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김밥천국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5.06.03. 00:00

"몇 십 년 동안 서로 달리 살아온 우리 달라도 한참 달라 너무 피곤해/ 영화도 나는 멜로 너는 Action 난 피자 너는 순두부/ 그래도 우린 하나 통한 게 있어 김밥 김밥을 좋아하잖아/ 언제나 김과 밥은 붙여 산다고 너무나 부러워했지/ 잘 말아줘 잘 눌러줘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래/ 날 안아줘 날 안아줘 옆구리 터져 버린 저 김밥처럼 내 가슴 터질 때까지/ 예전에 김밥 속에 단무지 하나 요새 김치에 치즈 참치가/ 세상이 변하니까 김밥도 변해 우리의 사랑도 변해/ 잘 말아줘 잘 눌려줘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래/ 날 안아줘 날 안아줘 옆구리 터져 버린 저 김밥처럼 내 가슴 터지게 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해 세상이 우릴 갈라놓을 때까지 영원히 사랑할꺼야 끝까지 붙어 있을래"

최준영씨가 작사·작곡하고 가수 자두가 부른 '김밥'이다

어릴 적에는 김밥은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니었다. 소풍가는 날 정도는 돼야 먹는 별미 중 별미였다. 시금치, 단무지, 계란부침, 어묵 정도가 기본메뉴이고, 집이 좀 잘 살면 고기 다진 것을 넣고는 했다. 햄도, 참기름에 비빈 밥도 오래되지 않았다.

산업화·도시화와 함께 김밥은 국민의 사철 메뉴로 성장해 요즘은 동네 곳곳에 김밥집이 있어 어느때든 사 먹을 수 있다. 종류도 소고기김밥, 참치김밥, 치즈김밥, 고추김밥 등 다양하다.

질적으로도 진화해 이젠 고급 김밥집도 흔해졌다. 광주에도 한 줄에 1천500~2천원짜리 레귤러가 많지만 3천~4천원대 프리미엄 김밥집도 증가세다. 서울 강남에는 남해 청정바다의 김, 저염 햄, 무항생제 달걀 등의 식재료로 속을 채운 1만5천원짜리 김밥도 있다고 한다.

"…마음이 가난해도 천오백원은 있어야/ 천국이 저희 것이다// 천국에 대한 약속은/ 단무지처럼 아무 데서나 달고// 썰기 전의 김밥처럼 크고 두툼하고 음란하지// 나는 태평천국의 난이/ 김밥에 질린 세월에 대한 반란이라 생각한다…"

권혁웅 시인의 '김밥천국에서'이다.

요사이는 김밥을 파는 가게가 지천에 널려 있다. 옛날 어머니들이 새벽에 일어나 김밥을 말던 일을 대신 해 주는 것이다. 세상이 워낙 바쁘게 돌아가니 어쩔 수 없겠고, 그래서 김밥체인점이 필요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왠지 마음 한 구석이 약간은 허전함을 느낀다. 윤종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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