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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석의 지리산둘레길을 가다-(1)걷기를 시작하며
입력시간 : 2016. 04.08. 00:00


전설은 길에서 시작된다 - 길은 길로 이어져 삶이 된다. 700리의 지리산둘레길은 개울을 건너고 마을을 지나 산을 넘으며, 길이 어떻게 하여 삶이 되고 전설이 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한국광기술원 경영지원본부장. 전 무등일보 편집국장

(1)걷기를 시작하며

한걸음도 빼먹지 않고 답사하듯…더워도, 추워도 행복

지난번에는 가을날에 갔지만

이제는 봄날에 다시 간다.

봄옷으로 갈아입은 둘레길은 어떤 모습일까

그 길에서 나는 무엇을 만나게 될 것인가

분명한 것은 내가 다시 행복해 할 것이라는 점

길을 걸으며 만나게 되고

보게 되는 삶과 목숨, 거기에서

느끼는 글쓴이의 사유 등 기록할 것

교통편과 민박집도 더러 소개하겠지만

이는 경험과 메모 기록에 의존할 계획

길을 걸으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싶고

누구나 식물학자, 인문학자가 되고 싶다

그 ‘싶음’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을 뿐

실은 지난해 섣달 마지막 날에 지리산둘레길을 한 바퀴 돌았었다. 그해 시월부터 토.일요일을 이용하여 틈만 나면 달려갔었다.

함양군 마천면 ‘금계’에서부터 무작정 시작한 여정이었다. 먼저 폐교를 개조한 ‘지리산둘레길 함양 안내소’에 들러 둘레길 지도 한 장을 구입했다.

길을 가는 걸음은 행복했다. 월요일 아침, 눈을 뜨면 토요일이 벌써 그리워졌다.

개울을 건너고 마을을 지나 산을 넘으며 길은 700리로 이어졌다. 맑은 날 능선위로 펼쳐진 에머랄드빛 푸름에 하늘을 처음 본 듯 목이 아프도록 쳐다보고, 어떤 날은 길을 잘못 든 탓에 투덜거리는 두 발의 불평을 한참이나 들어야 했다.

산길을 걸으며 쉼터나 지나는 마을 상점에 들러 마셨던 막걸리 한 사발의 그 청량함과 지리산 어느 마을에서 보았던 쏟아질 듯한 새벽별은 아직도 내 가슴을 뛰게 한다.
서어나무 아래서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라는 산문집에서 중국의 사상가 루쉰이 했던 말이다. 많은 사람이 걸음으로서 생긴 이 길에 나도 발자국 하나 보탠다. 둘레길의 서어나무 숲 아래에 선 글쓴이 모습


산청군 어디쯤으로 기억한다. 아들이 세상을 버리자 며느리는 자식을 버리고, 하여 손자 한명과 손녀 둘을 한숨으로 키우던 산골 허름한 상점의 늙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직도 점심 끼니를 라면 한 그릇으로 때우는지 모르겠다.

섬진강변 어느 다슬기 요리 식당은 주인 할머니의 입담과 깔끔한 칼국수 맛을 못 잊어 먼 길을 몇 번이나 찾기도 했다.

늦가을의 둘레길은 풍성했다. 온갖 가을꽃이 둘레길을 수놓고 가는 길 내내 감나무며 산수유나무에는 그들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려 함께 했다.

날더러, 보았던 그 많은 감과 산수유 열매를 모두 세라고 명한다면 천년의 시간은 주어야 가능할 일이다.

길섶 곳곳에 멧돼지 떼의 흔적이 남아 작은 두려움이 앞서던 날, 인터넷을 뒤져 ‘멧돼지 퇴치법’을 찾아 읽기도 했다. ‘산행 중 멧돼지를 만나게 되면 얼른 우산을 펴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다행히도 우산을 펼 일이 발생하지 않아 효과는 아직도 믿거나 말거나이다.

욕심인지 미련인지 단 한 걸음도 빼먹지 않고 답사하듯 걸었다. 산을 만나 고개를 넘을 때는 ‘무슨 둘레길이 등산길보다 더 하다’며 엄살 아닌 엄살을 부리고 그늘 한 점 없는 제방 둑길을 걸을 때는 ‘숲으로 길을 낼 것이지’하는 마음에 힘들어 하기도 했다.

시간과 마을을 제때 맞추지 못해 주린 배를 안고 걸은 적도 있고 어떤 날은 총총한 별빛 아래 컴컴한 산길을 더듬으며 예약한 민박집에 도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행복했다. 더워도 행복했고 추워도 행복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씻김이었을까. 지리산이 안고 있는 슬픈 역사마저 해원된 듯 했다.
지리산의 일출과 무지개 – 지리산 천왕봉과 하봉 사이의 같은 방향에서 무지개와 해돋이가 동시에 연출하는 장관은 어떤 행운의 암시였다. 그 행운은 지리산둘레길을 다시 가는 기쁨이다


우연찮게도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에 원점 회귀했다. 지리산둘레길을 완주했다는 뿌듯함 보다 “이제 무슨 재미로 사나”하는 허탈감이 앞섰다.

동행했던 아내에게 “정년퇴직하면 은퇴기념으로 다시 돌자”고 했다. 오른손 엄지손가락부터 하나하나 구부리며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은퇴의 그날을 기약했다.

지리산 자락에서 하룻밤을 묵고 뒷날 이른 아침, 새해 첫길을 나서는데 지리산 능선너머로 천왕봉쪽에는 해돋이가, 바로 옆 왼편 하봉 방향엔 무지개가 나란히 펼쳐졌다. 무지개와 해돋이가 같은 방향에서 함께 연출하는 상서로운 장관은 30여분간 지속됐다. ‘올해 좋은 일이 있으려나’싶었다.

‘경사’가 찾아오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등일보에서 지리산둘레길 연재에 대한 의향을 타진해 왔다. 초고속 와이파이보다 빠르게 동의했다.

다시 지리산둘레길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번에는 가을날에 갔지만 이제는 봄날에 간다. 봄옷으로 갈아입은 둘레길은 어떤 모습일까. 그 길에서 나는 무엇을 만나게 될 것인가. 분명한 것은 내가 다시 행복해 할 것이라는 점이다.

연재는 지리산둘레길의 첫 구간인 남원의 주천에서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평균 2개 구간을 1회에 소개하겠지만 어느 구간의 경우에는 1구간을 1회에 걸쳐 소개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지리산둘레길의 이정목 - 지리산둘레길에서 길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장승을 닮은 이정목에 새겨진 붉은색과 검은색의 화살표 한 방향을 따라가면 된다. 그래도 글쓴이는 ‘어리석은 사람도 지혜로워진다’는 그 지리산의 둘레길에서 몇 번이고 길을 잃었으니...


길을 걸으며 만나게 되고 보게 되는 삶과 목숨, 거기에서 느끼는 글쓴이의 사유 등을 기록할 것이다.

독자들을 위해 교통편과 민박집도 더러 소개하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험과 메모의 기록에 의존할 계획이다.

교통편과 민박집 정보는 지면형편상 지리산둘레길 홈페이지(http://jirisantrail.kr) 를 참고하거나 지리산둘레길 인월, 함양, 산청, 하동, 구례 등의 안내센터로부터 설명 듣기를 권한다.

글쓴이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전문가도 아니고 꽃과 풀을 좋아하지만 식물학자도 아니다. 까만 밤하늘의 별바라기를 좋아하지만 천문학자도 아니다. 시인이나 철학자는 더더욱 언감생심이다.

그렇지만 길을 걸으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싶고 누구나 식물학자가, 천문학자가, 인문학자가 되고 싶다. 그 ‘싶음’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을 뿐이다.

다만 욕심이 앞서 고양이를 그려놓고 호랑이라고 우기거나, 오리를 사진 찍어 놓고 백조라고 우기는 우는 경계하고 또 경계할 일임을 안다. 호랑이는 호랑이로, 고양이는 고양이로 그려야 할 것이다. 걷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몸 짓 중 가장 정직한 행위라고 믿는 만큼 길 걸음의 글 또한 그렇게 기록되어야 한다.


길을 가면서 내 안의 언어에 귀를 기울일 계획이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내리쬐는 햇살과 함께 걷다가 쉬고, 쉬다가 걸으며 그들의 언어를 배울 것이다.

오래전, 길을 만들며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숨결을 온 몸으로 느끼며 마을 어귀에 서 있는 장승이나 반천년을 넘어 사는 당산나무의 전설을 헤아릴 것이다. 젊은 시절의 당산나무가 보았던 지리산의 아픈 역사도 만나게 될 것이다.

강은 강으로 이어져 바다가 되듯, 길은 길로 이어져 삶이 된다. 돌이켜 보면 삶의 길은 누구에게나 하루하루 기적이다. 그 기적 같은 삶에 세월이 쌓이면 비로소 전설이 된다.

늦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홍시의 속살을 보라. 비바람과 한 낮의 더위, 새벽녘의 추위가 어떻게 전설이 되는 지를 볼 수 있을 될 것이다.

길을 걷다보면 내 삶의 비리고 떫은맛도 언젠가는 삭이고 삭여져 홍시처럼 전설로 익으리라는 믿음이기도하다. 내, 홍시로 익어 배고픈 까치의 목구멍을 타고 흐를 수만 있다면 내 삶의 전설도 부끄럽지는 않은 것이다.

지리산둘레길을 걷고자 하는 당신에게, 글을 읽는 당신에게 둘레길에서 본 어느 민박집 상호로 인사를 건네고자 한다. 나마스테!

시민전문기자(kanjoys@hanmail.net)
조영석 필자


지리산둘레길은 전라북도 남원에서 시작하여 경상남도 함양과 산청, 하동을 거쳐 전라남도 구례를 지나 다시 남원으로 이어지며 5개 시.군 120여개 마을을 지난다.

둘레길의 구간은 남원의 주천면에서 시작하여 운봉- 인원- 금계- 동강- 수철- 성심원- 운리- 덕산- 위태- 하동호- 삼화실- 대축- 하동읍- 서당- 원부춘- 가탄- 송정- 오미- 난동- 방광- 산동의 구간으로 나뉘며 총길이가 274Km에 달한다.

2007년 전라북도 산내면 매동마을에서 경상남도 마천면 창원마을을 잇는 20Km의 시범구간이 개통된 이래 2012년 전구간이 이어졌다.

현재 인월(062-635-0850)과 함양(055-964-8200), 산청(성심원 055-974-0898), 하동(055-884-0854), 구례(061-781-0850) 등에 여행자를 위한 안내센터가 운영되고 있다(월요일은 쉰다). 여행에 필요한 각종 조언 및 안내를 받을 수 있고 둘레길 지도나 관련 책자, 기념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붉은색 화살표와 검은색 화살표가 그려져 있는 장승모양의 이정목이 길목마다 서있다. 다만 이정목을 지난 지 30여분을 걸어도 다음 이정목이 보이지 않으면 잘못 들어선 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보아야 한다.

구간별 마을마다 민박집이나 더러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숙박에는 큰 불편이 없다. 하룻밤 민박 비용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2인 기준 4만원 가량이며 대부분 온수 샤워가 가능하다. 식사는 1인 기준 6천원에서 8천원 선이며 지역별 막걸리나 음료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마을과 마을사이에 주민들이 운영하는 ‘쉼터’가 있어 걷는 도중에 식사나 주류, 음료를 사먹을 수 있으나 김밥이나 고구마 등의 점심용 도시락을 챙겨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끼니를 건너뛰어야 할 경우가 반드시 발생한다.

길을 가다보면 고사리 등 ‘농작물을 만지지 말라’는 경고문을 자주 보게 된다. 경고문이 없더라도 농작물을 만지면 안 된다는 것은 기본이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남의 것을 허락 없이 취하는 것은 도둑질이다.

구간별 교통편은 양호한 편이나 배차 시간이 구간에 따라 30분에서 1시간 정도이며 어느 경우 1시간 이상도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무등일보 zmd@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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