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식 초당대 교수·외국어교육학 박사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음식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저서를 통해서 세계 여러 민족들이 저마다 지니고 있는 ‘선호 음식’(favorite food)과 ‘금기 음식’(taboo food)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어떤 특별한 종족이 어떤 특별한 음식을 선호하거나 터부시하는 것은 인종적인 생물학적 특수성보다는 풍토적인 생태적 배경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혐오하는 쥐를 식용하는 종족이 42개나 달한다는 것인데, 이는 그들이 단순히 미개하거나 여타 종족들보다 쥐고기를 특별히 좋아하는 생물학적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흔히 인도인들이 소를 숭상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단순히 종교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다. 소는 한 마디로 농경사회에서는 귀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밭갈이를 위한 노동력뿐만 아니라 소의 배설물은 기름진 퇴비가 되며 건조시키면 훌륭한 땔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소를 신성시 할 수밖에 없는 문화인류학적 배경이 성립한다. 기실, 소를 귀하게 여기는 나라는 인도만이 아닐 것이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소를 가족 이상으로 애지중지는 했던(단순히 한우 생산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농촌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나라 백성은 전통적으로 초식성(草食性)식품 소비 문화권에 속한다. 그러나 농업 생산성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옛날에는 아무리 집을 지켜주고 주인에게 충성하는 개라 할지라도, 춘궁기에는 개고기를 하나의 원초적인 생존수단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주인의 훌륭한 단백질원으로 쓰일 수 있는 충분한 배경을 지니고 있었다. 수천년에 걸쳐 그러한 배경이 보신탕이라는 하나의 식용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물론 유기견을 무분별하게 도살하여 거래하거나 혹은 비위생적으로 취급하는 행위 등은 또 다른 차원에서 논의할 문제이지만, 개를 식용으로 삼았다고 하여 단순히 한국인을 동물학대의 주범쯤으로 몰아가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한국인은 세계 어느 민족 못지않게 순박하며 평화를 애호하는 민족이다.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특히 한국의 보신탕문화에 대하여 유독 시비를 거는 서양인들은 정작 자기들이 저지른 식민통치의 역사는 망각하고 있다. 순진무구한 아프리카 땅에서 저지른 식민지역사를 잊었단 말인가? 또한 아시아와 중남미 등에서의 잔학행위는 어떠한가. 그들이 매일 환호해 마지않는 축구선수들 중 상당수는 아프리카 식민지 노예의 후예들인 것을! 약소민족에 대하여 몹쓸 짓을 저질로 놓고 스스로 문화예술국임을 자처하는 서구의 일부 국가들은 보신탕문화에 대하여 시비할 자격이 없다. 어느 특정한 문화현상에 대하여 시비하는 것은 역사와 문화인류학적 무지를 스스로 드러내는 일이며, 또한 거기에는 악의적인 ‘백인우월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수천년에 걸쳐 이룩된 역사나 문화현상은 어떤 단발성 법규나 시스템 혹은 결의로써(설사 제법적인 구속력이 있다 할지라도!) 하루아침에 규제되거나 없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어떤 특정한 문화를 편협하기 짝이 없는 잣대로 규범화하려는 시도는 우스꽝스러울 뿐만 아니라 실패하고 말 것이다. 문화는 결코 우열의 척도로 재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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