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협 동신대 교수
지난 8월 31일에 ‘일베’(일간베스트의 줄임말)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이 우리 지역의 언론사인 '전라도닷컴'의 누리집을 침탈했다. 일베들이 특히 전라도 지역과 전라도 사람들을 혐오한다는 것은 일찍이 5·18 희생자들에 대한 ‘홍어’ 발언으로 세상에 알려졌었다. '전라도닷컴'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서도 누리집에 있던 ‘전라도’라는 말을 ‘홍어’로 바꿔놓은 걸 보면 그러한 혐오감을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일베들의 극단적인 주장과 혐오적인 발언은 그나마 자신들의 사이트에서만 이루어져왔다. 그런데 요즘에는 일베들이 바깥으로 나와 많은 사람들 앞을 거침없이 활보하고 있다. 최근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현장에서 저지른 패륜적인 ‘폭식 행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표현의 자유를 가장한 일베들의 주장이나 행동을 보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합리성과 인륜성을 의심케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에 대한 조롱과 같은 비판적 언사는 표현의 자유로 치부되지만 약자에 대한 공격적 표현은 반사회적인 폭력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 그러한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집단적 광기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선과 악의 논리가 뚜렷했다. 부당하게 권력을 움켜쥔 세력은 스스로 자격지심을 드러냈다. 박정희와 전두환은 정치적 탄압을 노골적으로 자행하며 자신들이 악임을 분명하게 자임했다. 국민들은 그러한 권력을 공공의 적으로 여기는 걸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탄생한 새로운 권위주의 정권은 선악의 논리적 구조, 즉 상식체계를 무너뜨렸다. 민주주의의 세례를 듬뿍 받고 탄생한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는 민주주의를 철저히 악용했다. 그들은 합법적 권력쟁취만으로 모든 권력행사는 선하다는 자기 과신에 빠졌다. 누가 봐도 권력의 저열한 꼼수가 읽혀지는데도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권력행사를 천연덕스럽게 자행했다. 이명박의 ‘BBK 실소유주 논란’과 박근혜의 ‘세월호 미스터리’는 합리적인 인식체계에 혼란을 야기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분명한 사실과 합리적 의심조차도 권력의 힘으로 뒤틀어버렸다. 그래서 사람들이 되레 자기 눈과 귀를 의심하는 ‘멘붕’을 초래했다.
일베의 조짐은 이미 우리 사회의 권력 상층부에서부터 시작된 셈이다. 정치권력이 일베와 다른 것은 사법부와 언론을 동원하여 조직적으로 대중의 상식체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것 뿐, 비합리적이고 반사회적인 행태라는 점에서는 서로 다르지 않다. 합법적 절차를 빙자한 권력의 뻔뻔스러움이나 표현의 자유를 가장한 일베의 망발은 모두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부당한 ‘폭력’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일베 현상’이 민주주의가 잉태한 역설이라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리고 그 끝은 어디일까?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물음이다. 일베 현상이 일시적인 사회적 일탈이거나 개인 차원의 심리적 왜곡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것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맞물려 빚어지고 있는 문제다. 이와 유사한 역사적 사건을 20세기 초 유럽에 불어 닥친 파시즘의 광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서구의 파시즘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총체적 위기 속에서 배태되었다. 대중 민주주의는 정치적 공동체성을 높이기는커녕 개인을 원자화시키는 소비의 욕망 체계로 변질되어 갔다. 여기에 자본주의는 자본의 이익을 위해 일자리에서 밀려난 수많은 ‘잉여 인간’을 양산하였다. 대중들은 온통 ‘먹고사니즘’에 취해 발버둥치는 동안 이 위기를 해결해줘야 할 정치마저 실종됨으로써 그야말로 갈 곳 몰라 떠도는 신세가 된다.
사회적 루저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절망적이고 증오로 가득 찬 개인들의 대중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조직하여 공허한 소속감과 정체성을 부여할 지도자를 기다린다. 이렇게 해서 정치권력과 대중이 야합하는 전체주의 국가가 탄생하였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상황을 보며 왠지 으스스한 파시즘의 기운이 느껴진다면 괜한 기우일까. 파시즘은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언제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현재의 일이라는 한나 아렌트의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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