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담로가 손자 이언길 데리고 살면서 원림 조성 시작
동백나무숲·오솔길·100그루 매화숲 등 백운 12경 꼽혀
유상구곡 구조로 조성 자연 거스르지 않고 풍류 즐겨
집안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인 ‘남도답사 일번지’ 책을 오랜만에 찾아본다. 1993년 5월에 책이 판매 되면서 60주간 대형서점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의 첫 장에 강진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해 여름방학 무렵에 무위사 근처 청소년 야영장에서 며칠 쉴 기회가 있었는데 무위사나, 청소년 야영장을 찾은 여행객마다 모두 책을 한권씩 들고 있었다. 그 당시 강진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젊은 여행객들이 모두들 책 한 권 달랑 들고, 강진으로 모여들며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녀 무슨 난리가 난 줄 알았다고 그때를 회상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본래적 특성이 있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도록 자연을 조영할 줄 알았다. ‘원과 숲’이란 의미의 임의 자연 상태를 그대로 두고 집이나 정자를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다. 그래서 산수자연이 뛰어난 곳에 별서(別墅)를 짓고 자연을 조영하며 살았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원림'이라고 하였다.
담양의 독수정, 소쇄원과 명옥헌, 장흥의 부춘정, 화순의 임대정, 담양 소쇄원, 보길도 부용동 등은 한국전통 원림의 원형이 잘 보존된 곳이다.
오래전부터 호남의 3대 정원으로 불리는 백운동(白雲洞)이 최근 들어 다녀왔다. 강진다원과 무위사, 월남사지가 있으며 월출산 구정봉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는 곳으로 많은 탐방객이 붐빈다. #그림1오른쪽#
요즘 이 곳이 뜨고 있다. 이 곳을 뜨게 한 원인이 200년 전 유배인 다산 정약용에 의해서다. 다산은 강진에서 18년이란 세월을 보내면서 곳곳에 많은 흔적과 제자와 숫한 책을 집필 하였다.
다산은 1812년 가을, 유배지의 답답한 마음도 풀 겸 해서 제자 초의(草衣)와 윤동(尹同)을 데리고 월출산 유람길에 옥판봉 아래 백운동 이씨의 집에서 하루를 묵고 돌아와 그곳의 풍광을 잊지 못해 12승경 백운동 별서의 모습을 시로 읊었다.
그림을 세밀하게 잘 그리는 초의선사를 시켜 '백운동도(白雲洞圖)'를 그리게 했으며 이 서첩의 끝에 역시 초의를 시켜 '다산초당도' 그려서 이 시와 그림을 묶은 '백운첩(白雲帖)'을 남겼다. 2001년에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다. 그동안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백운동의 흔적이, 백운첩의 발견으로 초의선사가 그린 ‘백운동도’의 그림을 꼼꼼하게 잘 그려져 있어 원림을 복원하였다.
이 곳 월출산 아래 월하리 안운마을에는 '시크릿 가든'이 있다. 흰 구름이 쉬어간다는 '백운동(白雲洞)'이다. 월출산 줄기에서 이어진 숲이 백운동 계곡을 이루고 하나의 원림을 형성하고 있다. 이 곳은 계곡이 짙은 숲으로 덮여 있어 사람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한적한 안운 마을을 지나 백운동 계곡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작은 동산이 눈앞에 있다. 입구에서 동백과 돌담을 지나는 작은 소로를 지나다 보면 밀림 같은 숲이다. 계곡은 월출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계류를 이루고 지나며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단풍나무, 비자나무, 팽나무 등이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어 낮에도 어둑하다. 밀림 같은 계곡 입구를 막 지나다 보면 '백운동'이라 쓰여 있는 바위가 나타난다. 비밀의 정원의 입구다.
백운동 원림은 조선중기 강진지방 양반이었던 이담로(李聃老 1627~1701)가 건축한 별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광해군 때의 인물인 김응정(金應鼎 1527~1620)의 '해암문집'에도 이곳 백운동이 소개되고 있다. 이 것으로 보아 백운동 원림의 입산조인 이담로가 들어오기 전에도 여러 선비들이 즐겨 찾았던 곳으로 보인다.
이곳은 본래 원주이씨 이후백(李後白 1520~1578) 집안의 사패지(賜牌地)였다고 한다.
전해오는 이야기에는 이담로가 백마 1필을 주고 사서 들어왔다고 하며 그는 말년에 둘째 손자 이언길(李彦吉 1684~1767)을 데리고 이곳에 들어와 살았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백운동 원림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담로는 은둔적인 생활을 즐긴 탓인지 그의 호를 '백운동은(白雲洞隱)'이라 했다. 다산과의 인연은 이담로의 6대손 이시헌(李時憲·1803~1860)에서 찾을 수 있다. 이시헌이 다산 문하의 막내 제자로 있었다.
다산은 백운첩에서 백운동의 아름다운 12가지 풍광을 묘사했다. 백운동 뒤의 옥판봉부터 별서로 접어드는 길의 동백나무 숲과 오솔길, 100그루의 매화숲 등 모두가 절경이라고 했다. 조선시대에는 별서를 둘러싼 매화가 장관이었다고 하나 현재는 대부분 유실되고 두 그루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산은 이 외에도 단풍나무가 비치는 폭포, 별서 마당을 돌아나가는 계곡 등을 백운동의 비경으로 꼽았다.#그림2왼쪽#
담헌 이하곤과 인계 송익휘 역시 백운동 별서를 아낀 조선시대 문장가들이다. 이하곤은 강진 유람기인 ‘남유록(南遊錄)’에 한겨울에 붉게 핀 별서의 동백꽃밭을 인상 깊다고 기록했다. 송익휘는 강진으로 귀양와 있던 중 백운동에 들러 백운동의 풍광을 노래한 시 10편을 지었다. 신명규, 남구만, 임영, 김창흠, 소치 허련과 같은 시인문객들이 찾아와 시문과 그림을 남긴 것을 보면 백운동 별서원림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교유의 장이자 호남문화의 산실이었다.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 부용정 함께 호남 3대 원림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황폐화되고, 기억 속에서 사라지면서 우리의 뇌리에 사라졌다.
민간 정원으로는 특이하게 담장 밖의 흐르는 계곡물을 인위적으로 끌어와 뜰의 상지(上池)와 하지(下池), 즉 두 개의 연못을 만들어 아홉 굽이 휘돌아 나가는 유상구곡(流觴九曲)의 구조를 다시 원림 밖으로 나가는 구조로 만들어 자연을 거스르지 않았다. 자연의 풍류를 즐기는 조선시대 선비들은 시냇물에 술잔을 띄워 시를 지으며 노니는 유상곡수(流觴曲水)를 그려 우리들의 마음속에 샹그릴라 같은 곳으로 그려 볼만 하다.
백운동 별서정원은 경사진 지면을 이용해 건물과 정원이 조화롭게 들어서 있다. 화단에는 목련이나 매화, 모란이나 영산홍, 국화와 같은 나무와 화초가 잘 가꾸어져 있다. 다만 습한 산속이다 보니 모기 등이 있어 해충 기피제를 가지고 가면 효과가 있다.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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