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토끼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4.08.29. 00:00

검지와 중지를 세워 보이는 V 사인은 승리를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이렇게 하면 토끼를 의미한다고 한다. 중장거리를 뛸 때 기록을 위해 페이스 메이커나 선두 러너가 함께 뛰어 준다. 이들을 ‘래비트(토끼)’라고 한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그 출전이 이솝 우화다. 이솝 우화에서는 출발 신호를 보내는 동물이 여우로 돼 있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토끼 때문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둑에 앉아 쉬고 있던 앨리스는 시계를 보며 늦었다고 달려가는 토끼를 좇아 구멍 속에 들어갔다 이상한 나라에 이른다.

토끼의 귀가 긴 것은 온순한 성격과 관련이 있다. 토끼에게는 적에게 대항할 수 있는 무기가 하나도 없다. 날카로운 이빨이나 발톱도 없고, 나무에 오를 수도, 물속으로 숨을 수도 없다. 장기라고는 시속 80㎞로 달릴 수 있는 주력. 삼십육계를 놓으려면 체온을 식혀야 하므로 긴 귀가 라디에이터 구실을 한다.

토끼는 번식력이 강하다. 교미만 하면 백발백중 임신을 하는데 이것은 자궁 안에 정자가 들어와야 배란을 하기 때문. 심지어 새끼를 밴 상태에서 또 다시 다음 새끼를 배는 놈도 있다. 플레이보이 클럽의 ‘바니걸’은 여기서 연유해 ‘언제든 오케’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토끼가 등장하는 고사에 토사구팽(兎死狗烹)과 수주(守株)가 있다. 토사구팽은 토끼를 잡은 후에는 개를 잡아 먹는다는 뜻. 이용해 먹고 쓸모가 없으면 버린다는 뜻이다. 수주는 우연히 나무 둥치에 걸려 죽은 토끼를 얻은 농부가 그 뒤로는 일은 않고 나무 둥치만 지키고 있었다는 얘기. 옛 것만 고집하고 새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로마 속담에는 ‘두 마리 토끼를 좇는 자는 한 마리 토끼도 얻지 못한다’가 있다.

권세를 좇는 정치는 무상하다. 이용만 당하고 ‘토사구팽’이 된 사람도 있고, 5·6공을 못 잊어 ‘수주’하는 사람도 있고, ‘두 마리 토끼’를 좇다 옷을 벗은 사람도 있다.

지금 정치권도 마찬가지.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등 여야 모두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 등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한마리 토끼도 잡지 못하고 헤매는 형국. 울 줄 모르는 것이 토끼라지만, 세계에는 우는 토끼가 3종류 있다고 한다. ‘우는 정치인’도 3 종류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운다면 결국은 누가 울까. 요즘 세간의 최대 관심사다. 김갑제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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