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10명 고정… 시신 없이 명절 못 쇠
"이제 대통령 결단해야" 특별법 제정 촉구
"네 식구 컵라면 하나로 아침 때우던 마지막 모습이 자꾸 마음에 걸려 추석 제사상엔 뜨끈한 밥 한 그릇 올려주고 싶은데 여태 저 안에 있으니…."
'REMEMBER 201404016'이 새겨진 노란 팔찌를 매만지던 권오복(60)씨의 안경 너머가 금새 붉어졌다.
세월호 침몰 참사 134일째이던 지난 27일 진도실내체육관.
권씨를 비롯해 아직도 대답없는 10명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9가족 30여명이 지내는 곳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이 열흘 앞으로 바투 다가왔지만 이곳은 명절 분위기 대신 적막감이 흘렀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채 뉴스를 바라보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 앞에서 '추석'이라는 명절은 무색하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것이 게시판의 '실종자 수 10명'은 40여일째 그대로. 더딘 수색으로 기약없는 기다림의 연속의 나날이다.
추석 일정을 묻자 권씨는 "무슨 계획이 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도로 이사 가던 길에 참사를 당한 권씨의 동생 재근(51)씨 일가. 다섯살 난 여조카는 구조됐지만 동생 내외와 여섯살 남조카는 배와 함께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사고 여드레만에 제수씨의 시신은 발견됐지만 동생과 조카는 아직 소식이 없다.
"그래도 기다리면 뭍으로 나오지 않겠냐"며 누군가 그려주고 간 동생과 조카의 캐리커처를 바라보던 권씨는 "복원된 CCTV를 보니 사고 직전 3층 안내테스크 앞에서 작은 컵라면 하나를 나눠먹던 네 식구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추석 제사상에 뜨끈한 밥 한 그릇 올려줬으면 좋겠는데 지금으로선 명절 쇠는 건 생각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그러면서 추석보다 참사가 점점 잊혀지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장기화되고 있는 여야 대치와 대통령의 침묵은 세월호 가족은 물론 국민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족들이 주장하는 세월호 특별법의 핵심은 '왜'다. 배가 '왜' 가라앉았는지. 구조가 '왜' 늦어졌는지만 알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이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며 "마지막 실종자 1명을 구조할때까지 총력을 다하겠다 약속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침묵을 깨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월 째 실종자 가족들의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봉사자들도 특별법 제정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구호물품 담당 장길환(50)씨는 "세월호가 이대로 묻힌다면 언제고 내게도 일어날 또 다른 비극이 될 것"이라며 "국민 모두가 잊지말고 진실규명에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실종자 가족들은 다가오는 추석에도 실내체육관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
차례는 지내지 않을 계획이다. 다만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가족들끼리 조촐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연휴 닷새동안은 봉사자들의 도움도 받지 않기로 했다.
진도군청 지역개발과에 근무하는 곽상규(50)씨는 "사고 초반에 비해 많이 안정된 듯 보이지만 수색 소식을 기다리며 괜찮은 척 애쓰고 있을 뿐"이라며 "넉넉한 추석, 가족들이 조금이나마 편해질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노력해줬으면 싶다"고 말했다.
'날이 추워진다.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실종자 가족들은 오늘도 속으로 외친다.
주현정·진도=박현민기자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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