 오픈 스튜디오도 최소화하고 있다.

정 대표는 "(주)아트주의 출발인 '자연·환경·예술'을 한 공간에서 풀어내기 위해 호랑가시나무창작소에서도 공연, 전시 같은 인위적인 행사들을 가급적 지양하고 있다"며 "창작소를 중심으로 게스트하우스와 갤러리 등 주변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통해 양림동을 찾는 이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윤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윤주기자 zmd@chol.com        이윤주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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